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연합을 놓고 시민사회와 각 정당은 각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연합 방법을 놓고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야당·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한 데 모여 부도덕·부적격 공직 후보자 사퇴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그렇다면 진보대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민주노동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성희 최고위원은 ‘노동자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 선언을 지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노동을 중심으로 총단결하자”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하는 민주당은 당연히 연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 ‘창업주’인 권영길 의원은 3월30일 국민대 특강에서 진보신당과의 합당을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도 포함하는 반이명박 연합 그런데 지난 7월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희 의원은 좀 다르다. 7월30일 당 대표 취임사다. “유연한 진보로 2012년 정권교체를 이루겠습니다. 야권 연대의 수준을 높이고 폭을 넓혀야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을 애태울 수 없습니다. 헌신하고 희생해온 민주노동당이 이제 야권 연대를 선도해가겠습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등이 민주당을 포함해 진보개혁 진영이 모두 모이자고 주장하는 ‘큰집론’(814호 표지이야기 ‘연합정당이란 큰 집을 짓자’ 참조)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정희 대표는 이를 ‘반이명박 연합’이라고 표현한다. 당 안에선 “그렇게 가다간 민주당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체로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진보 정당 통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쥔 민주노동당이 정작 진보대연합보다는, 선거 연합이나 연립정부 운영과 같은 민주당과의 연대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런 주장에 호응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전당대회에 나선 주자들은 너나없이 2012년 총선·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내걸며 진보 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한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민주진보 세력의 넓은 고민과 실천을 담아낼 수 있는 큰 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동영 의원은 “가치연합과 복지동맹에 기초한 통 큰 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은 “낮은 수준의 연대로 2012년 대선에서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은 어렵다”며 “진보개혁 세력 전체를 아우르는 진보개혁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인영 전 의원도 8월26일 광주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 광주·전남 지역이 민주진보 세력 대통합 정당 건설을 위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연대든 통합이든 민주당의 고민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국민참여당, 더 정확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8월23일 ‘미래마당’ 토론회에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유 전 장관에게) 개인적인 신뢰는 없고, 현실적 힘은 있고, 민주당 입장에서 보자면 연합을 하게 되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경기지사 선거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참여당이 특정 개인 중심으로 정치적 상황을 전개한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참여당과의 연대·통합 논의는 피해갈 수 없는 노릇인데, 이 경우 민주당 대선후보군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유 전 장관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다. 국민참여당도 민주당과의 통합을 마뜩잖아한다. 같은 토론회에서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우리 당원의 90%가 탈당할 것”이라며 “‘선 진보 연합, 후 민주당 견인’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대선 전에 통합 목표 한편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 시민사회 일각에선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제3지대에서 새로운 야당을 만드는 ‘제3지대 단일야권정당론’을 편다. 시민 100만 명이 단일 정당에 참여하는 ‘민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백가쟁명 속에서도 2012년 총선·대선에서 또다시 한나라당에 패배하지 않으려면, 그 전까지 통합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잘될까? 꿈을 꾸다 보면 개꿈도 꾸지만 예지몽도 꾼다. 진보의 재구성, 예지몽이 될 수 있을까? 또 한 번 꿈을 꾼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