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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사브리핑] 더 워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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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2 10:44 수정 : 2009-01-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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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워룸

청와대 지하벙커 ‘워룸’으로 들어간 대통령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 별도의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 해명이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워룸’ 알기를 재래시장 가서 국밥 먹듯 하고 있으니, ‘워룸’이 아니라 ‘쇼룸’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네르바 검거를 위한 합동수사본부를 워룸에 차렸다는 설도 있는데, 역시 설일 뿐이다. 시사브리핑 합동추리본부(합추부)에서도 이 문제로 일주일간 격론을 벌였는데, 조심스럽게 ‘이명박 대통령이 추위에 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지난 연말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세계여행을 해보면 알겠지만 도쿄만 가도 주말이 되면 거리에 차가 한산하고, 미국은 썰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이 되면 썰렁함을 피부로 느낄 정도’, 사실이라면 이건 생물학계 보고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합추부의 정밀 추리 결과 ‘워룸’의 공식 명칭은 정관사 ‘The’가 붙는 ‘더 워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이라 너무 추워 ‘더워룸’을 찾아갔으니, 봄이 되면 나오는 것이 당연지사다. 안 나오면? 그러면 여름에 너무 더워!

발호세와 MB

한국방송 인기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드디어 끝났다. <너는 내 운명>은 ‘선풍적인 야유’를 받았던 인기 드라마다. 앞뒤가 좀 안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이다. 우선 드라마는 ‘발호세’와 ‘발연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발연기’는 ‘발로 하는 것처럼 엉망인 연기’라는 뜻이다. ‘발호세’는 주인공 ‘호세’에 ‘발연기’를 더한 작명이다. 굳이 풀자면 ‘발연기를 하는 호세’ 정도 되겠다. <너는 내 운명>은 막장 드라마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반대로 40%대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발호세와 이명박 대통령을 겹쳐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 호세가 아내 ‘새벽’을 위해 그녀 앞에서 열심히 ‘노바디’질을 한다. 새벽 역의 윤아는 소녀시대 출신이고, ‘노바디’는 소녀시대의 라이벌 원더걸스의 대표곡이다.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지켜보는 사람은 고통스럽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화난 어머니를 달래겠다며 “저는 좀 맞아야 해요. 에잇, 에잇” 하며 자신을 때리는 호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감동을 받아야 할 지점인데,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며 지하벙커를 찾는 이 대통령 모습이 겹친다(만약 이 글에 ‘발기자’라는 댓글을 달면, 여성 독자들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연합 김주성


강기갑, 튀기와 버티기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튄다. 도포 차림의 옷차림이 튀고, 덥수룩한 수염도 튀고, 흥분하면 고함치듯 호통치는 화법도 튄다. 튀는 이미지 덕분에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강 대표에게 2008년은 순탄치 않았다. 18대 총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이후 2008년 내내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의원직 상실을 걱정해야 했다. 2008년의 마지막 날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그가 2009년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위기를 맞았다. MB악법 저지 농성 과정에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너무 ‘튄 게’ 탈이었다. MB악법을 계획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튀는 강 대표를 겨냥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 튀는 강 대표가 튕겨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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