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씨감자 보내기 위한 통일감자밭 김매기 행사…작은 성의가 북한 동포를 살린다
지난 5월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한강둔치에 마련된 4천여평의 감자밭에서 흥겨운 호미질이 시작됐다. 남북농업발전협력민간연대(농발협)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통일감자밭 김매기’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농발협과 통일문화재단 관계자, 서울대 농촌활동 동아리 ‘여름지기’ 학생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변형윤 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김매기에 앞서 “우리의 조그만 성의가 태평양처럼 넓게 퍼져, 북한 동포가 식량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길재 농발협 이사도 “이 운동이 민족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리의 소박한 꿈을 퍼뜨리자”고 맞장구쳤다. 참석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날 행사가 굶주린 북한동포를 돕는 국민운동으로 번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김매기에 나섰다.
감자밭 분양 대금으로 씨감자 재배
김매기 행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 98년 6월 전국농민회, 기독교, 불교, 원불교 단체 등이 모여 출범한 농발협이 북한동포의 굶주림 해소와 북한의 농업기반 확충을 위해 벌여온 ‘북한에 씨감자 보내기 운동’을 시민들에게 확산시키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이 운동이 첫 결실을 맺은 99년 북한에 전달된 씨감자는 150t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에 410t으로 늘었고, 올해 처음으로 1천t을 넘어설 예정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씨감자 보내기 운동이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농발협은 해마다 3월 초면 이곳 한강둔치를 서울시로부터 임대해 감자를 심는다. 올해도 지난 3월30일 4천여평의 둔치에 감자를 심었다. 지난해보다 1천평이나 넓힌 것이다. 그리고 한창 싹이 오른 이맘때부터 이 밭을 평당 2만원씩 일반시민들에게 분양한다. 시민들은 이곳을 자연학습장 삼아 농사짓고, 6월 말쯤 그 결실을 수확해 가져가는 기쁨을 누리면 된다. 하지만 이 자그마한 행동은 북한동포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농발협이 감자밭 분양대금으로 중국 지린성 옌볜자치주 투먼시의 한 협동농장에서 씨감자를 예약재배해 북한에 보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씨감자를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협동조합에서 재배한 뒤 북한주민들에게 배분한다. 올해 전달될 1천t의 씨감자가 남양협동조합을 거치면서 1만5천t의 식용감자로, 더 큰 결실을 맺는다. 이것은 세계식량계획(WFP)의 1일 최소영양권장량을 기준으로 볼 때 북한동포 1만5천명의 1년치 식량이다. 우리가 한강둔치 감자밭 1평을 사는 작은 행동이 이렇게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감자는 가장 효과적인 식량증산법 더욱이 씨감자 보내기 운동은 굶주림 해소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 농업자립기반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형진 연구원은 “감자농사는 북한의 농업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적인 식량증산법”이라고 평가했다. 쌀농사는 잦은 가뭄과 홍수, 논의 부족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북한 식량의 주축이었던 옥수수농사도 비료가 너무 많이 소모돼 별도의 비료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옥수수를 장기재배할 경우 땅이 더욱 황폐화한다. 하지만 감자는 옥수수도 자라기 어려운 자강도, 양강도, 함경남·북도 등 북한 북부내륙 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또 북한 남부지역에서는 쌀생산에 앞선 앞구루작물로도 재배가 가능하다.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98년부터 감자농사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감자증산쪽으로 농업정책을 바꿔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98년 60만ha에 이르던 북한의 옥수수 재배면적이 지난해 47만ha로 줄었고, 그 면적이 감자재배지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난해 400만t의 감자를 수확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올 한해는 수확목표를 두배로 늘려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약 80만t의 씨감자 공급이 필요하다. 안성호 농발협 총무부장은 “단돈 2만원으로 감자수확의 기쁨도 누리고 북한동포도 살릴 수 있다”면서 동참을 당부했다(문의: 02-708-4988).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김매기 행사를 하고 있는 농발협 회원들. 북한에 전달된 씨감자는 올해 처음으로 1천t을 넘어설 예정이다.(이용호 기자)
김매기 행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 98년 6월 전국농민회, 기독교, 불교, 원불교 단체 등이 모여 출범한 농발협이 북한동포의 굶주림 해소와 북한의 농업기반 확충을 위해 벌여온 ‘북한에 씨감자 보내기 운동’을 시민들에게 확산시키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이 운동이 첫 결실을 맺은 99년 북한에 전달된 씨감자는 150t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에 410t으로 늘었고, 올해 처음으로 1천t을 넘어설 예정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씨감자 보내기 운동이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농발협은 해마다 3월 초면 이곳 한강둔치를 서울시로부터 임대해 감자를 심는다. 올해도 지난 3월30일 4천여평의 둔치에 감자를 심었다. 지난해보다 1천평이나 넓힌 것이다. 그리고 한창 싹이 오른 이맘때부터 이 밭을 평당 2만원씩 일반시민들에게 분양한다. 시민들은 이곳을 자연학습장 삼아 농사짓고, 6월 말쯤 그 결실을 수확해 가져가는 기쁨을 누리면 된다. 하지만 이 자그마한 행동은 북한동포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농발협이 감자밭 분양대금으로 중국 지린성 옌볜자치주 투먼시의 한 협동농장에서 씨감자를 예약재배해 북한에 보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씨감자를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협동조합에서 재배한 뒤 북한주민들에게 배분한다. 올해 전달될 1천t의 씨감자가 남양협동조합을 거치면서 1만5천t의 식용감자로, 더 큰 결실을 맺는다. 이것은 세계식량계획(WFP)의 1일 최소영양권장량을 기준으로 볼 때 북한동포 1만5천명의 1년치 식량이다. 우리가 한강둔치 감자밭 1평을 사는 작은 행동이 이렇게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감자는 가장 효과적인 식량증산법 더욱이 씨감자 보내기 운동은 굶주림 해소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북한 농업자립기반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형진 연구원은 “감자농사는 북한의 농업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적인 식량증산법”이라고 평가했다. 쌀농사는 잦은 가뭄과 홍수, 논의 부족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북한 식량의 주축이었던 옥수수농사도 비료가 너무 많이 소모돼 별도의 비료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옥수수를 장기재배할 경우 땅이 더욱 황폐화한다. 하지만 감자는 옥수수도 자라기 어려운 자강도, 양강도, 함경남·북도 등 북한 북부내륙 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또 북한 남부지역에서는 쌀생산에 앞선 앞구루작물로도 재배가 가능하다.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98년부터 감자농사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감자증산쪽으로 농업정책을 바꿔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98년 60만ha에 이르던 북한의 옥수수 재배면적이 지난해 47만ha로 줄었고, 그 면적이 감자재배지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난해 400만t의 감자를 수확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올 한해는 수확목표를 두배로 늘려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약 80만t의 씨감자 공급이 필요하다. 안성호 농발협 총무부장은 “단돈 2만원으로 감자수확의 기쁨도 누리고 북한동포도 살릴 수 있다”면서 동참을 당부했다(문의: 02-708-4988).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