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10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대표 이·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한겨레 정용일
이에 비해 통합파는 설혹 민주노동당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진보정치 세력의 ‘생존’을 위해선 2012년 대선 전에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1~2%대 당 지지율에 그치는 진보신당의 홀로서기로는 대선에서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부대표가 대표적인 통합파로 분류된다. 그는 “‘사회연대 복지국가’ 건설에 동참하려는 정치 세력과 개인에겐 과거를 묻는 대신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려 하는지 물어야 한다”며 “진보대통합정당으로 2012년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하고, 대선에서 통합정당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회찬 전 대표도 10월13일 퇴임 인사차 민주노동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에게 “새로운 진보 정당으로 나아가는 데 양당의 새 지도부가 손을 잡아야 한다”며 “(통합정당 논의의) 불이 잘 붙도록 부채질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자파도 정치연합 부정하진 않아” 민주노동당은 지난 9월 ‘진보정치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정희 대표는 노회찬 전 대표에게 “진보 정당 통합에 대해 이미 모든 국민들께서 ‘전제조건 없다. 통합해서 힘을 합쳐야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계신다”며 “내년 상반기에라도 (통합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이 문제삼는 ‘종북주의’를 놓고선 “없는 종북주의를 어떻게 청산하라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종북주의적 태도를 ‘반성’하라는 것은 진보신당의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두 당의 태도다. 이정희 대표는 10월8일 “북한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나의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승수 대표는 10월12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중요한 현상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모든 정치 세력의 기본적 의무다. 발언하지 않는 것은 어떤 논리로 설명해도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독자파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세습 문제를 계기로 민주노동당에서도 ‘북한 논쟁’이 벌어지길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들과 같이 당을 하는 건 어려운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쉽게 말해 통합을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먼저 변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대한 태도와 통합은 별개의 문제”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당장 조승수호 진보신당이 선택할 길은 독자파와 통합파 양쪽 모두의 동의를 얻은 ‘반신자유주의 정치 연합’, 즉 선거 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민주노동당, 사회당, 진보교수연합, 진보적 시민운동 진영 등에 ‘반신자유주의 정치 연합’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합정당 건설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독자파가)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더라도 정치 연합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다. 정치 연합은 이견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새 지도부가 곧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갈수록 진보통합 거센 압력 하지만 끝까지 진보신당이 통합정당의 길을 가지 않으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우선 보편적 복지를 매개로 진보 진영이 통합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압력이 거세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포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 대표적이다. ‘반이명박 전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보·개혁 진영의 요구도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실험한 ‘5+4 회의’의 경험을 살려 진보개혁 진영이 하나로 뭉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당론이며, 민주당 일부 지도부는 “우리가 왼쪽으로 가면 진보 정당과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최소한 진보신당에 가해지는 통합의 압력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강해질 수 있다. 게다가 진보신당 안에서도 “통합 진보 정당으로 가는 ‘과도정당’인 진보신당이 얼마나 더 존속할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은 존재한다. 진보신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렇게 전망했다. “통합은 당원·지지자가 보기에도 ‘시너지가 크겠다. 자주파(민주노동당)와 평등파(진보신당)가 같은 당 안에서 건전한 경쟁을 벌이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가능할 것이다. 2012년 총선 전에 그때가 온다면 가장 좋겠지만 누구도 시기를 못박을 순 없다. 결국 대표단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전망했다. 진보신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