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발언에 고무돼 반전 시도한 한나라당, 본전도 못 챙기자 서둘러 수습
대통령 탄핵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이 갑자기 발을 뺐다. 원내총무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 혼선만 드러낸 채 4일 만에 맥없이 물러선 것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지난 7월24일 당 3역회의가 시작되자 느닷없이 탄핵 얘기를 꺼냈다. “변협 성명은 YS 때도 없던 일이다. 탄핵대상이라고 간접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3의 2(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라는 숫자에 매여 못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탄핵발의를 검토할 수도 있다.” 그는 전날인 23일 대한변협 심포지엄에서 대구변협 소속 한 변호사의 돌출발언에 고무된 듯 이렇게 말했다. 김만제 정책위 의장도 “와히드가 쫓겨나는 꼴도 못 봤냐”며 거들었다. 권철현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총무 개인의 견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탄핵 발언의 파괴력을 의식한 봉합이었다. 이때까지는 스쳐가는 해프닝 수준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25일 이 총무가 총재단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라는 문건을 내놓자 바람이 몰아쳤다. 이 총무는 총무단회의 결과를 총재단에 보고하는 형식을 취했다. 돌출행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총재의 불명확한 태도도 파문을 부추겼다. 이 총재는 이날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는 이른 시각”이라면서도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히 검토하자”고 말했다. 특히 “여러 비상한 정황들이 닥쳐온다는 징조를 많이 느낄 수 있다. 모두가 아주 비상한 각오를 갖고 대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당 총재와 총무의 이런 행동에 일부 당직자들까지 “총재와 총무의 의도”를 탐색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온갖 분석이 줄을 이었다. “최근 변협성명 등 상황이 유리하게 반전되자 여권을 몰아치기 위한 카드를 띄운 것 아니겠냐.”(한 재선의원) “뭘 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 시국보고대회 때 여론이 유리하게 돌고 있다는 것은 느꼈다.”(이 총재의 한 측근인사)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반전을 시작하는 신호탄이라는 낙관적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격에 나서자 낙관론은 우려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25일 “정권욕에 사로잡힌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취했다. 하룻동안 여론을 탐색한 민주당은 26일에는 “이 총재와 이 총무의 사전협의” 의혹을 제기하며 이 총재의 정계 은퇴와 이 총무의 당직 교체를 전면에 내걸었다. 특히 박상규 사무총장은 이 총재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탄핵소추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하는 형식을 빌려 “이 총재가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아버지의 예산 생가를 2억원이나 들여 복원한다는데 이는 반민족적인 행위”라고 공격한 것이다. 때마침 불거진 이 총재 부친의 예산 생가 복원문제를 친일문제로까지 확전시킨 것이다.
이 총재 부친 친일문제 불거지자… 뜻밖에 강공에 당황한 한나라당은 박 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하는 한편 이 총재를 탄핵 논란에서 분리하는 데 주력했다. 파문의 진원지인 이재오 총무는 “회의석상에서 처음 보고했다”며 “검토한다는 말도 못하냐”고 적극 진화에 나섰다. 몇몇 당직자들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격 빌미만 제공했다”며 이 총무를 비판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도 “총무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런 식은 당에 헬프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총재 부친의 친일이력 의혹을 은근히 부추기며 한나라당을 계속 압박했다. 고심하던 이 총재는 결국 27일 과감하게 발을 뺐다. 이 총재는 자신이 직접 주재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손해보는 한이 있어도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쟁에 휘말리지 말라”면서 확전하지 말라고 장시간 경고했다. 그는 특히 “회의에서 여러 논점을 마구 얘기하면 당론과 관계없이 정리되지 않은 발언이 나온다”면서 탄핵안을 주창한 이 총무를 질책했다. 이 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총재 발언 직후 “어쨌든 탄핵은 총재 뜻이 아니었다. 총재가 정리를 끝낸 만큼 더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핵론을 이 총무의 돌출행동 탓으로 떠넘기며 4일 만에 물러선 것이다. 이 총재가 총무 발언을 방조해 여론을 탐색하고, 여권을 압박하려다 위기에 몰리자 발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따랐다. 사실 탄핵사유로 든 대통령의 무능 실정은 법적으로 탄핵감이 되지 않는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이재오 총무가 탄핵소추를 주장한 뒤 취재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을 던지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이종근 기자)
이 총재 부친 친일문제 불거지자… 뜻밖에 강공에 당황한 한나라당은 박 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하는 한편 이 총재를 탄핵 논란에서 분리하는 데 주력했다. 파문의 진원지인 이재오 총무는 “회의석상에서 처음 보고했다”며 “검토한다는 말도 못하냐”고 적극 진화에 나섰다. 몇몇 당직자들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격 빌미만 제공했다”며 이 총무를 비판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도 “총무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런 식은 당에 헬프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총재 부친의 친일이력 의혹을 은근히 부추기며 한나라당을 계속 압박했다. 고심하던 이 총재는 결국 27일 과감하게 발을 뺐다. 이 총재는 자신이 직접 주재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손해보는 한이 있어도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쟁에 휘말리지 말라”면서 확전하지 말라고 장시간 경고했다. 그는 특히 “회의에서 여러 논점을 마구 얘기하면 당론과 관계없이 정리되지 않은 발언이 나온다”면서 탄핵안을 주창한 이 총무를 질책했다. 이 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총재 발언 직후 “어쨌든 탄핵은 총재 뜻이 아니었다. 총재가 정리를 끝낸 만큼 더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핵론을 이 총무의 돌출행동 탓으로 떠넘기며 4일 만에 물러선 것이다. 이 총재가 총무 발언을 방조해 여론을 탐색하고, 여권을 압박하려다 위기에 몰리자 발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따랐다. 사실 탄핵사유로 든 대통령의 무능 실정은 법적으로 탄핵감이 되지 않는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