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윤운식 기자
-검찰 수사와 서울시장 출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나. =총리까지 지낸 만큼 유능한 후배들이 일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뒤를 밀어주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임박해오면서 당선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기대와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출마 결심을 굳혀가는 과정이었는데, 검찰의 탄압과 시련을 겪으면서 더욱 굳어졌다. -장관과 총리를 지냈지만 국정과 시정은 다르지 않나. =국정과 시정은 규모와 내용은 다르지만 행정이라는 기본 맥은 같다. 부처 간 이견과 갈등을 조정해 내각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험이 시정에 도움이 될 거다. 서울시장이 되면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러 언론에 한 전 총리와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의 가상대결 여론조사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오 시장보다 불리하지 않을까. =4년 동안 시장을 지낸 분과 이제 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다를 것이다. 오 시장이 세밀한 정책 부문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나 숫자가 아니라 기본 철학과 의지, 신뢰성이다. 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와 교육 정책을 잘 펼칠 것인가, 누가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가, 누가 신뢰할 만한지가 중요하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오 시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연대해야만, 일대일로 붙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지만 시도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고 실제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성과가 있었다. 협상이라는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 난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단일화를 위해 직접 만나고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사람 중심 도시가 이런 것이구나, 내가 ‘사람특별시’에 살고 있구나 느끼게 하고 싶다. 대규모 개발 위주의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로 겉치레가 화려해졌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이 빠져 있다. 뉴타운이라는 꿈을 심어줬는데, 세입자는 물론 가구주도 부담 때문에 못 들어간다. 원주민 정착률이 너무 낮다. 헛된 꿈이었다. 서울시 홍보비로 1100억원을 쓰면서 아이들 무상급식에 쓴 돈은 전국 꼴찌였다. ‘사람특별시’의 핵심은 교육과 복지, 일자리다. 교육과 복지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생긴다. 사회적 투자다. -한나라당은 “이미 무능하다고 판명된 세력에게 다시 정권을 주겠느냐”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절반 정도 지났다. 한나라당이 집권해 정치하는 것을 보니 유능하지 않더라. 실업률이 높아졌다. 일자리가 없고 청년들한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다시 공안통치, 공포정치의 시대로 돌아갔다. 남북관계는 긴장이 높아졌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고, 재난방지·위기관리에 구멍이 난 것 아닌가 하는 국민적 평가가 있다. -총리로 몸담았던 참여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불러들인 공신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우리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점, 그래서 국민께 큰 고통을 안긴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한 마음이 깊다. 현 정부는 민주정부 10년의 여러 성과를 짓밟고 거꾸로 가고 있다. 그 결과를 우리가 보고 있지 않나.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점이다. -지방선거일 직전인 5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기념행사가 많이 열린다. 추모 열기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에 대한 생각은. =추모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이다. 추모는 추모고 선거는 선거다. 지난해 수백만 명의 추모 행렬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슷한 고초를 겪어봐서 잘 안다.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