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9일 오전 9시, 경남 진주시 남성동 진주시보건소에 공문 한 장이 접수됐다. 경남도청에서 보낸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서’였다. ‘진주자혜의원’이라는 간판으로 문을 열어 103년간 운영해오던 경남 지역의 대표적 공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노조원들에게 퇴거 명령 떨어져
진주의료원 폐업 명령을 내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 귀족노조의 해방구입니다. 진주의료원의 단체협약은 노조에 무소불위의 특권과 인사·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노조가 갑이 되어 도민 위에 군림하는 노조 해방구가 진주의료원의 실상입니다.” 홍 도지사는 그동안 경남도가 주장해오던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999년부터 진주의료원에 대해 매각 등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부터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진주의료원 노조가 경영 개선, 구조조정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진주의료원의 부채가 경남도 전체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선출직인 저도 표만 의식한다면 모른 척 넘어가면 될 일입니다. 그것은 제가 생각하는 정의도 아니고, 공직자의 도리도 아닙니다.”
경남도는 “현재 진주의료원에 남아 있는 노조원 가족 환자 2명과 일반인 1명에 대해서는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하면서도 “환자를 조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보호자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조합원 등 70명에게도 이날 해고를 통보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의료원 건물을 지키는 노조원들에게는 퇴거 명령이 떨어졌다. 이행을 하지 않으면 강제이행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새누리당 뒤늦게 중재 나서기로
이날 경남도의 결정에 반발하는 각계의 반응도 이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경남도청 마당에서 일주일 동안 농성을 벌어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규탄과 홍준표 도지사 퇴진 범국민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나섰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해온 보건복지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정부와 국회의 거듭된 정상화 요청에도 불구, 경남도(진주의료원장)가 폐업 조치를 강행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대한의사협회·시민사회단체 300여 개가 모인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 등도 경남도의 폐업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제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논쟁의 불꽃은 정치권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 5월31일 논의 끝에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과 관련해 공공의료 문제를 전반적으로 짚어보는 국정조사를 오는 6월 국회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겉으로는 진주의료원 문제의 해법을 다 같이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비쳐온 경남도가 지난 4월 진주의료원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이미 의결해놓고도 이를 숨겨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어떤 비난이 있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하며 진주의료원의 폐업 절차를 밀어붙이던 ‘홍 반장의 기관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가 이 기관차를 세울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5월29일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청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