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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개혁세력 의기투합!

360
등록 : 2001-05-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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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과 시민·종교단체 연대모임 ‘화해와 전진 포럼’의 화려한 출범

사진/ ‘화해와 전진 포럼’출범식에 참석한 의원들과 시민·사회·종교단체 인사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각계 인사 95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함으로써 포럼은 출범과 동시에 그 비중을 인정받게 됐다.(이용호 기자)
민족화해와 지역주의 해소, 정당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개혁성향 의원들과 시민·사회·종교단체의 연대모임인 ‘화해와 전진 포럼’이 드디어 공식 출범했다. 올해 1월 초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과 김상현 민국당 최고위원이 “여야를 뛰어넘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찾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자”고 의기투합한 지 다섯달 만의 결실이다.

5월17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그 실체를 온전히 드러낸 포럼은 일단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무엇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각계 인사 95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함으써 포럼은 출범과 동시에 그 비중을 인정받게 됐다.

자유투표와 정당민주화의 기치를 들고


그동안 “개혁”을 외쳤던 정치권 인사들 대부분이 포럼의 깃발 아래 뭉쳤다. 현역의원만 45명에 이른다. 인적 구성도 탄탄하다. 준비모임을 주도해온 김근태·김원기·정대철·이부영·김덕룡 의원 등 여야 중진뿐 아니라 개혁성향 초재선과 원외인사가 다수 동참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김홍신·김원웅·안영근·서상섭·김영춘·김부겸 의원 등 이른바 ‘적극적 개혁론자’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당론을 거스르며 국가보안법 개정과 당내 민주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95년 ‘반3김’의 기치를 내걸고 꼬마민주당을 지켰던 박계동·유인태·이철 전 의원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 밖의 발기인도 대부분 신망높은 인사들이다. 종교계에서 함세웅·송기인·황상근 신부, 김진홍·김영운 목사, 법륜·명진 스님, 학계에서 양건(한양대)·이철기(동국대)·이필상(고려대) 교수, 법조계에서 차병직·조준희 변호사가 나섰다. 김윤수 민예총이사장, 시인 신경림, 영화배우 문성근, 만화가 이현세씨 등 문화계 인사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포럼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 문화, 종교 등 전 영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외연을 넓히는 1차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포럼의 틀 속에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민족화해와 지역주의 해소, 정당의 민주화 등을 이 시점에서 헤쳐나가야 할 당면과제”로 설정하고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는 자기희생”을 약속했다. 출범식 직후 토론에서도 정대철, 김덕룡 의원 등은 참여한 의원들을 향해 “당론에 맹종하지 말고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실천으로 자유투표를 확대하자”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은 앞으로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각종 현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사회 각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이런 주장을 볼 때 포럼이 내년 대통령선거는 물론 당장의 정치현실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들이 자유투표와 정당민주화를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여야 지도부와 조직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제3세력화나 신당창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럼을 주도해온 이부영 의원은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함께 정치개혁문제 등 시대적 과제를 공론화하는 중간지대로 위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성 정치권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세몰이를 벌이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몹시 신경쓰이는 눈치다. 이 총재는 “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뜻있는 분들이 모임을 만드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치세력화한다면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이 넘어서는 안 될 한계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치세력화 할 것인가

그러나 포럼에 참석한 한나라당 한 의원은 “포럼은 내용과 형식이 전혀 변하지 않는 현실정치에 대한 손질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결성된 자연발생적 모임인 만큼, 제3세력을 향한 흐름을 유도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참석 의원도 “대선을 전후해 어떤 정치적 변동이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포럼의 운신폭을 좁힐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함세웅 신부도 지난 5월4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창조적 정치문화 실현을 위해 외연을 넓히고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외연이 넓어진다면 제3세력화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출범식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포럼은 앞으로 외연확대 성과나 현실정치의 전개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그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돛을 올린 ‘화해와 전진 포럼’이 정치현실에 희망을 주는 ‘빛과 소금’이 될지, 과거 대선이라는 큰 파도를 앞두고 어김없이 일었던 수많은 잔파도에 그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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