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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번지나

혐의 없다던 국회의장 비서 김씨 구속되고, 청와대가 최 의원 비서 체포 미리 알린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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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3 15:03 수정 : 2012-01-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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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사이버테러 사건. 돈거래가 없었다는 경찰 발표는 뒤집혔고,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던 김아무개(30)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사건 당시)는 구속 수감됐다. 애초 경찰이 27살 한나라당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사건은, 이제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지도 모를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디도스 공격 강씨, 벤츠 리스

선관위 누리집 디도스 공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2011년 12월29일 새벽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국회의장 비서 김씨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듯하다. 2011년 12월29일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공모관계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10·26 재보선 전날 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27·구속 기소)씨와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아무개(35)씨 등과 술자리를 했고, 이에 앞서 저녁 자리에선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38)씨, 정두언 의원의 전 비서 김아무개(34)씨 등과 식사를 해 윗선의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의혹을 산 인물이다. 검찰은 김씨가 공씨 등에게 건넨 1억원(<한겨레21> 891호 표지이야기 ‘청와대 지시로 경찰 수뇌부가 덮었다’ 참조)이 디도스 공격의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김씨가 공씨에게 1천만원을 송금한 10월20일 이전에 디도스 공격이 계획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한겨레>를 통해 “김씨를 일단 구속하고 나면 그 윗선을 밝혀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의 구속과 함께 이번 사건의 실타래를 풀 만한 단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강아무개(25)씨가 국회의장 비서 김씨와 돈거래를 하기 바로 전날인 10월19일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리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검찰은 12월29일 “강씨가 10월19일 벤츠 승용차를 월 700만원에 리스하는 조건으로 캐피털업체에 보증금 8651만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강씨가 리스한 벤츠는 국내 시판가 2억6950만원짜리 S600L 모델이다. 다음날인 10월20일 강씨는 국회의장 비서 김씨로부터 1천만원을 송금받았고, 11월11일에는 9천만원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강씨가 디도스 공격 대가를 염두에 두고 벤츠를 리스했는지 수사 중이다.

최 의원실, 사전 대책 세웠나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씨가 디도스 공격 공모 혐의로 체포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기 전날, 청와대가 이 사실을 최 의원에게 미리 알려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최 의원은 연락을 받은 직후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관리하는 처남 강아무개씨와 이 문제를 상의했고, 강씨는 국회의장 비서 김씨, 디도스 공범인 차아무개(27)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디도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최 의원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줘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디도스 공격 동기와 공씨 등에게 건넨 1억원의 출처 등을 조사한 뒤 최 의원을 재소환할 예정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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