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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진실 추적에 공소시효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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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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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승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진상규명위의 1차 조사시한이 끝나간다. 유족과 국민들은 가시적 성과를 요구한다.

=가시적 결과가 언제 나온다고 아직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조사해보니 예상보다 자꾸 늦어진다. 6월부터 시작해 7월까지는 사건별 조사기간 6개월 다 끝난다. 아마 7월까지는 중요한 사건 몇 가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의문사에 공권력 개입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인가.

=유족들이 제기한 (권력에 의한 타살) 의혹이 사실인 것도 있고, 그동안 국가나 권력기관에서 발표한 대로 (단순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1차 조사에서 전체 84건 가운데 몇건 정도 결말지을 수 있나.

=몇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7월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1차 조사가 끝난 뒤 발표할 것은 발표하겠다. 확실히 마무리짓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3개월 더 연장할 것이다.

-의문사특별법 자체가 태생적 한계가 많은데 실제조사서 장애는 없나.

=우리는 수사권도 압수수색권도 없다. 사건기록이 있다면 추적 실마리라도 찾는데, 기록이 폐기된 것은 탐문조사로 근거를 찾아야 한다. 또 위증을 처벌할 규정조차 없다. 당장 조사받는 관련자들이 공소시효도 지났고, 거짓말해도 처벌받는 게 아닌데 과거사를 들춰낼 일이 뭐냐며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 세대의 잘못을 밝히는 양심고백적 태도가 사건 해결에 상당한 단서를 준 것도 있다. 그러나 다른 동료들이 “너는 왜 밝혔냐”고 압박한다더라. 우리가 수사기관처럼 인신을 구속해 조사하는 게 아니니까 서로 입맞추는 경우도 있다.

-최소한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수사권 없는 것은 오히려 괜찮다. 법적인 논란도 있을 테니. 그러나 위증에 대한 처벌 규정과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의문사특별법은 처벌보다 진실규명이 목적이다. 진실을 말한 자는 모두 용서되고 칭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거짓말한 자, 죄를 감춘 자는 끝까지 추적해 벌을 가한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조사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나쁜 놈으로 매도되고 끝까지 숨긴 자는 피해갈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먼 훗날이라도 다른 단서가 나오면 수사기관이 역추적해 조사·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진상규명위가 좀더 진실에 접근한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이것은 필요하다.

-소급입법 논란이 있을 텐데.

=헌법에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있다고 명시돼 있다. 70년대 발효된 ‘전쟁 및 반인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에 관한 국제조약이 있다. 유럽 등 많은 나라는 이 법에 따라 시효없이 처벌한다. 우리도 인권국가의 면모를 다하기 위해 국내법에 이를 원용해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

-위원장의 동행명령장도 별 실효성이 없는데.

=지금까지 1건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는데, 법을 좀 안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큰 착각이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6월 법개정이 되는 즉시 그렇게 버티는 사람들에게 응분의 대가는 치르도록 할 것이다.

-유족들은 결국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4월30일 중간발표가 취소된 것도 불만이다.

=중간발표는 사실 여러 사람이 관련됐고, 상당한 반인권적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 사건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약속했다. 굉장히 공을 들였다. 그런데 조사가 좀 미진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발표를 미뤘다. 아직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여론환기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조사결과를 알리는 게 좋지 않나.

=지난번 집중홍보기간에도 제보와 양심고백이 사건해결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밝히려 했다. 그때 발표하는 게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앞으로는 어떤 경우든 이른 시일 안에 조사결과를 중간중간 알리고 발표할 것이다.

-언제쯤인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5월 말이나 6월에는 어떤 것이든 발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기대해도 되나.

=나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의문사를 결코 어물어물 적당히 덮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위원회 권한은 약하지만 도덕성과 역사적 당위성을 가지고 모든 문제를 명백히 풀겠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와 제보가 필요하다. 법개정도 필요하다. 가해자는 양심적 고뇌를 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각오로 증언에 나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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