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800호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저는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씨와 거의 일치하는 좌표에 점이 찍히더군요. 의외였어요. 좀더 왼쪽 하단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정치인들이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정당이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영국 런던에서 독자 전수황) 이번 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로 △설문에 응한 정치인들 대부분이 자유주의 좌파 영역에 몰려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권위주의 우파 영역에 있는 등 세계 주요 정치인들의 좌표가 이상하다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설문 문항이 많다 등이다. 이번 조사는 폴리티컬컴퍼스의 동의를 구해 설문을 그대로 옮겨 썼다. 그러다 보니 아직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은 사안이나 주요 관심사가 아닌 문항도 포함됐다. 또 남북관계처럼 우리 사회에서 정치 성향을 구분짓는 데 중요한 설문이 빠졌다. 그럼에도 <한겨레21>이 이번 설문에 관심을 갖고 비중 있게 보도한 이유는, 복잡한 현실을 담기에 부족함이 있는 기존의 단선적인 정치 성향 조사(좌-우 모델)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몇몇 설문 문항을 한국 현실에 맞는 것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럴 경우 애초 설계된 폴리티컬컴퍼스 좌푯값을 어떻게 적용할지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일단 그 모델을 ‘원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한국 정치인과 세계 주요 인사들의 좌표상 격차는, 우파 성향 인사들조차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관여를 당연시해온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조사 방식의 차이도 있다. <한겨레21>은 이번에 주요 인사들이 설문에 직접 답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반면 폴리티컬컴퍼스는 자신들의 잣대로 세계 주요 인사들의 좌표를 설정했다. 선거 정책자료집, 발언, 의회에서의 투표 행위를 분석해 말보다는 ‘정치적 행위’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설문에 응한 한 정치인은 “어떤 응답을 하면 좌표상에 어떻게 나타날지 대략 가늠할 수 있어 답변하기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설문 결과는 실제 정치 성향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인들 설문과 실제 성향은 차이 있을 수도 800호 표지이야기에 대한 비판은 그대로 <한겨레21>의 숙제가 되었다. 이번 보도에 관심을 보인 학계, 조사전문기관 등과 함께 우리 현실에 맞는 정치 성향 좌표를 개발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