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한나라당 의원(가운데)이 7월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대생 성희롱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사건 이후 최 전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여성계 등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08년 총선 때는 강원 동해·삼척 지역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원천적 대책 없이 개인 처벌로 덮으려 해 최근 여권 일각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강재섭 전 대표는 2007년 1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짙은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새해를 맞아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거론하며 “요즘 조철봉(강안남자의 주인공)이 왜 그렇게 섹스를 안 하냐”며 “아무리 그래도 한 번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는 다음날 “경위를 불문하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변인을 통해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를 무마했다. 2003년 12월23일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여야 대치 중이던 당시 이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겨냥해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날 좀 주물러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박계동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3월 말 서울 강남의 술집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도 성희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선을 앞둔 2007년 8월28일 그는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도 좋다”는 말로 물의를 빚었다. 이른바 ‘마사지걸 발언’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내가 아니라 45년 전 선배가 한 이야기”라며 빠져나갔다.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소속 인사의 성희롱 사건이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건 여성 인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평균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제작한 ‘여성 비하 동영상’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인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한나라당의 ‘선거탐구생활’을 보면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어요’ ‘드라마는 재방·삼방도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 보는 여자’ 등의 표현이 나온다. 하나같이 여성단체의 비판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이 문제되자 서둘러 삭제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수습했다. 성매매와 성접대 등 왜곡된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적 농담을 일삼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여기자 성추행 사건 직후 내뱉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말은 여성단체가 기억하고 있는 ‘주요 망언’이다. 한나라당의 사건 처리 과정도 지적받아야 할 대목이다. 최 전 사무총장 사건 직후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의 몇몇 관계자는 “평소 인품을 보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술에 너무 취해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동정론을 제기했다. 성희롱 사건의 원인을 술 탓으로 돌리거나 개인적 실수로 여기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직후 한나라당이 취한 태도도 썩 매끄럽지 않다. 사건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김무성 원내대표는 7월22일 “강 의원의 실언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큰 잘못이었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벌인 제명 처분을 했다”며 “우리가 의원총회를 열어 강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결을 해야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접대에 익숙한 사람이 많아서인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강 의원 개인의 선택, 즉 자진 탈당을 요구한 발언이었다. 강 의원 사건이 터진 직후 한나라당의 대응은 이처럼 주로 강 의원 개인의 처벌 위주로 이뤄졌다. 유사 사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유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구성원 가운데 성접대 등 왜곡된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한나라당은 강용석 의원을 내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성 관련 인식 제고와 여성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