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지금 지방의회는 사랑방 수준”

605
등록 : 2006-04-12 00:00 수정 :

크게 작게

부산의 ‘새로운 지방자치를 위한 준비모임’ 한나라당 후보자 5명의 각오… 광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바뀔 것, 젊은 층의 진출로 변화의 바람 일으킨다

▣ 글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5월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부패한 지방권력을 바꾸자는 구호를 빼들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포함해 지방 권력의 80% 이상을 틀어쥐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몫을 줄이는 것이 지방정치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공천 잡음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방권력 물갈이를 통한 변화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과 지방 정치의 변화와 개혁 움직임이 같이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나오는 목소리들이다. <한겨레21>은 지난 3월14일 이러한 작은 변화의 움직임의 싹을 틔우고 있는 부산의 ‘새로운 지방자치를 위한 준비모임’의 회원 다섯 명을 만났다. 지난해 12월에 결성된 이 모임은 30~40대의 젊은 부산 지역 한나라당 후보자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방정치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자 주체일 수밖에 없다. 당과 지방권력의 변화를 이루겠다고 나선 부산의 젊은 지방선거 후보자들.


유급제와 정당공천제의 힘

-김성우(40·김희정 의원 전 보좌관): 보좌관 출신들은 중앙에서 배운 학습 경험과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다. 중앙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예산과 민원을 더욱 추진력 있게 해결해나갈 자신이 있다. 공천을 받고 나면 당의 변화를 바라는 30~40대 젊은 지방의회 후보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해나갈 생각이다. 명예직으로 여겼던 기존 지방의회와는 다르다. 우리는 의회 권력의 변화뿐 아니라 부산의 전체적인 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김홍재/ 부산 지역 기초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57살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안면, 연고, 나이를 통해 유지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전문성이 결여됐고, 사랑방 수준의 의정 활동을 펴왔다.

-권영대(42·경남정보대학 대외협력실장): 젊은 층의 진출로 지역정치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우리는 당 내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고 밑에서부터 당의 변화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 16대까지 국회에 있으면서 예산결산, 국정감사, 민원처리, 정책질의, 법안심의 등 지역 의정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중앙에서 충분히 학습하면서 전문성도 키웠다.

-김홍재: 부산 지역 기초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57살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안면, 연고, 나이를 통해 유지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전문성이 결여됐고, 사랑방 수준의 의정 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앞으로 젊은 피가 수혈되고, 나라의 녹까지 먹는다면 사랑방 수준으로는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다.

-김성우: 정당공천제와 유급제가 지방의회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유급제는 유권자들의 관심도도 높일 것이다. 혈세로 4천만~6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후보가 도대체 제대로 된 사람인지를 유심히 볼 것이다. 또 돈을 받은 만큼 일했는지 의정 활동 평가도 강화될 것이다.

권영대/ 젊은 층의 진출로 지역정치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우리는 당 내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고 밑에서부터 당의 변화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다.

-권영대: 지방자치 10년을 돌이켜보면 무용론이 나올 만큼 비판적 평가들이 많다. 바꿀 때가 됐다. 공천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과거와 달리 후보자들이 대부분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일 만큼 능력을 갖춘 지원자들이 늘었다.

-윤지영(35·여성정책연구소 연구원): 앞으로 의회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유권자들의 높아진 기대와 욕구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권영대: 과거 지방의원들의 직업을 보면 새마을금고·부동산·목욕탕 주인들이 많이 했다. 동네 사랑방 수준이었다. 구의원들이 동네를 찾아다니면서 구민의 민원을 듣는 것을 보지 못했다.

-김영욱(39·부산시당 청년위원장): 웬만큼 먹고사는 분들로 의원직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유급제를 하면서 전문성뿐만 아니라 책임성도 강화될 것이다.

로비 안한다, 자정 선언한다

-김성우: 공천 과정도 달라졌다. 과거 지구당에서 위원장 1인의 맘대로 좌지우지되던 것이 이번엔 부산시당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한다. 공천을 결정하는 데 유권자의 변화에 대한 요구도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 물론 공천 줄 세우기나 잡음 등 부분적으로 구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윤지영/ 답은 네트워크라고 본다. 여성단체 출신인 내 경우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와의 네크워크를 통해 지방의회를 바꿀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권영대: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뿐 아니라 시당 차원에서도 시·군·구 의회가 변해야 다음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부산시당위원장은 절반 이상 대폭 물갈이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초 시·군·구 의회의 문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젊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광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같은 경우 지방의회의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회원들은 공천심사위원회를 찾아가거나 전화하는 등 로비를 안 하기로 자체 결의했다. 객관적인 능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다.

-권영대: 지금 이 정도의 생각과 의지는 사실 작은 변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넓게 연대해서 공천 이후나 당선 이후에 행동을 통해 변화를 보여주겠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원하는 이 모임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밑에서부터 지방정치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

-윤지영: 몇 분으로 지방정치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국민들이 17대 국회에서 젊은 피를 많이 수혈해줬는데 큰 변화가 없었다. 20%도 안 되는 젊은 피가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 80%의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기초의회에서도 몇 안 되는 우리 젊은 후보들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답은 네트워크라고 본다. 여성단체 출신인 내 경우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와의 네크워크를 통해 지방의회를 바꿀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김영욱/ 기초의회 같은 경우 한나라당에서 ‘공천=당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지 않으연 안 된다. 4·15 총선 때 20~30대 젊은 층의 거의 절반이 다른 당을 지지했다.

-권영대: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의회에 들어가면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정 선언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 지방의회는 의원들이 질의를 안 하고, 상임위 회의에 지각하고, 질의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자정 선언을 통해 ‘시·군·구 의원으로서 해당 지역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관행처럼 내려왔던 의원으로서 편리 제공을 누리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지방의회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본다.

-김홍재: 이번에 기초의회를 많이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변화의 시작이다. 5·31 이후 다음 지방선거, 그 다음 지방선거 변화의 초석을 놓는 것이다.

20~30대 속으로 들어가 활동해야

-김영욱: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속으로 들어가 활동해야 한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도 젊은 유권자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기초의회 같은 경우 한나라당에서 ‘공천=당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지 않으연 안 된다. 지난 4·15 총선 때 20~30대 젊은 층의 거의 절반이 다른 당을 지지했다.

-윤지영: 왜 한나라당으로 가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쁘게 말하면 전략적 제휴다. 당 안에서 내가 가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나라당이 변화한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당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은 모두 보수적이고 반개혁적이고, 민주노동당은 개혁적이라고 양분화해서 바라보는 것은 편견이다.

김성우/ 공천 과정도 달라졌다. 지구당에서 위원장 1인의 맘대로 좌지우지되던 것이 이번엔 부산시당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한다. 유권자의 요구도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

-김홍재: 같은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이 처음 창당했을 때 색깔은 분명 한나라당과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비슷하다. 또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오면서 많은 병폐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보수적인 이념 자체를 병폐라고 봐선 안 된다.

새로운 지방자치를 위한 준비 모임의 다섯 회원들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약속과 각오를 다졌다. 이들이 당선된 뒤 실제로 지방 정치의 변화된 모습을 일궈낼지 유권자들이 지켜볼 일이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