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JP 만나며 대중적 입지 강화하려는 김근태와 개혁적 목소리 높이는 이부영의 엇갈린 행보
“김근태 우향우, 이부영 좌향좌.”
민주당과 한나라당 안에서 진보세력의 대부로 불려온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 이들 두 사람의 최근 엇갈리는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나오는 말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21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만났다. 그리고 JP에게 “명예총재가 서울사대 재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학생운동 선배를 모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JP가 과거 3선개헌에 반대했던 점도 높이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올 초에는 상도동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았다. 상도동 한 핵심인사는 “어른조차 너무 뜻밖이라 놀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놀란 것은 YS뿐이 아니다. 민주당의 개혁성향 의원들도 김 최고위원의 행동에 좀 헷갈려 하는 눈치다.
순수하게 봐달라고는 하나…
이부영 부총재는 김 최고위원과는 반대방향이다. 이 부총재는 그동안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을 지내면서 이회창 총재의 의중을 반영해온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 총재 및 한나라당 주류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10일에는 국가보안법 개정 등 개혁입법에 소극적인 이 총재를 향해 “개혁세력이 뒤로 물러서도록 강요하면 결단을 해야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2월20일 경기대 통일안보전문대학원 공개강좌에서는 한발 더 나갔다. “내년 대선을 통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6·15 선언’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킬 책임이 있으며, 이로부터 뒷걸음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다음 대선에서는 어느 지역의 지지를 받느냐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하며, 국민들은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질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이 총재쪽을 적지않게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행동을 순수하게 봐달라고 주문한다. 김 최고위원은 YS와의 만남에 대해 “87년 DJ와 YS 분열 이후 국민들이 민주세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지역주의가 판치는 후유증에 고통받는 현실을 치유하기 위해 양김씨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JP와의 만남도 “한나라당 일부세력이 극단적 수구로 흘러 모든 사안을 정쟁화해 정치가 희화화하고 그 결과 경제가 발목잡히는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DJP 공조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인데, 서로 일정 때문에 늦춰지다가 공조가 회복된 최근에야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간 화해와 경제회생을 위한 정치안정이란 대명제가 그 말마따나 “보통사람에게 다소 어색해 보이는 선택”을 결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부영 부총재도 비슷한 해명을 했다. “내가 원내총무를 할 때만 해도 여야가 총선을 전후해 밀고 당길 때였고, 남북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 당에서 지나친 극우발언이 나올 때는 견제하고 할말을 했다. 이제 남북화해와 협력은 시대적 추세다. 더욱이 21세기 첫 대선인 내년 선거는 국민에게 어떻게 분단체제를 해결하고 민족적 희망과 비전을 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데 이 총재는 국보법 개정에 강한 브레이크를 거는 등 우려스러운 쪽으로만 가고 있다.” 원래 할말은 했던 사람인데 한나라당이 여야를 떠나 남북관계의 급진전 상황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아예 발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는 특히 “과거에만 매달린 채 국내외의 변화상황을 무시한 완고한 보수집단은 다음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변화도 필연적이고 변화하지 못하면 집권도 못한다”고까지 고언을 했다. 시대변화에 대한 의무감과 당에 대한 충정이 최근 행보의 근본이라는 해명인 셈이다. ‘고집불통 김근태’ 이미지에 부담느껴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 두 사람의 엇갈리는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그 이면에는 모두 내년 대선을 향한 다목적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진보세력의 대부로서 대권도전을 꿈꿔왔지만 현실정치권에서 명확한 자기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먼저 김근태 최고위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릴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현실 정치인이 자신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누구와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김 최고가 정책적 소신을 바꾼 것도 아닌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김성호 의원)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확고하게 못했기 때문에 할 만큼 해야지 어쩌겠냐. 그 결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 대권물망에 오른 진보세력의 대부로서 보수세력의 비토와 낮은 대중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권도전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인 만큼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민주당 사람은 누구나 JP나 YS의 현실적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 최고가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김 최고마저 나서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두 김씨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시켜줄 우려가 있다.”(민주당 개혁성향의 한 재선의원) 다른 한 개혁성향의 민주당 의원은 아예 “김 최고위원은 끊임없이 현실정치권에 타협하는 소극적 태도를 취했고, 개혁세력의 대부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일단 자기 한계를 솔직히 인정했다. “김근태가 너무 정치적으로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나도 고심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겸손한 대화와 토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자신의 최근 행보에 비토세력을 넘어 자기 취약점을 보강하려는 대권전략이 내재돼 있다는 점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95년 정치권에 참여한 뒤 합리적 대안자로 발언하려 무던히 애썼지만 국민들은 ‘김근태는 너무 피곤하다, 강성이다, 고집불통이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게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꼭 앞뒤를 계산해서 한 행동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성 확보에 도움이 되고, 안정을 바라는 우리 사회의 상당한 국민으로부터 신뢰가 온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이 총재에게 빚진 것 없다”
