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4·29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막판에 극적인 후보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던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와 김창현 민노당 후보가 단일화를 약속하면서 힘의 균형은 급격히 진보 단일화 후보 쪽으로 쏠리게 됐다.
양당 대표와 두 후보는 4월23일 오후 5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 후보 단일화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거의 두 달 만의 일이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지난 2월25일 첫 회동을 하고 울산 북구의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두 당은 대표 협상은 물론 후보자 협상과 실무 협상까지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조율하지 못했다.
민노당 김창현 후보에게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조합원의 표가 많았고,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각자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을 고집한 것은 사실 당연했다. 결국 두 후보는 4월15일 각각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마쳤고, 이번 협상 타결 직전까지도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흩어지면 죽는다” 외부 압박 작용
진보 진영에서는 ‘이러다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제기됐다. 1987년 대선 때 김대중·김영삼 두 민주 후보가 끝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레디앙> 기고문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방법을 선택해도 상호 협력의 선거를 기대하기 불가능해진다”며 “부디 속히 제비뽑기를 하라”고 권했다. 진보 진영의 답답함은 그만큼 깊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단일화 협상은 김태선 민주당 울산 북구 후보의 사퇴를 기점으로 속도를 냈다. 김 후보는 양당의 단일화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던 4월23일 오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전격 사퇴했다. 단일화 합의 발표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이뤄졌다. 김 후보가 단일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제대로 해낸 셈이다. 진보 진영은 단일화 합의에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단일화가 필요했던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이번 재보선이 MB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적극적 연대가 필요했다. 두 번째로 울산 북구가 노동자 세력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7대 총선에서 조승수 후보가 당선됐던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노동자 후보가 이긴 적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 후보가 승리한다면, 노동운동이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늦었지만 단일화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노동 현장에 가보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 못지않게 진보 진영이 갈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정서가 있었다. 노동운동 진영이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정서가 단일화 요구로 나타났다고 본다.” 반면 내심 양당의 단일화 불발 소식을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단일화 직전인 4월21~22일 이틀간 울산문화방송과 <경상일보>가 울산 북구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는 24.2%,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는 20.0%, 김창현 민노당 후보는 14.2%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당선 가능성은 진보 단일 후보가 35.2%를 기록했다. 33%에 그친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결과였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이뤘지만, 결과가 그 과정까지 아름답게 채색해주는 것은 아니다. 양당을 후보 단일화로 이끈 힘은 두 후보의 자발적 의지보다 진보 진영의 거센 단일화 압력이었다는 사실은 양당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협상 과정에서 양당이 서로에게 남긴 상처도 적지 않다. 상호 비방이 도를 넘어 불신의 골이 오히려 깊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단일화 합의 발표가 나온 직후에도 양당 당원 게시판에는 양쪽 후보의 발언 등에 대한 비난글이 줄을 이었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는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과연 신뢰를 쌓았는지, 아니면 신뢰가 더 멀어졌는지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진보신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진보신당 고위 관계자 역시 “(민노당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오히려 손해 본 것은 진보신당 쪽이었다”며 “어차피 협상을 하다 보면 자기 생각과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뤄낼 수밖에 없는데, 그걸 손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결합으로 실질적 효과 내야 양당이 협상 과정에서 드러낸 감정의 앙금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단일화 협상 타결 직후 양당은 “단일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가 반드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각 당 지도부의 흐름과 기층 조직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단일 후보가 공동 유세를 펼칠 시간도 길어야 사흘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 북구 유권자가 단일화의 ‘감동’을 만끽할 시간도 그만큼 짧다는 이야기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양당의 단일화 합의가 ‘최악은 피하자’는 비관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분열이 남긴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단일화 후보가 결정된 뒤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 북구 단일화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진보 진영 유권자에게 진즉 내놓았어야 할 최소한의 결과물이다.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 채 울산 재선거를 치렀다면 양당은 한나라당보다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빴을지 모른다. 이는 두 진보 정당이 한국 사회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을 잃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두 진보 정당이 공동의 행동 기반을 조직했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4월23일 오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단일화에 최종 합의했다.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왼쪽부터 민노당의 강기갑 대표, 김창현 후보,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 노회찬 대표. 사진 연합 이상현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단일화 협상은 김태선 민주당 울산 북구 후보의 사퇴를 기점으로 속도를 냈다. 김 후보는 양당의 단일화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던 4월23일 오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전격 사퇴했다. 단일화 합의 발표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이뤄졌다. 김 후보가 단일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제대로 해낸 셈이다. 진보 진영은 단일화 합의에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단일화가 필요했던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이번 재보선이 MB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적극적 연대가 필요했다. 두 번째로 울산 북구가 노동자 세력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7대 총선에서 조승수 후보가 당선됐던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노동자 후보가 이긴 적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 후보가 승리한다면, 노동운동이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늦었지만 단일화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노동 현장에 가보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 못지않게 진보 진영이 갈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정서가 있었다. 노동운동 진영이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정서가 단일화 요구로 나타났다고 본다.” 반면 내심 양당의 단일화 불발 소식을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단일화 직전인 4월21~22일 이틀간 울산문화방송과 <경상일보>가 울산 북구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는 24.2%,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는 20.0%, 김창현 민노당 후보는 14.2%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당선 가능성은 진보 단일 후보가 35.2%를 기록했다. 33%에 그친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결과였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이뤘지만, 결과가 그 과정까지 아름답게 채색해주는 것은 아니다. 양당을 후보 단일화로 이끈 힘은 두 후보의 자발적 의지보다 진보 진영의 거센 단일화 압력이었다는 사실은 양당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협상 과정에서 양당이 서로에게 남긴 상처도 적지 않다. 상호 비방이 도를 넘어 불신의 골이 오히려 깊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단일화 합의 발표가 나온 직후에도 양당 당원 게시판에는 양쪽 후보의 발언 등에 대한 비난글이 줄을 이었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는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과연 신뢰를 쌓았는지, 아니면 신뢰가 더 멀어졌는지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진보신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진보신당 고위 관계자 역시 “(민노당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오히려 손해 본 것은 진보신당 쪽이었다”며 “어차피 협상을 하다 보면 자기 생각과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뤄낼 수밖에 없는데, 그걸 손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결합으로 실질적 효과 내야 양당이 협상 과정에서 드러낸 감정의 앙금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단일화 협상 타결 직후 양당은 “단일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가 반드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각 당 지도부의 흐름과 기층 조직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단일 후보가 공동 유세를 펼칠 시간도 길어야 사흘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 북구 유권자가 단일화의 ‘감동’을 만끽할 시간도 그만큼 짧다는 이야기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양당의 단일화 합의가 ‘최악은 피하자’는 비관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분열이 남긴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단일화 후보가 결정된 뒤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 북구 단일화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진보 진영 유권자에게 진즉 내놓았어야 할 최소한의 결과물이다.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 채 울산 재선거를 치렀다면 양당은 한나라당보다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빴을지 모른다. 이는 두 진보 정당이 한국 사회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을 잃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두 진보 정당이 공동의 행동 기반을 조직했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