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저 홍보하는 거 아녜요. 정말 봄이 오고 말았어요. 어떻게 아냐고요? 옷장 앞에서 한숨이 절로 나와요. 거무튀튀, 칙칙, 우중충. 지난해 봄엔 벗고 다녔었나봐요. 봄맞이 기념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어요. 지난 주말 옷가게로 달려갔어요. 형광이 유행이라니 빨·주·노·초·파·남·보로 입어봤어요. 결국 뭘 샀냐고요? 역시 옷은 검은색이지요. 괜찮아요. 나에게 또 선물을 주면 되니깐요~. 봄이면 옷장 앞에서 한 번, 카드값 앞에서 두 번 울어요. 앙.
그래도 봄이 되니 생명력이 넘쳐요. 여기저기 성욕 대방출이에요. 인권운동가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가 가장 왕성해요. 한 여성에게 카카오톡으로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는 다 올리게 해서 때리고 싶다”고 했대요. 처맞아야 하는 건 교수님이에요. 특정 부위의 벗은 사진을 요구하고 “DS관계’(주인·노예식의 성관계)를 맺자”고도 했대요. 일단 교수님 안경부터 벗고 시작해요. 별장 성접대 사건도 후끈해요. 고위 관료, 병원장, 국가정보원 간부, 국회의원 등 고위층이라 노는 스케일이 스펙터클해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가면 쓰고 놀고, 성매매하다 동영상 찍히는 줄도 모르고 또 놀았대요. 얘넨 너무 지지해서 손대기도 싫어요. 사표를 내든 할복을 하든, 니들끼리 알아서 하세요~.
나른한 봄날 오후 꾸벅꾸벅 졸다 잠이 확 깼어요. KBS·MBC·YTN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전산망이 마비됐대요. 완갑떨(완전 갑자기 떨리는 현상)했어요. 사이버 테러 따위에 깜놀한 게 아녜요. 방송사 기자들 ‘기사 며칠 안 써도 되겠구나’ 부러워서였어요. 그래요, 저 철없어요. 그래도 그들은 강했어요. PC방에서 기사 쓰고, 손으로도 썼어요. 종군기자가 따로 없어요. 북한 사이버테러단이든, 전문 해커든, 안랩이든, 사이버 공격한 해커님하. 다음번엔 <한겨레21>도 부탁드려요. 대신 서울 공덕동 주변 PC방까지 싹 다 해주세요. 하기 싫으면 말고.
사이버 테러에서 희망을 찾았던 이들은 넘쳐났어요.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더랬죠.
조·중·동: 보나마나 북한이겠지. 아니면 말고.
(사퇴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그럼 난 안 나가도 돼?
(사퇴 압박)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그래도 넌 짜져. 나나 살자.
(역시 사퇴 압박)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얘들아,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고발당한) 원세훈 국정원장: 일단 나부터 살고.
(공격 경로 중 하나로 지목된) 안철수 전 대선 후보: 근데 왜 나 갖고 그래?
박근혜 대통령: 넌 뭘 해도 안 돼.
봄도 안 타는 여자가 있어요. 박통이에요. 북핵, 안보, 야당 이야기할 때마다 무채색 옷만 입어요. 숨이 콱콱 막혀요. 그래도 가끔 기분이 좋으면 형광색을 입기도 해요. 옷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옷정치’래요. 그거라도 하세요. 박통이 한결같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국정철학이에요.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감사원장도 시켜주고, 공공기관장도 시켜준대요. 언제는 낙하산이 싫다며 임기 채워준다더니 변덕이 쩔어요. 그런데 그 국정철학이 뭔지 알 수가 없어요. ‘나다운 것’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국정철학 잘 맞아서 간택된 장차관을 보면 ‘절대 복종’ 정도? DS? 옷장 앞에서보다 더 절망스러워져요. 그래도 우리 힘내기로 해요. 이 봄이 네 번만 더 지나면 진짜 봄은 오고 말 테니깐요. 악.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