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청문회, 절대동의!
등록 : 2006-07-06 00:00 수정 :
<한겨레21> 조사 결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의원 26명 중 18명 찬성 …2년 전의 합의사안이라 반대는 1명 뿐… 날짜 잡기는 쉽지 않을 듯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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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위원의 69%가 용산기지 이전의 청문회 개최에 찬성했다. <한겨레21>이 지난 6월29~30일 이틀 동안 통외통위 소속 의원 26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및 대면 조사에서 18명이 청문회 개최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의원은 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명은 입장을 유보하거나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밝힌 의원들만을 놓고 봤을 땐 18 대 1로 찬성하는 쪽이 절대 다수를 점했다.
반대한 김용갑 의원도 “국정감사 필요”
<한겨레21>은 6월 들어 17대 국회 하반기의 상임위가 새롭게 구성된 것을 계기로 용산기지 이전 비준동의안을 심의 및 처리한 통외통위 위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국회 통외통위는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민들에게 ‘사후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6월 새로 꾸려진 통외통위가 미뤄진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사진/ 연합 이상학 기자)
앞서 5월엔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무려 83.6%의 국민이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통외통위는 이미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비준동의안을 심의한 뒤 이를 통과시키면서 나중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7대 국회 상반기 마지막 날인 5월30일까지 교섭단체를 꾸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사끼리 ‘사후 청문회’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놓고 협의와 합의를 위한 시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청문회 개최가 계속 무시되고 지연돼온 것이다. 이제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과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상임위 간사가 청문회 개최에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데다 찬성하는 의원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청문회의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원기·이해찬 의원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청문회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화영 의원은 “당연히 해야 한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도 “기지의 평택 이전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문제들을 보완하고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청문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여야 합의 사항인 만큼 국회가 의무 수행 차원에서라도 미뤄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대다수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의 간사를 맡은 진영 의원은 “아직 제대로 업무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여야가 합의를 했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국회의 합의는 중요하고 유지돼야 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한 토론의 장인 국회에서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고흥길 의원 등도 필요성에 선뜻 동의했다. 다만 이들은 청문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미사일, 북핵 등 시급한 현안이 있기 때문에 그리 급할 게 없다고 봤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26명의 통외통위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청문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조차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충분히 따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반발 예상… 회의론도 만만찮아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합의 사항인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청문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았고,
용산기지는 예정대로라면 2008년 평택으로 모두 옮겨간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혈세가 얼마나 투입될지는 아직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사진/ 박승화 기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상당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을 미룬 의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은 상당수 새롭게 배치된 상임위의 현안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열린우리당 쪽 간사를 맡은 임종석 의원은 “이제 야당 쪽과 날짜만 잡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00% 낙관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찬성하는 편이지만 당 차원에서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의 대국회 압력과 로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여야에 “버스는 이미 떠났다” “이제 와서 뭘 얻겠냐”는 만만치 않은 회의론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청문회 개최=한-미 관계 손상’이란 논리가 버젓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상반기 때 차일피일 ‘중요한’ 현안에 밀려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것처럼 청문회 날짜를 잡지 못한 채 계속 후순위로 밀리면서 청문회 개최가 탄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7~8월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권영길 의원은 또다시 ‘기술적으로 회피’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권 의원은 “가급적이면 7월 중에 실시해야 한다. 국회가 끝끝내 약속을 회피한다면 국민에게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임종석 의원은 “위원장이 여야 교섭단체 간사 간에 합의를 해보라고 한 만큼 조만간 비교섭단체를 포함해 협의를 하겠다. 7~8월 중에 하기가 애매한 상황에서 8월 중에 한 번 논의를 거쳐 날짜를 잡겠다”고 밝혔다.
아직 공개, 비공개 등 청문회의 형식과 청문회에서 뭘 논의하고 얻어낼 것인지 논의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청문회를 언제 할지 명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은 탓이다. 국회가 미뤄진 약속을 지킬지 그 실행 의지를 확인하는 순간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원들의 되풀이 되는 말이 아니라 바로 청문회 날짜를 못박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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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지원 요구 제동 걸어야"
청문회 개최의사 분명히 밝힌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 김원웅 의원
국회 상임위원장들은 ‘입’이 없다고 한다. 웬만해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여야 다양한 목소리의 상임위를 공정하게 이끌고 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 것이 금기시돼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 하반기 통외통위 위원장을 맡은 김원웅 의원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청문회 개최 약속의 이행을 거듭 확인했다. 아래에 김 위원장과 <한겨레21>의 인터뷰를 간추렸다.
청문회는 여야 간 약속이 아니라 국회의 국민과의 약속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용산기지 이전 협정이 국익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핵 문제 등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려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닌가. 비준안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협정 내용과 비준동의안의 처리 과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협정은 예산과 관련된, 즉 국민의 엄청난 조세 부담과 관련된 것이다. 시점상 시급한 게 아니니 뒤로 미루자는 얘기도 있지만 한-미 FTA 등 다른 외교적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병행해서 처리해나가면 된다. 우선순위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사전에 청문회를 했어야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국민 부담의 문제가 고무줄처럼 돼 있다. 비준이 됐으니 예산 지원은 해야겠지만 과도한 지원 요구에 대해서는 청문회 등을 통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회가 7~8월 폐회하지만 우선 설명회라도 열어서 협상의 사전·사후를 점검할 생각이다. 청문회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폐회 중에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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