김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자기 취약점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확대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22일부터 전주지역을 돌며 여론을 수렴하는 등 대중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4월3일에는 가칭 ‘한반도 동북아 경제발전을 위한 재단’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재단이 과거 김 최고위원의 정치적 지지기반 역할을 했던 ‘통일시대국민회의’보다 더욱 확대된 것으로, 대권도전을 위한 지원세력과 조직 확보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부영 부총재는 김 최고위원과는 달리 당 안팎의 개혁세력쪽에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개혁소장파들의 평가가 우호적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기댈 곳이 없었던 이 부총재는 제도권 안에서 개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낮은 포복을 했다. 그런데 최근 여야 소장파가 제 목소리를 내고 나름의 세력을 형성하자 시대적 흐름을 다시 읽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 같다.”(김원웅·안영근 의원)
그러나 당내 주류 및 5·6공쪽 인사들은 이 부총재에게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총재의 최측근인 맹형규 의원(당 기획위원장)은 “당을 위한 충정의 표현일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피했다. 그러나 총재의 다른 한 측근 인사는 “이 부총재는 이미 당 안팎에서 리더십이 없다. 그런데 소장파들이 움직이자 이것저것 재면서 정치적 결단을 도모하려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 5·6공 인사들은 “이 부총재는 결국 대선에서 딴 살림을 차릴 사람이다. 요즘 소장파들의 반란 배후도 이 부총재”라면서 “아예 당에서 내보내자”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라는 확실한 차기주자에게 눌려 대권후보군 반열에 오르지 못한 현실을 진보성향의 목소리를 강화해 돌파해보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이 부총재는 일단 “소장파 의원들 모두 소신으로 살아온 사람이며, 내가 누구를 사주할 처지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2002년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 위치를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다”고 자세를 숙였다. 그러나 묘한 여운은 계속 남겼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야말로 누가 후보가 되건 민족의 존재양식을 제시하고 지역주의와 보스정치를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이것(최근 비판)은 시작일 뿐이다. 나는 이회창 총재한테 빚진 게 없다. 도와주기만 했을 뿐…. 나는 거칠 것이 없다.”
김 최고위원과 이 부총재의 최근 행보가 대권 도전을 위한 유리한 교두보가 될지 아니면 또다른 족쇄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

사진/JP에게 "학생운동 선배를 모신 것"이라는 덕담을 건넨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 그의 행보에 대해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이부영 부총재는 김 최고위원과는 반대방향이다. 이 부총재는 그동안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을 지내면서 이회창 총재의 의중을 반영해온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 총재 및 한나라당 주류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10일에는 국가보안법 개정 등 개혁입법에 소극적인 이 총재를 향해 “개혁세력이 뒤로 물러서도록 강요하면 결단을 해야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2월20일 경기대 통일안보전문대학원 공개강좌에서는 한발 더 나갔다. “내년 대선을 통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6·15 선언’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킬 책임이 있으며, 이로부터 뒷걸음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다음 대선에서는 어느 지역의 지지를 받느냐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하며, 국민들은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질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이 총재쪽을 적지않게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행동을 순수하게 봐달라고 주문한다. 김 최고위원은 YS와의 만남에 대해 “87년 DJ와 YS 분열 이후 국민들이 민주세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지역주의가 판치는 후유증에 고통받는 현실을 치유하기 위해 양김씨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JP와의 만남도 “한나라당 일부세력이 극단적 수구로 흘러 모든 사안을 정쟁화해 정치가 희화화하고 그 결과 경제가 발목잡히는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DJP 공조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인데, 서로 일정 때문에 늦춰지다가 공조가 회복된 최근에야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간 화해와 경제회생을 위한 정치안정이란 대명제가 그 말마따나 “보통사람에게 다소 어색해 보이는 선택”을 결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부영 부총재도 비슷한 해명을 했다. “내가 원내총무를 할 때만 해도 여야가 총선을 전후해 밀고 당길 때였고, 남북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 당에서 지나친 극우발언이 나올 때는 견제하고 할말을 했다. 이제 남북화해와 협력은 시대적 추세다. 더욱이 21세기 첫 대선인 내년 선거는 국민에게 어떻게 분단체제를 해결하고 민족적 희망과 비전을 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데 이 총재는 국보법 개정에 강한 브레이크를 거는 등 우려스러운 쪽으로만 가고 있다.” 원래 할말은 했던 사람인데 한나라당이 여야를 떠나 남북관계의 급진전 상황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아예 발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는 특히 “과거에만 매달린 채 국내외의 변화상황을 무시한 완고한 보수집단은 다음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변화도 필연적이고 변화하지 못하면 집권도 못한다”고까지 고언을 했다. 시대변화에 대한 의무감과 당에 대한 충정이 최근 행보의 근본이라는 해명인 셈이다. ‘고집불통 김근태’ 이미지에 부담느껴

사진/국가보안법 개정 문제 등에 대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며 당내 주류와 대립하고 있는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 한나라당 개혁소장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