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우여곡절 끝에 주민소환 관련법이 5월2일 국회를 통과했다. 주민소환제는 부패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한 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원을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물러나게 하는 제도다.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15% 이상,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찬성으로 청구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소환 대상자는 즉시 해임된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부패와 비리·전횡을 제재할 수단이 법원의 유죄 판결 말고는 없어, 당사자가 버티면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옥중 결재’라는,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도 이런 풍토에서 가능했다.
여기서 잠깐. 부패·비리·전횡은 지방자치단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앙정부는 어떤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국회의원들이 탄핵과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본인이 버틸 경우 법원의 유죄 판결 말고는 없다. 주민소환제 도입 이전의 지방자치단체장·의원과 비슷하다. 주민소환제는 모든 정당이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하겠다고 공약했고, 2002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2004년 총선 직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제도화하기로 약속했으나, 국회에서 처리되기 전날까지도 통과가 불투명했다. 양당을 합치면 전체 의석의 90% 이상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중·장기 과제는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결국 한나라당은 시민단체의 압력에, 열린우리당은 주민소환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애초 이들 정당이 주민소환제 도입을 유보하거나 반대하면서 내세웠던 이유는 남용 가능성이다. 법안에 △취임 이후 1년 이내 △잔여 임기 1년 이내 △주민소환을 청구한 지 1년 이내 동일 대상에 대해서는 소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뒀음에도, 국회의원들의 남용 걱정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주민소환제 도입 이후 남용 우려보다는 장점들이 도드라져 보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왜 주민소환제만 있을까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마침내 “국민소환제도 도입하면 안 되겠니?”로 번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국회의원 생활이 훨씬 피곤하고 괴로워진다. 미리미리 막았어야 하는데 둑이 터져버렸다. 당장 스쳐가는 얼굴들이 있다. 면책특권 뒤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가 줄어들 것이고, 술에 취해 손을 함부로 놀리기도 힘들 것이다. ‘공천 장사’는 설 땅이 없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면서 정치인의 위기가 자주 거론됐다. 일찍 정치에 입문해 선수를 쌓아 중진이 된 의원치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정치와 거리를 둘수록 참신한 이미지를 얻는다. 정치의 위기, 특히 정당 정치의 위기다. 시간이 흐른 뒤 국민소환제 도입 요구가 거세질 경우 국회의원들의 반응과 대응 논리가 환히 보인다. 하지만 국민소환제가 중병에 걸린 정치의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

5월11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소속’최연희 의원.(사진/한겨레 이종찬기자)
여기서 잠깐. 부패·비리·전횡은 지방자치단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앙정부는 어떤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국회의원들이 탄핵과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은? 본인이 버틸 경우 법원의 유죄 판결 말고는 없다. 주민소환제 도입 이전의 지방자치단체장·의원과 비슷하다. 주민소환제는 모든 정당이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하겠다고 공약했고, 2002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2004년 총선 직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제도화하기로 약속했으나, 국회에서 처리되기 전날까지도 통과가 불투명했다. 양당을 합치면 전체 의석의 90% 이상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중·장기 과제는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결국 한나라당은 시민단체의 압력에, 열린우리당은 주민소환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애초 이들 정당이 주민소환제 도입을 유보하거나 반대하면서 내세웠던 이유는 남용 가능성이다. 법안에 △취임 이후 1년 이내 △잔여 임기 1년 이내 △주민소환을 청구한 지 1년 이내 동일 대상에 대해서는 소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뒀음에도, 국회의원들의 남용 걱정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주민소환제 도입 이후 남용 우려보다는 장점들이 도드라져 보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왜 주민소환제만 있을까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마침내 “국민소환제도 도입하면 안 되겠니?”로 번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국회의원 생활이 훨씬 피곤하고 괴로워진다. 미리미리 막았어야 하는데 둑이 터져버렸다. 당장 스쳐가는 얼굴들이 있다. 면책특권 뒤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가 줄어들 것이고, 술에 취해 손을 함부로 놀리기도 힘들 것이다. ‘공천 장사’는 설 땅이 없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면서 정치인의 위기가 자주 거론됐다. 일찍 정치에 입문해 선수를 쌓아 중진이 된 의원치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정치와 거리를 둘수록 참신한 이미지를 얻는다. 정치의 위기, 특히 정당 정치의 위기다. 시간이 흐른 뒤 국민소환제 도입 요구가 거세질 경우 국회의원들의 반응과 대응 논리가 환히 보인다. 하지만 국민소환제가 중병에 걸린 정치의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