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종식 기자
-무엇이 갑갑한가.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주체 세력이 중요한데, 민주당 안에서 개혁에 동의하는 분들은 많지만 경험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가 19대 국회의원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을 가리키나. =유 교수의 공백이 크다. 유 교수가 함께했다면 개혁의 보조를 잘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4·11 총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패배했다. 공천 실패론 외에 정책 측면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역사의 큰 흐름으로 보면 민주당의 주장이 맞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겼다면 지방 국립대 학생들은 2학기부터 당장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을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의 급여를 2배로 인상하고 대상자를 80%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만든 제품(정책)은 너무나 훌륭했다. 하지만 국민이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안타깝다. -민주당이 올바른 정책을 제시했는데 국민이 잘 몰랐다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민주당의 책임 아닌가. =총선을 앞두고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두 사람 모두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와 함께 매일 공약을 내놓았다. 그런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으면, 그때야 우리의 반박을 받아 ‘무슨 무슨 논란’ 식으로 보도하는 ‘형식적 균형주의’를 보이더라.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재벌 비판만 하지, 재벌 체제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국민에게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선을 겨냥한 필승 전략이 있나.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 보편적 복지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모델인 ‘BIG Growth’ 전략이다. 이것이 민주당과 새누리당 간의 근본 차이다.‘BIG’의 ‘B’는 ‘Broad based Growth’(성장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을, ‘I’는 ‘innovative Growth’(재벌 중심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사람 중심의 혁신형 성장)를, ‘G’는 ‘Green Growth’(녹색성장)를 각각 뜻한다. 사람과 복지를 중심으로, 성장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사회통합형 성장, 성장촉진형 분배 전략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000년에 합의한 장기 발전 전략인 리스본 전략과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2006년 발표한 해밀턴 프로젝트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접목한 것이다. “박근혜 집권하면 양극화 심화될 것” -성장촉진형 분배의 예를 든다면. =보편적 복지의 효과 중 하나가 사회적 보험 역할이다. 젊은이들이 요즘 벤처를 안 한다고 한다. 벤처 성공률은 5~10%밖에 안 된다. 실패하면 자식들을 학교에 못 보내고, 부모님이 아파도 병원에 보낼 수 없다. 그러니 누가 벤처를 하겠나. 기업가 정신의 실종은 결국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한다. 로마식 성장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마는 병사들이 전사하면 나머지 부대원들이 그 가족의 부양을 책임졌다. 내가 죽어도 가족들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병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열심히 싸웠고,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여야의 총선 공약은 제목만 보면 서로 비슷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했다. 특히 맞춤형 복지정책을 내놓았는데.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민주당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다. 또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는 전혀 다르다. 맞춤형 복지는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 기존 성장 전략을 고수하면서, 그로 인해 소외된 사회계층과 불만세력들에게 시혜적·구휼적인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참담한 상황이 빚어져 국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고문은 친노 세력을 대표한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 민주당이 ‘친노 프레임’에 갇혀서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문 고문은 노무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소수 ‘친노 골수파’를 빼고는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확 바뀌었다. 문 고문이 강조한 노무현 정부의 계승과 발전은 참여정부를 그대로 따르자는 게 아니다. -대선 전략으로 새누리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강조하며, 민주당 일각에서 중도강화론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 아닌가. =모순 맞다. 현실정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밖에 없지만, 당이 중도강화론으로 가면 결국 개혁은 다시 5년 이후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잠재적으로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힌다. 그동안 강연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 재벌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도자는 확고한 역사인식이 있어야 한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입장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는 것 아닌가? 곽정수 기자 한겨레 경제부 jskwa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