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9월18일 인터넷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2.0’을 열었고 10월1일에는 10·4 남북 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특강도 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퇴임한 뒤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발걸음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친노 진영 정치그룹 활동 본격화
노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시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특히 때마침 이른바 친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치그룹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해석을 거들고 있다.
우선 8월30일부터 1박2일간 전북 무주에서 대규모 하계 수련회를 열며 세력을 과시한 연구재단 ‘광장’이 눈길을 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끌고 있는 광장은 계간지 <광장>과 홈페이지 이슈 브리핑 등을 통해 진보 진영의 새로운 정책노선과 대안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30일 행사에는 이 전 총리를 비롯해 민주당의 김종률, 양승조, 김세웅 의원과 열린우리당 시절 주로 참여정치실천연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김태년, 김형주, 유기홍, 이경숙, 이화영, 한병도, 홍미영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안 최고위원은 9월9일 서울 여의도에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연구소)를 열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과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도 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를 포함한 진보개혁 세력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진보개혁 세력의 재집권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9월5일에는 참여정부 시절 주로 관료로 활동했던 전문가 집단이 모여 만든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이 발족식을 열었다.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미래연에는 이 밖에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성경륭 한림대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 사회정책수석 출신인 김용익 서울대 교수 등이 이사진과 고문단으로 참여했다. 정치인보다는 주로 참여정부에 참여한 교수·지식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미래연은 미국의 진보 성향 민간 연구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를 모델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2.0 개설을 앞두고 친노 그룹의 각 세력이 일제히 기지개를 켠 모양이 됐다. 특히 이 전 총리의 광장이 민주당 외곽에서 커다란 텐트를 친 채 진보개혁 진영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면, 안희정 최고위원의 연구소는 민주당 쪽으로 좀더 다가가 있다. 당장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정치 신인을 양성하기에는 민주당을 벗어나 있는 광장보다는 연구소 쪽이 어울린다. 미래연은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두뇌집단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광장에 참여하고 있는 친노계 핵심인사는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세 그룹이 적당한 시기가 되면 결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일단 각개약진을 하다가 올 연말쯤 각 그룹의 대표자 모임이나 적어도 간사단 회동은 가져야 한다는 내부적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노 진영의 정치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온·오프라인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친노 세 그룹이 조직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는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노공이산’이란 대화명으로 댓글 달아 노 전 대통령 쪽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민주주의2.0 사이트를 연 것 등은 정치활동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은 9월19일 YTN FM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2.0 사이트를 직접 기획하고 시스템 구상을 했지만 실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별도의 운영진이 담당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나 친노 진영이라는 정치적 그룹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이화영 전 의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를 재개할 의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쟁의 중심에 서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민주주의2.0 개설을 놓고 정치적 행보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주의2.0 사이트 활동만으로도 정치적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토론에 참여하거나 방향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민주주의2.0의 설명과 달리 사이트가 개설되자마자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을 ‘주도’했다. ‘노공이산’이란 대화명을 쓰는 노 전 대통령은 누리꾼 ‘노마드’가 올린 “미국발 금융위기, 대공황의 시작인가”라는 글에 의견을 달았다. 노마드는 글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위기의 원인 맞는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긍정의 댓글을 달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유가, 원자재 가격의 폭등 이 모두가 왜곡된 시장주의의 소산이지요. 그러니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은 국가가 강자의 일방주의와 도박거래를 규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황이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9월19일 새벽 3시21분에 올라온 노 전 대통령의 글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 수천 건과 추천 수 100건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앞으로도 노 전 대통령이 올리는 글은 조회 수나 추천 수에 상관없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일수록 노 전 대통령의 글이 가져오는 파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마뜩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명규 전략기획본부장은 9월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2.0 개설은 사실상 정치 복귀를 선언한 것”이라며 “사이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사이버 대통령 군림 의도냐”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주의2.0 개설과 함께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대통령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는 반론이 오가는, 언젠가 많이 본 듯한 논란도 이제 시작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온라인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아래)을 개설하는가 하면 10월1일에는 서울 나들이에도 나설 예정이다. 노사모 모임에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위 사진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노 전 대통령. 연합 황봉규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2.0 개설을 앞두고 친노 그룹의 각 세력이 일제히 기지개를 켠 모양이 됐다. 특히 이 전 총리의 광장이 민주당 외곽에서 커다란 텐트를 친 채 진보개혁 진영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면, 안희정 최고위원의 연구소는 민주당 쪽으로 좀더 다가가 있다. 당장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정치 신인을 양성하기에는 민주당을 벗어나 있는 광장보다는 연구소 쪽이 어울린다. 미래연은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두뇌집단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광장에 참여하고 있는 친노계 핵심인사는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세 그룹이 적당한 시기가 되면 결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일단 각개약진을 하다가 올 연말쯤 각 그룹의 대표자 모임이나 적어도 간사단 회동은 가져야 한다는 내부적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노 진영의 정치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온·오프라인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친노 세 그룹이 조직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는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노공이산’이란 대화명으로 댓글 달아 노 전 대통령 쪽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민주주의2.0 사이트를 연 것 등은 정치활동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은 9월19일 YTN FM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2.0 사이트를 직접 기획하고 시스템 구상을 했지만 실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별도의 운영진이 담당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나 친노 진영이라는 정치적 그룹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이화영 전 의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를 재개할 의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쟁의 중심에 서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민주주의2.0 개설을 놓고 정치적 행보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주의2.0 사이트 활동만으로도 정치적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토론에 참여하거나 방향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민주주의2.0의 설명과 달리 사이트가 개설되자마자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을 ‘주도’했다. ‘노공이산’이란 대화명을 쓰는 노 전 대통령은 누리꾼 ‘노마드’가 올린 “미국발 금융위기, 대공황의 시작인가”라는 글에 의견을 달았다. 노마드는 글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위기의 원인 맞는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긍정의 댓글을 달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유가, 원자재 가격의 폭등 이 모두가 왜곡된 시장주의의 소산이지요. 그러니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은 국가가 강자의 일방주의와 도박거래를 규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황이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9월19일 새벽 3시21분에 올라온 노 전 대통령의 글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 수천 건과 추천 수 100건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앞으로도 노 전 대통령이 올리는 글은 조회 수나 추천 수에 상관없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일수록 노 전 대통령의 글이 가져오는 파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마뜩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명규 전략기획본부장은 9월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2.0 개설은 사실상 정치 복귀를 선언한 것”이라며 “사이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사이버 대통령 군림 의도냐”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주의2.0 개설과 함께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대통령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는 반론이 오가는, 언젠가 많이 본 듯한 논란도 이제 시작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