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보수·개혁세력 다시 맞붙어… 첨예한 갈등 봉합 못하고 냉가슴 앓아
6월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내 보수와 개혁세력의 대표격인 김용갑 의원과 김원웅 의원이 갑자기 맞고함을 질렀다.
“당이 잘 돌아가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냐. 그러려면 차리리 당을 나가라.” ‘원조보수’를 자처해온 김용갑 의원이 앞자리에 앉은 김원웅 의원을 먼저 자극했다. 김원웅 의원도 즉각 반격했다. “지금이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시대냐. 정작 나갈 사람은 당신 같은 옛날 사람이다”…. 한동안 얼굴을 붉히던 이들은 동료의원들의 만류로 일단 언쟁을 멈췄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이 이후 당내 보수성향 의원 결집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용갑 의원은 김기춘, 이상배 의원 등 보수성향 의원 33명에게 6월25일 긴급 모임을 제안했다. 김용갑 의원은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수세력이 맏형 같은 심정으로 진보세력의 돌출행동을 참아왔지만, 이제 맏형으로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5일 모임에서 개혁성향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한 크로스보팅 요구에 대한 대책과 함께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건건 갈등…이 총재는 어물쩍 넘겨
개혁성향 의원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김원웅 의원쪽은 “김용갑 의원 등이 최근 공정한 논쟁을 넘어 욕설을 퍼붓거나 의원총회장에서 퇴장하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개혁 의원들의 신념을 꺾으려 한다”면서 “두고만 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19일 본회의장 언쟁은 여야 사이에 논란거리인 북한 상선 영해침범사건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보혁 양쪽의 뿌리깊은 불신과 당내 입지를 더욱 굳히려는 보수성향 의원들의 계산이 녹아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영해침범사건 발생 직후 “햇볕정책을 위해 안보를 내줬다”며 여권을 집중 공략했다. 특히 그동안 대표연설 등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의미가 없다”면서 보수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 총재의 이런 변화에 보수성향 의원들은 반색했다. ‘개혁적 보수’를 표방해온 이 총재가 “보수의 기치를 분명히 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런데 이부영 부총재와 김원웅·김부겸·조정무 의원 등 개혁성향 의원들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개혁성향 의원들은 6월19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열고 “당이 강경대응을 계속할 경우 ‘반통일 세력’으로 각인된다”면서 이날 오후 열리는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부영 부총재와 김원웅 의원이 총대를 멨다. 특히 김원웅 의원은 의총장에서 “눈앞의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데 급급하고, 이런 (보수)색깔이 한나라당에 침착됐을 때 집권 뒤 남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노선전환을 요구했다. 이 발언에 보수성향 의원들이 분노했다. 김용갑·이방호 의원 등 10여명은 “무슨 소리냐”, “공산주의자 아니냐”, “들을 필요도 없다”고 외치며 집단퇴장했다. 김용갑 의원은 이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원웅 의원을 향해 잘 나가는 당을 망치지 말고 떠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보수성향 의원들이 그동안 햇볕정책, 국가보안법 개정안, 국가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태도 등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해온 개혁성향 의원들과 더이상 한솥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실제 보수성향 의원들은 이 사건 이후 당 지도부에 “개혁성향 의원을 출당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용갑 의원은 “우리편 축구선수가 우리 골대에 공을 넣으면 어떻게 하느냐. 당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국민 지지를 얻어야 하는 만큼 대전정국까지 애매한 상태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잇따른 갈등 못본척 하며 끌고갈 수밖에 반면 개혁성향 의원들은 이 총재의 보수성을 더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은 6월21일 여야 개혁성향 의원과 재야 인사의 모임인 ‘화해전진 포럼’에서 이 총재의 최근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이 부총재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하면서 “군비통제를 위한 노력과 휴전선 주변에 배치된 장거리 포대를 후방으로 철수 재배치하는 협상부터 시작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양쪽의 갈등이 심화되자 이른바 ‘퓨전이론’에 따라 보혁 양쪽을 모두 달래온 이회창 총재의 고민은 더 커졌다. 김만제 정책위 의장 등 지도부는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혁 모두 상대에 대한 공격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정확한 대북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보혁 어느 한쪽 얘기만 듣고 한쪽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애매하다는 비판이 쏟아져도 양쪽 모두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끌고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맞붙은 보혁세력의 대표주자들. 한나라당 김원웅(오른쪽)의원과 김용갑 의원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이종근 기자)
개혁성향 의원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김원웅 의원쪽은 “김용갑 의원 등이 최근 공정한 논쟁을 넘어 욕설을 퍼붓거나 의원총회장에서 퇴장하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개혁 의원들의 신념을 꺾으려 한다”면서 “두고만 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19일 본회의장 언쟁은 여야 사이에 논란거리인 북한 상선 영해침범사건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보혁 양쪽의 뿌리깊은 불신과 당내 입지를 더욱 굳히려는 보수성향 의원들의 계산이 녹아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영해침범사건 발생 직후 “햇볕정책을 위해 안보를 내줬다”며 여권을 집중 공략했다. 특히 그동안 대표연설 등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의미가 없다”면서 보수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 총재의 이런 변화에 보수성향 의원들은 반색했다. ‘개혁적 보수’를 표방해온 이 총재가 “보수의 기치를 분명히 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런데 이부영 부총재와 김원웅·김부겸·조정무 의원 등 개혁성향 의원들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개혁성향 의원들은 6월19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열고 “당이 강경대응을 계속할 경우 ‘반통일 세력’으로 각인된다”면서 이날 오후 열리는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부영 부총재와 김원웅 의원이 총대를 멨다. 특히 김원웅 의원은 의총장에서 “눈앞의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데 급급하고, 이런 (보수)색깔이 한나라당에 침착됐을 때 집권 뒤 남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노선전환을 요구했다. 이 발언에 보수성향 의원들이 분노했다. 김용갑·이방호 의원 등 10여명은 “무슨 소리냐”, “공산주의자 아니냐”, “들을 필요도 없다”고 외치며 집단퇴장했다. 김용갑 의원은 이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원웅 의원을 향해 잘 나가는 당을 망치지 말고 떠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보수성향 의원들이 그동안 햇볕정책, 국가보안법 개정안, 국가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태도 등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해온 개혁성향 의원들과 더이상 한솥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실제 보수성향 의원들은 이 사건 이후 당 지도부에 “개혁성향 의원을 출당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용갑 의원은 “우리편 축구선수가 우리 골대에 공을 넣으면 어떻게 하느냐. 당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국민 지지를 얻어야 하는 만큼 대전정국까지 애매한 상태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잇따른 갈등 못본척 하며 끌고갈 수밖에 반면 개혁성향 의원들은 이 총재의 보수성을 더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은 6월21일 여야 개혁성향 의원과 재야 인사의 모임인 ‘화해전진 포럼’에서 이 총재의 최근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이 부총재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하면서 “군비통제를 위한 노력과 휴전선 주변에 배치된 장거리 포대를 후방으로 철수 재배치하는 협상부터 시작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양쪽의 갈등이 심화되자 이른바 ‘퓨전이론’에 따라 보혁 양쪽을 모두 달래온 이회창 총재의 고민은 더 커졌다. 김만제 정책위 의장 등 지도부는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혁 모두 상대에 대한 공격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정확한 대북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보혁 어느 한쪽 얘기만 듣고 한쪽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애매하다는 비판이 쏟아져도 양쪽 모두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끌고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