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은 12월16일 국회에서 통합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열고 ‘민주통합당’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겨레 강창광
“통합하면 무조건 승리 기대는 착각” 공천 혁신으로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18대 총선 당시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통합민주당의 공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호남 지역과 비례대표 나눠먹기 등으로 당의 보수화가 진행됐고,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이 대거 낙선해 보수성이 더 강화됐다. 18대 민주당 의원들의 ‘고령화’ 현상도 눈에 띈다. 12월16일 현재 국회 누리집에 실린 명단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민주당 의원(87명)의 평균 나이는 만 57.7살이었다. 한나라당 의원(169명)의 평균 나이(만 56.2살)보다 1.5살 많다. 민주당 지지층에 상대적으로 ‘2040’ 세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늙은 민주당’이라 할 만하다. ‘낡은 민주당’을 만드는 데는 일부 호남 기득권 세력의 지역주의도 작용하고 있다. 통합이든 혁신이든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호남뿐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맛보자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실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 승리 이후 선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져 당내 혁신에 대한 절박감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태평한 사이, 한나라당은 쇄신에 발버둥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대대적인 공천 혁신을 하고, 우리 당은 호남 다선 의원들이 대거 출마하는 상황이 오면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새정치모임’은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려 하는데, 우리는 전당대회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구태를 연출하고, 통합의 감동은 온데간데없다”며 “통합만 이루면 무조건 승리할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는 불출마 선언 등이 당 혁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까. 정장선(53·3선·경기 평택을) 의원과 장세환(58·초선·전북 전주완산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부겸(53·3선·경기 군포) 의원이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선언하는 등 혁신의 물꼬를 트겠다고 나섰다. 인적 혁신은 의원들의 ‘자기희생’을 넘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문제다. 현재 지도부 경선에 나서려는 주자는 20명 가까이 된다. 12월26일 예비경선에서 9명을 추린 뒤 1월15일 전당대회에서 6명을 뽑는다. 애초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지원 의원은 난장판 전당대회를 거치며 세가 꺾였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강자로 떠올랐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양쪽에서 친노 그룹을 중심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이런 ‘한명숙 대세론’에 ‘세대 교체’와 ‘변화’를 내세운 주자들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과의 혁신 경쟁 결과는 민주당 쪽에선 김부겸 의원, ‘486’ 대표인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종걸·이강래·우제창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 신기남·정균환 전 의원 등이 나섰고, 박영선 정책위의장과 이낙연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시민통합당 쪽에선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YMCA 대부’로 불리는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 4명이 출마한다. 당원이 아닌 국민도 내년 1월7일까지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모바일투표(1월9~11일)나 현장투표(1월15일)에 참여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한나라당과의 혁신 경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아무쪼록 ‘죄송한 일’을 더는 하지 않길 야권 지지자들은 바라는 듯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