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지지 얻기 위해 대학강연 할때마다 발목잡아 “고민되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최근 ‘한총련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 총재는 이른바 ‘대세론’ 확산을 통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면 ‘탈정치’ 또는 ‘반DJ’ 성향을 보이는 젊은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게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총재의 핵심 측근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기존 고정표를 넘어 뭔가 새로운 표를 끌어와야 하는데, 그 발화점을 대학생 등 젊은 유권자로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층으로 지지기반 확산을 갈망하고 있다. 젊은이들과 스킨십 기회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쏟아내고 있다. 젊은 직장인과의 만남, 머리염색을 통한 젊은 이미지 강조, 일요일마다 캐주얼 입기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대학강연이다. 지난해 초부터 이른바 ‘대학강연 정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대학생들에게 정치적 소신과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인 때문이다. 더욱이 이인제, 노무현 의원 등 여권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대학의 인기초청 강사로 전국을 누비며 젊은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은 이 총재의 대학강연 욕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길목에 중대한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한총련이다. 한총련은 이 총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스킨십 확대 전술을 중간에서 가로막고 있다. 이 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한총련 때문에 정말 괴롭다”면서 이렇게 볼멘소리를 했다. “한총련은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이 총재를 공안검사 출신으로 몰고 대우노동자 탄압 주범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나쁜 것은 모두 이 총재에게 갖다 붙인다. 이 총재에 대한 단순 반대나 자기 의견 표출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 총재를 낙인 찍은 뒤 학생들과 접촉기회를 사사건건 봉쇄하고 있다. 때문에 젊은층 지지세력 확대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한총련은 이 총재가 대학강연을 시도할 때마다 방해세력으로 나타난다. 강연을 무산시키거나 맥을 빼고, 결국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학강연 막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
지난 5월22일 건국대 특강이 무산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총재는 이날 저녁 이 대학 행정대학원 특강을 위해 나섰다. 그러나 총학생회 소속 100여명의 학생들이 정문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반통일 반민주 반민족 보수우익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 민족건대 입장 불가”, “국가보안법 사랑하는 이회창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문을 통한 교내진입을 저지했다. 이 총재는 “정식 초청을 받은 만큼 정문으로 들어가 강의를 하겠다”면서 3시간30분 동안 승용차 안에서 버텼다. 그러나 끝내 정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지난 3월29일 충북대 강연 때는 “족벌언론 비호하는 이회창은 각성하라”고 외치는 학생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15일에는 강원도 한림대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오다 달걀세례를 받았다. 이어 9월5일 연세대 특강 때는 강의실로 들이닥친 시위대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특히 지난해 12월7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에서는 학생들이 가로막는 바람에 이 총재 경호원들이 학생들과 1시간 동안 승강이를 벌이다 폭력행사 시비까지 붙었다. 이날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교내 진입을 가로막는 학생들과 이 총재 경호원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머리를 다쳤다”면서 이 총재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이원창 의원(이 총재의 언론특보)이 학생들에게 ‘유감’이라는 사과문을 전달한 뒤에야 특강이 진행됐다.
이 총재는 한총련 등 학생들의 계속되는 저항에도 불구하고 대학강연이 갖는 전술적·상징적 중요성 때문에 이를 중요시해왔다. 몇몇 참모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학생들과 현장에서 즉석토론을 벌여 설득하거나, 강연장에서 질문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5월22일 건국대 특강 무산이 보여주듯 정면돌파 전술이 차츰 한계에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 총재는 최근 참모진들에게 “한총련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비서실장 등 이 총재의 핵심 참모들은 최근 한총련 해법을 찾기 위한 특별대책팀까지 꾸렸다.
이 총재의 고민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 인사는 “이 총재가 자기 색깔을 학생들 입맛에 맞게 바꿀 수는 없고, 한총련 학생들과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 적극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총련이 이 총재와 대화를 무작정 거부하고 있어 참 힘겹다”고 전했다. 이 총재쪽은 한총련 학생들을 향해 “건설적 대안은 적극 수용할 테니, 일단 진지하게 대화하자”고 호소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고심하는 이회창 총리. 젊은층 공략에 한총련은 ‘눈엣가시’다.(이용호 기자)
대학강연 막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

사진/ 몸싸움까지 벌어진 건국대 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