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멱살잡기’ ‘발차기’ ‘목조르기’ ‘목감아 넘어뜨리기’ ‘허리잡아 돌리기’ ‘팔다리 잡아끌기’ 등은 얼마 전만 해도 격투기나 프로레슬링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2월9일,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됐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벌인 몸싸움에서 이 기술들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 프로레슬링을 본 느낌이랄까. 한 가지 레슬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심판이 없다는 점이다.
여야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원내대표가 “멀쩡한 사학까지 모두 국유화하는 사학법을 몸과 마음을 다해 막겠다”고 말해서 그런지, 몸싸움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주성영 의원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주 의원은 주호영, 곽성문 의원 등과 함께 본회의장 입구에서부터 여당 의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의원들은 물론 각 당의 보좌진들까지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출입구 유리창이 깨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시간가량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던 주 의원은 천장을 쳐다보고, “주여~”라고 외치며 갑갑한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본회의장 안에서도 맨 앞에 섰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정안의 제안설명을 하는 도중 동료 의원들과 단상으로 올라가 그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내 한나라당 의원들을 뿌리치고 단상으로 다시 올라가 주 의원의 목을 팔로 감아 단상 아래로 끌고 내려갔다. 이후에도 주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사학법 처리 저지에 힘썼지만, 국회의장석을 먼저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 의원을 비롯한 권경석, 주호영, 공성진, 이방호 의원 등 10여 명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고함을 지르는 정도에 그쳤다. 주 의원은 지난해 ‘이철우 간첩 암약’ ‘노 대통령, 깍두기 머리 임금님’ 등의 과격 발언으로 일찍이 ‘저격수’의 명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몸싸움에서 ‘활약’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일 수 있다. 또 정봉주 의원이 유독 주 의원에게 달려든 것도 공안검사 출신인 주 의원의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간첩 의혹 제기에, 곧바로 “간첩 매도, 책임질 수 있냐”고 소리쳤던 정 의원의 기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 의원은 ‘곽성문 의원 맥주병 사건’과 ‘김태환 의원 막말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당에 ‘국감 술자리 추태 사건’으로 또다시 부담을 안겨줬다. 이후 주 의원은 ‘폭소클럽’(폭탄주 소탕클럽)을 탈퇴하고 법사위 회의에 불참하는 등 한동안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주 의원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온몸으로 막으며 자신의 ‘실수’로 금이 간 당에서 신뢰를 회복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한 국가의 법을 만드는 곳인 국회가 격투기장으로 변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것이다. “주여~.”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이유야 어찌됐든 한 국가의 법을 만드는 곳인 국회가 격투기장으로 변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것이다. “주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