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왼쪽)과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의 첫 상견례 모습. 강 위원장은 2월29일 “국민은 딴전에 두고 각자의 이익이나 당선에 연연하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이틀간 ‘파업’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X맨’ ‘MB맨’도 거르지 못하는 기준 특히 임종석 사무총장과 이화영 전 의원을 공천하면서 도덕성 기준은 애매모호해졌다. 임 사무총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 전 의원은 공천받기 전날 저축은행 관련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내에는 지도부가 밝힌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재판에 계류 중인 다른 공천 신청자들도 구제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재판 계류자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사하겠다는 건 결국 지도부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구제하겠다는 말 아니었나. 어쩌면 형평성을 고려해 전원 구제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심위가 가장 눈여겨보겠다고 밝힌 정체성 기준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재벌 개혁 등과 관련해 민주당의 ‘X맨’으로 지목된 김진표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를 놓고 외부 공심위원들과 내부 공심위원들이 찬반 토론만 거듭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서 ‘MB맨’으로 활약하던 구인호 전 강원도의원을 경선 후보로 결정했다가 뒤집는 헛발질까지 했다. 이마저도 잘못된 결정을 취소한 게 아니라, ‘후보 자격 박탈’이었다. 이러다 보니 들리는 건 계파 간 불협화음뿐이다. 자신들의 몫을 차지하는 데 실패한 쪽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친노 공천’ ‘486 공천’이라는 비판은 총선은 물론 대선 과정에서도 두고두고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학영 전 한국YMCA 사무총장, 송호창 변호사 등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과 여성 법조인 등 정치 신인들의 전략공천도 당의 전략 부재 속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안이함이다. 광주 동구 투신자살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이런 안이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월26일 광주 동구에서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불법 모집 의혹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받던 전직 동장이 투신해 숨지자, 한명숙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광주 동구를 ‘전략공천지’로 결정했다. ‘호남의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동원 선거라는 구태 정치를 보인 것도 문제이지만, ‘민주당 공천=당선’인 지역에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광주·전남 지역 60여 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체인지 2012 광주연대’가 2월29일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똑같은 독식의 정치를 해온 민주통합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는 등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은 3월2일 ‘무공천’ 방침으로 선회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100% 돌려드리겠다”며 대대적으로 내걸었던 국민참여경선이 조직 세몰이 경쟁으로 변질돼 앞으로 경선 불복 등 후유증이 예상되는데도, 민주당은 이렇다 할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허주’ 나올까 그러는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2월24~25일 조사에서는 새누리당(38.2%)이 민주당(32.9%)에 5.3%포인트 앞섰고, 2월27일 리서치뷰 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율(38.6%)이 민주당(31.1%)보다 7.5%포인트 높았다. 대체로 새누리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의 ‘반전 카드’로는 호남 물갈이와 야권 연대 등이 꼽힌다. 지금까지 까먹은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공천 개혁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천 혁명 수준이어야 할 듯하다. 민주당의 ‘허주’가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