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1980년대 텔레비전에서 틀어주던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습니다. ‘크면 저렇게 공부해야 하나’ 걱정이 컸지만, 소년은 공부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고 하버드대에도 가지 않았습니다(못했습니다). 요즘 방송대학TV(OUN)에서 다시 틀어주는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보고 있는데 킹스필드 교수와 로스쿨생 하트의 신경전은 역시 재밌네요. 사실 저는 소년 시절 같은 방송사에서 틀어줬던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미드가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공부보다는 노는 게 좋죠. 21세기 들어서는 텔레비전에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라는 드라마가 방영됐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탤런트 김태희였는데, 김태희가 하버드대 나왔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만.
10·26 재보선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로 시작부터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랬다지요. “20~30대의 투표율을 낮추려면 박원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해야 하고, 그러자면 앞으로도 네거티브 공세가 불가피하다.” 뭐, 그러세요. 언제는 안 그랬나요. 그런데 이 와중에 ‘하버드대’가 네거티브의 선봉에 섰습니다. 하버드대를 다녔다는 두 사람이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하버드 로스쿨 객원연구원 경력을 의심하고 나선 겁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안형환 대변인과, 무적자인지 무법자인지 헷갈리는 한나라당 출신 ‘성희롱’ 강용석 의원이 주인공들입니다.
한국방송 기자 출신으로 초선인 안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하버드대 허위 학력 기재 혐의 등으로 기소돼 무려 7번의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은 의원 임기의 절반인 2년여를 끌었고, 사건은 대법원을 2번이나 갔다 왔고 의원직 상실형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벌금 80만원(100만원부터 의원직 상실)을 받고 기사회생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을 뿐인데도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재직했다고 거짓으로 기재하고, 1년에 불과한 하버드대 대학원 수학 기간을 빠뜨리고 졸업이라고만 쓴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죠. 다른 혐의들은 유죄와 무죄를 오갔지만 하버드대 관련 혐의만은 재판 내내 유죄였습니다. 최근 안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저도 하버드 좀 다녀봤지만”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아, 예, 다녀는 보셨죠.
강 의원은 어떤가요. “한국 하버드 총동창회 총무를 맡고 있다”는 강 의원의 학력은 박원순 후보가 만든 참여연대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합니다. 강 의원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집행위원으로 있던 2001년, 당시 경제개혁센터 위원장이던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추천장을 들고 하버드대에 들어갔다네요. 당시 참여연대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지요. 성희롱으로 당에서는 쫓겨났는데 하버드 총동창회에서는 쫓겨나지 않았나 봅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요즘 다시 <하버드대학의 벌레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 나네요. 아, 오타인가요. 벌레들이 아니라 공부벌레들. 젠장.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안형환 대변인. 한겨레21 탁기형 선임기자
강용석 의원. 한겨레21 탁기형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