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원 경기 과천시의원 당선자(왼쪽 사진·서형원 의원 제공), 유병철 대구 북구의원 당선자(가운데 사진·한겨레 박주희 기자), 정정섭 전라남도 광역의원 당선자(구례군·오른쪽 사진·정정섭 당선자 제공).
이번 지방선거엔 정정섭 당선자 같은 무소속의 풀뿌리 후보 17명이 도전장을 냈다(<한겨레21> 800호 ‘세상을 바꾸는 동네 한 바퀴’ 기사 참조). 전국 16개 지역운동 단체의 연대체인 ‘풀뿌리 좋은정치 네트워크’가 추천한 이들은 대부분 10~20년씩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운동을 해왔다. 이 가운데 정 당선자, 서형원 경기 과천시의원, 유병철 대구 북구의원 당선자 이렇게 3명이 당선됐다. 풀뿌리 지방의원 30여 명이 배출된 2002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기초의원 후보까지 정당공천제를 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풀뿌리 무소속 후보 3명의 당선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풀뿌리 후보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돈과 조직력에서부터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밀린다. 이를 보완할 수단은 지지자의 열정과 자발성 밖에 없다. 한나라당 말고는 ‘불모의 땅’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유병철 당선자가 ‘기적’을 일으킨 것도 이런 열정이 밑거름이었다. 그가 운영한 청소년자원봉사자학교·새터입시학원 출신 제자와 탁아방·공부방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 ‘감나무골 나눔과 섬김의 집’ 사람들이 날마다 30~40명씩 골목골목 그를 따라다니며 응원했다. 거리 유세를 할 때도 먼저 호응하고 함성을 보내주는 사람이 이들이었다. ‘조직선거’만 보던 주민들에겐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유 당선자는 “(당연히 한나라당이 될 거라 생각해) 별로 관심 없던 유권자들이 우리가 유세하는 걸 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투표하러 나온 걸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서형원 과천시의원은 풀뿌리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것도 1등으로 됐다. 득표율 26.8%(4580표)로 2등인 이경수 한나라당 후보(3846표)와 4.3%포인트 차이였다. “한나라당이 싫으면 민주당으로, 민주당이 못하면 한나라당으로 몰려가는 것 같지만, 생활정치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면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것 같다”는 게 서 의원의 풀이다. 그런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풀뿌리 낙선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안타깝다. “후보의 자질, 정책, 청렴성, 열의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후보들이 정당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몇 번이나 더 이런 도전을 반복해야 할지, 이들 처지에선 답답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풀뿌리 정치의 바탕은 유권자가 만든다 그래도 희망을 놓긴 이르다. 강원 속초시의원 선거에선 엄경선 후보가 48표 차로 떨어졌다. 서울 도봉구의회 선거에선 이창림 후보가 25.5%(8267표)나 얻었다. 유권자들이 풀뿌리 정치에 ‘종잣돈’을 만들어준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02년 자치운동 사례들을 엮어 낸 자료집의 제목처럼 “풀뿌리는 느리게 질주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