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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불량 핵발전소 위한 송전탑?

시험성적서 위조한 부품 탓에 멈춰선 핵발전소… 밀양 송전탑 잇는 신고리 3호기에도 불량 부품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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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9 17:26 수정 : 2013-06-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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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멈춰섰다. 경남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 한창 뜨겁던 지난 5월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쓰는 제어케이블의 시험기관이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미 설치한 케이블 부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원전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가동 중이던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를 세우고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으며, 지난 4월8일부터 계획예방정비를 하고 있던 신고리 1호기는 정비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 현재 운영허가 심사 단계를 밟고 있는 신월성 2호기는 운영허가 전까지 제어케이블을 바꾸기로 했다. 이날 결정으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 23기 가운데 10기가 계획예방정비·사고 등으로 운전을 멈추게 됐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고리 1·2호기와 왼쪽 뒤편의 신고리 3·4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최근 이곳 핵발전소에 납품된 제어케이블이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외부 제보를 통해 알려져

불량 부품의 존재가 알려진 건, 핵발전소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아닌 외부 제보를 통해서였다. 원안위는 “지난 4월 말 인터넷 홈페이지의 ‘원자력안전신문고’를 통해 해당 제보를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내부 점검 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사고 경위 보고서를 보면 더욱 놀랍다. 한수원과 납품 계약을 맺은 LS전선 계열사인 JS전선은 국내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에 제어케이블의 성능 검증을 맡겼다. 새한티이피는 또다시 캐나다의 검증업체 RCMT에 성능 검증 시험의 일부를 맡겼으나, 한수원 납품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새한티이피는 시험 그래프와 시험 결과를 조작해 만든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수원은 “(부품 납품에 대한) 최종 확인을 위임받은 한국전력기술(KEPCO E&C)은 새한 티이피가 정부 공인 검증기관이고,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어서 위조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품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쓰였다. 한국전력공사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호기와 북경남변전소를 잇는 구간이다.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신고리 3·4호기의 서류는 일부 그래프만 조작된 것과 달리,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4개 원전부품은 시험 결과가 실패로 나온 것을 성공으로 조작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앞으로 추가 조사를 한 뒤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종합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블랙아웃’ 위기 키우는 핵발전소

불량 부품을 납품한 업체를 상대로 한 검찰 조사도 시작했다. ‘원전비리수사단’을 꾸린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5월30일 경기도 안양시 새한티이피 사무실과 충남 천안시 JS전선 사무실, 업체 대표 자택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불량 부품 하나 때문에 핵발전소가 멈추면서 전력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블랙아웃’ 위기를 키우는 진짜 이유는 밀양 송전탑 공사장에 주저앉은 주민들일까,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불량 핵발전소일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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