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16일 서울 서소문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앞두고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서명지가 담긴 상자 앞에 서 있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오 시장은 “이기는 길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반면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느 안이 채택되든 100% 따를 것”이라면서도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지 숙고할 것”이라고 직답을 피했다. 서울시는 주민투표가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넘어 오 시장에 대한 지지를 묻는 투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 시장의 적극적인 지지층이 결집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과장은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투표지만, 사실상 오세훈 시장에 대한 신임을 묻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한쪽에서 ‘오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공격하고 이를 방어하는 양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승리’를 자신한다. 오 시장은 “3분의 1이 투표장에 나오면 6 대 4로 이긴다”고 예상했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도 “올해 초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65%가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며 “이번 투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머뭇거리는 위험한 도박 그럼에도 걱정은 있다. 서울시 1급 공무원은 “투표에서 이기려면 한나라당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나라당 지역위원회가 이번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 투표를 독려해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도 오 시장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이다. 한나라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남경필 의원은 6월17일 공개 편지를 보내 “주민투표가 갈등의 끝이 아닌 더 큰 갈등의 시작”이라며 “주민투표를 하지 않고도 야당 지도부와 만나 서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을 이뤄낸다면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국민도 박수쳐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또 한나라당의 한 서울시 의원도 “주민투표 실시 과정에서 한나라당 서울시당 쪽과 거의 협의가 없었다”며 “오 시장은 여론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어차피 오 시장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전망도 많다. 고성국 평론가는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투표 거부 운동을 펼치면 투표율을 높이기 어려워 투표함을 열기 힘들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민주당 등 야당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우선 서명부 열람을 통해 무효 서명을 가려낼 것”이라며 “이후 투표가 발의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의회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을 준비해온 시민단체와 야당이 논의해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투표를 무시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투표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도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여지를 뒀다.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배옥병 본부장은 “서울에서도 점점 무상급식이 늘어가고 있다”며 “182억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해 오 시장의 대권 놀음에 아이들 밥그릇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본부장은 “대책위를 꾸려서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6월20일 긴급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서명용지 검사해야 투표는 오는 8월20일께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만 19살 이상 서울시 주민투표권자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과 ‘저소득층 50% 단계별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묻게 된다. 투표가 실시되려면 먼저 국민운동본부가 접수한 서명용지를 검사해야 한다. 서울시는 7월6일까지 서명이 유효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 동시에 시청과 각 구청에 청구인 서명부 사본을 두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뒤 이의신청을 받는다. 그 뒤 시의원과 변호사, 교수, 공무원 등 11명으로 이뤄진 주민투표 청구심의회에서 서명부가 유효한지와 접수된 이의신청이 타당한지를 검토해 과반수 찬성으로 주민투표 요건을 심사·의결해 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