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알바’ 뽑겠다는 건가요?”(‘메인쿤’)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12월5일 당과 누리꾼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국민소통위원 100명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소통위원들의 주요 업무는 한나라당 정책을 홍보하는 댓글을 다는 일이다. ‘빅마우스’(Big Mouth·국회의원)들이 인터넷에 글을 남기면, 100명의 위원이 해당 글을 곳곳에 퍼나르거나 댓글로 지원사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뒷말이 무성하다. “‘투잡’으로 적극 뛰겠다”(skel)는 누리꾼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 여론을 선점하려고 알바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 아니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댓글 알바, 아니죠. (한나라당) 정직원, 맞습니다~.”(장재천)
한나라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누리꾼 소통 작전’을 알바로 깎아내리는 것은 뿌리 깊은 ‘한나라당 알바’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2002년 대선 이후 온라인 여론전에서 고전해온 한나라당은 그동안 ‘사이버 전사 1천 명을 양성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한나라당에 충성도가 높은 누리꾼 10만 명을 확보한다는 ‘10만 양병설’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2004년 초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난한 댓글의 IP가 한나라당 당사로 밝혀져 ‘조직적으로 알바를 양성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6년 10월께 ‘사이버 전사대 108조’를 꾸려 주요 게시판과 토론방에서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온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모집하는 소통위원들도 박사모의 사이버 전사대와 여러모로 닮았다. ‘공략 대상’ 게시판을 아예 지정해놓았다. ‘다음 아고라, 데일리안(데안토), 싸이월드 토론방, 조선일보 토론방, 한겨레 토론방(한토마), 디시인사이드(정-사갤), 서프라이즈(노짱토론방), 파란닷컴(열린토론), 야후(토론마당)’ 등이다. 주로 진보 성향 누리꾼들이 활동하는 토론 공간이 공략 대상에 집중돼 있어 벌써 전운이 감돈다. 아고라 누리꾼 ‘헐’은 “모집 인원 100명이라니, 아고라 상륙작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소통은 전위대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 대한 건의를 받는 것이어야 한다”며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선전을 하겠다는 셈이니 알바라고 조롱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상훈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소통위원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니 알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허재현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catalunia@hani.co.kr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을 공개 모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