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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마침내 재선거를 치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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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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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을 후보 선정 여야 골머리… 필승의 카드는 어디에도 없네

사진/ 재선거를 ‘쟁취한’ 민주당 동대문을 허인회 위원장. 그는 후보로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장철규 기자)
여야 정치권이 오는 10월25일 치러질 동대문을 재선거 출마후보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동대문을 지역구는 지난해 4·13 총선 때 5선의 한나라당 김영구 의원이 민주당 허인회 위원장을 3표차로 눌렀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6월1일 대법원이 ‘김 의원쪽이 친인척 등 14명을 위장전입했고, 허 후보쪽은 9명을 위장전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선거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철 전 의원과 허인회 위원장 맞붙나

최근까지도 재선거에서 김 전 의원과 허 위원장이 재격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7월3일 5선 경력의 김 전 의원이 갑작스레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를 또 치를 생각을 하니 너무 힘들어 못하겠다. 가족들의 반대도 아주 심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허인회 후보와 대학 선후배 사이인 서울 북부지청 모 검사의 부탁으로 허 후보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뒤 딱 사흘 만에 대법원에 (허 후보의) 소송이 들어왔다”면서 “20여년간 정치를 했지만 지금처럼 정치 자체에 깊은 환멸을 느낀 적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 위원장에 대한 배신감도 불출마 결심의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허 위원장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물러나면서 딴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는 출마후보 선정에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재선거가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한 만큼 필승의 카드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적절한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애초 박계동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이 고사해 난관에 부닥쳤다. 박 전 의원은 기자에게 “당에서 출마 의사를 물었지만 나는 동대문을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면서 “내년 4월 보선 때 종로에 출마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급히 홍준표 전 의원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홍 전 의원도 경남의 한 지역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나라당의 꼬마민주당 출신인 이철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우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전 의원은 기자에게 “아직 당의 공식제의는 없었지만, 이 시대에 내가 꼭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출마 뜻을 내비쳤다. 이 전 의원은 지난 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 전 의원의 경쟁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이철 전 의원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기는 했지만 동대문을 지역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대선을 생각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좀더 비중있는 뜻밖의 외부인사를 영입해 출마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허 위원장이 일단 후보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자리를 굳힌 것은 아니다. 민주당 한 핵심인사는 “허인회가 386 대표주자 이미지를 내세워 동대문을 지역구에서 일궈낸 성과가 적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동교동과 가깝다는 것과 낙선 직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넙죽 절하는 모습 등 정치적으로 노회하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6일 오후 한때 민주당 안팎에서 ‘김중권 대표 출마설’이 나돈 것도 이런 맥락이다.

허 위원장도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 출마설이 나돈 6일 오후 허 위원장은 당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김중권 대표, 박상규 사무총장, 동교동계 핵심인사인 최재승 문광위원장 등을 만나 후보자격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허 위원장은 이후 기자에게 “김중권 대표가 그런 일(김 대표가 출마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면서도 “도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 얘기 좀 해달라”고 말하는 등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특히 “그런 일이 생기면 여권은 필패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무소속으로 나오더라도) 5%는 나올 텐데. 그럼 어려운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내보낸다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뜻을 비쳐 배수진을 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동대문을 재선거에 장화식 사무금융노련 정책담당 부위원장을 출마시키기로 했다. 오는 7월21일 동대문·중랑지부 총회에서 당원들의 직접 선거로 공식 후보로 확정할 예정이다. 장 부위원장의 출마도 허 위원장에게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장 부위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허 위원장의 운동권 1년 선배다. 민주노동당은 “허 위원장이 보수정당에 발을 들였지만, 장 부위원장은 노동운동 현장에 계속 머물러 운동권의 순수성을 지켜왔다”며 벌써부터 허 위원장과 차별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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