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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벌 개혁 뉴플랜 나올까

참여정부 재벌 개혁 실패에도 대기업 정책 소홀했던 민주당… 말잔치만 하다 이제야 새 개혁안 마련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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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1 14:55 수정 : 2011-05-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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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성장만능 시장경제, 토건국가 모델, 대기업 편향 정책을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10년, 20년 후를 준비하는 미래세력으로 한반도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지난해 1월 민주당이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의 첫 대목이다. 하지만 재벌 개혁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은 부실하다.

말만 풍성한 재벌 개혁

뉴민주당 플랜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성하며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교육, 일자리, 통일·외교·안보, 사회복지·보건, 노동, 중소기업, 환경·에너지 등 6개 분야에서 대기업 정책은 ‘대기업의 부당한 불공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항목이 유일하다. 또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모델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불공정거래에 대한 사전예시제 도입 △대기업 규제 완화를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성과에 연계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최근 재벌 개혁에 관한 정책을 고심 중이다. 지난 5월4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앞줄 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참여정부는 대기업 정책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제 도입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재벌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 재벌 개혁을 내걸고 집권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쓸 만한 기업은 거의 4대 재벌로 편입됐다는 지적이 있을 만큼 경제력 집중이 심화돼 사회 통합을 해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재벌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집권 초기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제, 증권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등 성장기조 쪽으로 쏠렸다. 이 때문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등 개혁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런 낮은 성적을 승계한 민주당에서도 재벌 개혁에 대한 ‘말잔치’만 요란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라디오 연설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국민적 성원과 정부의 보호 속에서 특혜를 받으며 성장했다”며 “대기업은 잘되는데 국민경제·서민경제는 나빠져만 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의 대기업과 부자들, 특권층들은 다수의 서민 중산층과 힘을 합해 사는 것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장주의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속에서, 법을 지키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만 꽃을 필 수가 있다”며 “가격담합·불법로비·뇌물향응 등 반칙으로 얼룩진 경제는 시장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강한 신념이 필요해”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이제서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의와 복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대기업 정책을 포함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른바 재벌 개혁과 관련해 심각성을 갖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선거에서 다른 야당과 공조해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정책에서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정책 연합을 통해 개혁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재벌 개혁 정책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자 감세와 (대기업) 규제 완화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정책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재벌 개혁 안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참여정부 초반에는 신용카드 대란 등 경제 사정이 여의치 못했고, 후반기에는 재정경제부·대기업·보수언론 등에 포위돼 재벌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며 “재벌 개혁은 부분적인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대통령의 강한 신념과 세밀한 정책을 입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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