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 여부다. 서울시립대 등록금 인하와 무상급식 확대,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저지 등 지금까지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각종 마을 만들기 사업과 협동조합 경제생태계 조성 등을 ‘박원순의 브랜드’로 구축해나가고 있다.
“빚 갚을 수만 있다면 갚겠다”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시절인 2011년 11월24일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장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문건(<한겨레> 5월15일치)은 박 시장에 대한 보수 진영의 경계심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건에는 “세금급식(무상급식) 확대, 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 운영을 통해 민심을 호도하고 있어 제어 방안 강구 긴요”라는 대목이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5월28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국가 정보기관이 정치사찰과 공작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반박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선 아직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주자가 없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의 핵심 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복지부는 5월22일 서울시가 보육 예산을 지나치게 적게 편성해 다음달부터 무상보육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박 시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 밖에 여당 내의 새로운 소장세력으로 떠오른 김용태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을 돌려 민주당과의 경쟁 체제 구축에 시동을 건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문제는 다시 한번 복잡해진다. 박 시장의 재선 여부는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경쟁의 향방을 가를 첫 분수령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은 박 시장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취약한 인지도에 머물던 박 시장의 당선에 안 의원의 양보는 결정적 변수였다. 박 시장은 지난 5월2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소속인 자신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안 의원은 지난 선거) 당시 저에게 (후보직을) 양보해주셨고 그 힘이 큰 도움이 됐다. 빚은 갚을 수만 있다면 갚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를 바라보는 민주당 전반의 시각과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발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박 시장은 안 의원의 또 한 번의 양보를 기대하기 때문에 소극적 행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당공천 폐지도 변수
하지만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본격적인 세력화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두 사람의 ‘특수관계’가 ‘경쟁관계’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변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은 구청장과 구의원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게 현실이다. 공천제도가 폐지되면 박 시장은 ‘나홀로 선거’를 통해 재선의 벽을 넘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건 아마도 ‘정치인 박원순’의 진짜 시험대일지 모른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4년 지방선거는 야권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를 앞둔 2011년 10월25일 서울 도봉구 창동 신창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