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한나라 압승 예상되는 7·26 재·보궐 선거의 숨겨진 관전 포인트…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한나라 공천 받을까, 흘러간 인물들은 복귀 성공할까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정치는 선거의 연속이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7·26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다. 서울 성북을·송파갑, 경기 부천 소사, 경남 마산 등 4곳의 국회의원 빈자리를 새로 뽑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전국적 차원의 지방선거와는 분명 다르지만 선거 분위기와 결과는 거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좀 싱거운 싸움이 예상된다. 별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의 또 한 번 완승이다. 4곳 중 ‘성북’만이 접전 예상 지역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보궐 선거는 지방선거를 치른 지 두 달 만에 치러진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했던 유권자들의 선택과 심판의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능에 등돌린 표심이 짧은 순간에 되돌아올 리 없어 보인다.
여전히 지방선거 정국의 영향 아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6월13일 조사(전국 20살 이상 성인남녀 700명 대상,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7%포인트)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18.2%)와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15.1%)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정수행 지지율은 이 연구소의 2003년 5월 첫 조사 이후 가장 낮았고,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 또한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위기가 더욱 나빠졌다는 증거다. 그에 반비례해 한나라당의 지지율(44.8%)은 수직 상승했다.
안 그래도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4년 4·15 총선 뒤 121석으로 출발한 한나라당의 의석 수가 몇 차례의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125석(재·보궐 지역 3곳 포함)으로 늘어난 것이 잘 보여준다. ‘재·보궐 전문당’이란 말이 비록 ‘큰 게임’(대선이나 총선)에선 약하다는 비아냥이 담겨 있지만 재·보궐에서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률을 보여주는 상징적 문구다. 투표율이 30~40%로 대선이나 총선보다 낮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적극적 투표층인 50~60대를 고정 지지층으로 하는 한나라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어김없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는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 대부분이 한나라당 ‘땅’이라는 점이다.
송파·부천·마산 3곳은 맹형규·김문수·김정부 전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다. 사실 한나라당에선 이곳에서 모두 이겨도 본전치기하는 셈이다. 성북만이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따라서 굳이 지방선거의 승패를 따진다고 치자면 성북에서 누가 이기느냐다. 한나라당의 처지에서 엄밀히 봤을 때 4 대 0이면 이기는 것이고 3 대 1이면 본전이 아닌 진 선거라고 진단 내릴 수밖에 없다.
누가 나올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승패가 빤히 예상되는 탓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간판이면 “된다”는 분위기 속에 그나마 접전이 예상되는 곳이 성북이다. 아직 당내 교통정리가 안 된 상태지만 한나라당에선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최수영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오영식 의원은 “신계륜 전 의원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탄핵 역풍에 날아간 조순형 전 민주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일종의 명예회복 시도인 셈이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성북에 중량급 인사가 나온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누가 나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의 첫 유세 데뷔 무대
접전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유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 리더십’이라고 표현할 만큼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하면 톡톡한 효과를 보여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6월30일 임기를 마치는 이명박 시장까지 재·보궐 유세에 가세하면 그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대중성이 얼마나 되는지 시청 밖에서 시험할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또 다른 재미는 잊혀진 인물들의 부활을 위한 노력들이다. 탄핵으로 ‘아웃’된 조순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출마설도 계속 흘러나왔다. 정점은 이른바 ‘안풍’으로 정치권을 떠났던 5선의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복귀 선언이다. 그는 마산 공천 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 이를 두고 당의 한 의원은 “과거의 부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당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인봉·주진우·이원창 등 한나라당 전 의원들의 이름이 송파를 중심으로 오르내린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특보를 지낸 이흥주씨의 공천 신청을 두고는 이 전 총재가 직접 움직인다는 얘기들이 당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흘러간 인물들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거나 유권자들에게 선택받기는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경기 광주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희망했다가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쓴잔을 마셔야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4대 권력기관으로 일컬어지는 검찰과 경찰의 총수를 지낸 인물들이 한나라당의 간판을 달고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의 한나라당 출마 자체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이들의 영입을 통해 수권 정당의 이미지를 빛낼 수 있다. 은근히 이들이 손에 여권을 공격할 ‘뭔가’를 쥐고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있다. 관료이긴 했지만 참여정부 사람이 아직 정권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당내 반발도 있긴 하다.맹형규 전 의원의 재·보궐 출마 여부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겠다며 연초 흔쾌히 던진 의원직을 6개월 만에 되찾겠다고 나서는 그의 행동을 두고 한 당직자는 “누구 때문에 재·보궐이 열리는지나 아는지 모르겠다”며 “혈세로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공천을 신청한다면 당내 그의 위상에 비춰봤을 때 통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당선도 무난한 편이다.
열린우리당 “그래도 참패만은…”
열린우리당은 재·보궐 선거에 기대를 거의 하지 않지만 참패만은 피하고 싶어한다. 한 석도 건지지 못했을 경우, 특히 성북을 잃었을 경우 지방선거 패배 뒤 꾸려진 비대위(위원장 김근태)의 힘이 빠질 수도 있다. 4·15 총선 뒤 대부분의 선거가 패배가 예견됐지만 막상 참패로 뚜껑이 열렸을 때마다 책임론이 불거지지 않은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5·31 완패 이후 비대위를 통해 꾹꾹 누른 원심력이 다시 작용할지 모른다. 모두 “예상되는 일이라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만에 하나 그리 된다면 고건의 ‘희망한국 국민연대’ 등과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 외부 환경과 맞물려 내부에서 다시 소용돌이가 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정치는 선거의 연속이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7·26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다. 서울 성북을·송파갑, 경기 부천 소사, 경남 마산 등 4곳의 국회의원 빈자리를 새로 뽑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전국적 차원의 지방선거와는 분명 다르지만 선거 분위기와 결과는 거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좀 싱거운 싸움이 예상된다. 별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의 또 한 번 완승이다. 4곳 중 ‘성북’만이 접전 예상 지역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보궐 선거는 지방선거를 치른 지 두 달 만에 치러진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했던 유권자들의 선택과 심판의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능에 등돌린 표심이 짧은 순간에 되돌아올 리 없어 보인다.

재·보권 선거에서 ‘철 지난’정치인들이 복귀할 수 있을까. 참여정부의 고위관료들이 ‘한나라호’에 탑승할지도 관심거리다. 왼쪽 부터 조순형 전 의원, 강삼재 전 의원, 허준영 전 경찰청장, 최병렬 전 의원, 송광수 전 검찰총장 (사진/ 한겨레 김종수)

한나라당은 6월 17일 재·보궐 선거 후보등록을 마쳤으나 5·31 쓰나미에 휩쓸린 열린우리당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과 경선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