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예측했던 것은 정치부 기자로서 또 하나의 씻지 못할 오점이었다. 그는 불과 며칠 있다가 얄밉게도 서울시장 경쟁에 나서겠다(4월9일)고 발표했다.
연초까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불출마 쪽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관전했다. 자칭 그를 안다는 사람들도 대개 그렇게 말했다. “금실이 언니는 정치할 사람이 아니야.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해.”
‘강풍’과 ‘오풍’이 차례대로 불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흥행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한쪽엔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강과 오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틀려서가 아니다. 두 사람이 저버린 대중과의 약속 탓이다. 지난해 12월이었다. 오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의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출마 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더 묻는 것이 구차해 보였을 만큼 그의 의지는 분명했다. 사족을 붙이지 않은 채 들은 대로 보도했다. 실수였다. 그가 2004년 1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눈치가 빠른 기자들은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오 전 의원은 “정치를 완전히 그만둔다. 야당 의원 4년 한 것은 서울시장감으로 충분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맘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 오 전 의원과 통화한 그날이었다. 강 전 장관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확인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뉘앙스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긍정의 어법으로 해석되는 단어를 썼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잖아요.” 그가 덧붙인 말은 왠지 강금실답다는 느낌이 들 만큼 솔직했다. 그의 말을 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주석을 붙였다. 하지만 “정치는 안 해요”라고 거듭 밝혀왔던 그의 약속를 내심 더 신뢰했다. 약속은 모순이다. 뭘 지키겠다는 뜻인 동시에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주관적 의지는 늘 객관적 상황과 충돌한다. 약속이 기만이거나 나중을 노린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 약속 번복엔 객관적 ‘상황론’이 등장한다. 정계 은퇴나 불출마를 약속한 정치인들이 무대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들을 위한 명분은 늘 있는 법이다. 결정적 변수는 오히려 승리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 셈법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오 전 의원은 나갈 때처럼 정치적 책임감이란 명분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정치적 책임감? 언제든 돌아올 준비가 돼 있었다는 뜻이다. 정치를 했거나 정치를 하는 사람 가운데 정치적 책임감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강 전 장관은 주위의 요구를 들었다. 두 사람의 ‘컴백’을 가능하게 한 것은 어쨌든 상황론이었다. 주위의 요구도 승리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다른 말이다.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약속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무대 위에 다시 올라설 준비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오나 강이나 둘 다 컴백할 때 예상 승률이 높았다. DJ가 그렇게 돌아왔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이름이 여전히 심심치 않게 정치면에 등장하는 것도 그의 승률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92년 대선 패배 직후인 12월19일 아침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가 서울 마포당사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강풍’과 ‘오풍’이 차례대로 불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흥행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한쪽엔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강과 오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틀려서가 아니다. 두 사람이 저버린 대중과의 약속 탓이다. 지난해 12월이었다. 오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의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출마 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더 묻는 것이 구차해 보였을 만큼 그의 의지는 분명했다. 사족을 붙이지 않은 채 들은 대로 보도했다. 실수였다. 그가 2004년 1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눈치가 빠른 기자들은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오 전 의원은 “정치를 완전히 그만둔다. 야당 의원 4년 한 것은 서울시장감으로 충분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맘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 오 전 의원과 통화한 그날이었다. 강 전 장관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확인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뉘앙스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긍정의 어법으로 해석되는 단어를 썼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잖아요.” 그가 덧붙인 말은 왠지 강금실답다는 느낌이 들 만큼 솔직했다. 그의 말을 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주석을 붙였다. 하지만 “정치는 안 해요”라고 거듭 밝혀왔던 그의 약속를 내심 더 신뢰했다. 약속은 모순이다. 뭘 지키겠다는 뜻인 동시에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주관적 의지는 늘 객관적 상황과 충돌한다. 약속이 기만이거나 나중을 노린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 약속 번복엔 객관적 ‘상황론’이 등장한다. 정계 은퇴나 불출마를 약속한 정치인들이 무대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들을 위한 명분은 늘 있는 법이다. 결정적 변수는 오히려 승리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 셈법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오 전 의원은 나갈 때처럼 정치적 책임감이란 명분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정치적 책임감? 언제든 돌아올 준비가 돼 있었다는 뜻이다. 정치를 했거나 정치를 하는 사람 가운데 정치적 책임감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강 전 장관은 주위의 요구를 들었다. 두 사람의 ‘컴백’을 가능하게 한 것은 어쨌든 상황론이었다. 주위의 요구도 승리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다른 말이다.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약속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무대 위에 다시 올라설 준비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오나 강이나 둘 다 컴백할 때 예상 승률이 높았다. DJ가 그렇게 돌아왔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이름이 여전히 심심치 않게 정치면에 등장하는 것도 그의 승률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