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의미있는 것부터 실천” 다짐… 일부 초선들의 당직 진출은 역효과 낳을 수도
지난 1월9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호텔의 회의실. 개혁성향의 여야 초·재선의원 26명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해 의정활동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정치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여야가 차기대권 기싸움 때문에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며 당파를 초월한 소장파 의원들의 공동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법 날치기를 시도한 것에 사과한다. 새해부터는 좋은 정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솔직해 반성해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했으며, 안영근 한나라당 의원은 “선배들이 스스로 6·3세대, 4·19세대라고 하지만 국민을 실망시키고 불신케 하는 정치를 해왔다. 침묵은 죄이며 지도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충돌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사실 지난해 ‘386’으로 대표되는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은 16대 국회 당선 이후 너나없이 정치개혁을 외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기성정치 관행의 높은 벽에 순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5·17 망월동 묘역 공동참배로 기존정치권에 대한 반란의 결의를 다진 여야 초선의원들은 지난해 5월21일 선거법개혁, 국회의장 후보에 대한 자유투표 관철을 의한 공동투쟁 방침까지 합의하며 정치권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공동전선은 ‘5·17술판 사건’ 등을 계기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부 소장파들 사이의 감정적 앙금은…
이후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9월15일 국회법 날치기 사건, 윤철상 의원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 한빛은행 대출의혹 사건이 잇따르자 재결집해 당정쇄신을 부르짖는 이른바 ‘13인의 반란’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김원웅, 안영근, 서상섭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비슷한 시기에 당론 결정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외치며 당지도부와 충돌했으나 성과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더욱이 일부 초·재선의원들은 당지도부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하며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일단 출발은 호기롭다. 여야 초·재선들은 이날 모임에서 반부패기본법과 인권법, 국가보안법 등 3대 개혁법안의 제·개정을 위해 공동노력하고 국회운영과정의 비민주적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매달 한 차례 정기모임을 열기로 하고, 이재정, 정범구, 김원웅, 김홍신 의원으로 4인 운영소위를 구성해 모임명칭과 운영방향 등을 결정하기로 하는 등 조직적 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김원웅 민주당 의원은 이날 모임에 대해 “지난해 소장파 의원들이 너무 말만 앞세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언론플레이하는 것 아니냐는 쓸데없는 눈총을 자초하기도 했다. 올해는 실천하기 어려운 거대담론은 자제하고 실천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 구체적 성과를 내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3대 개혁법안 추진 외에 노숙자시설이나 남대문시장 등 민생현장을 함께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재선들의 대화창구 정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지만 의미있는 구체적인 작업부터 실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초·재선의원들이 처해 있는 상황도 지난해보다는 좋은 편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개혁을 외쳤던 초선의원들이 지난해 12월 당직개편을 통해 김성호 의원이 대표비서실장에 임명되는 등 대거 당직에 중용됐다. 김성호 의원은 “당론 형성과정에 우리 목소리가 반영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개혁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당직에 들어온 소장파 의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걸림돌도 여전하다. 우선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예산의 선거자금 유용에 대한 검찰수사로 조성된 여야 대치국면이 쉽게 수그러들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 정국기상도는 내년 대선을 앞둔 기세싸움으로 인한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3대 개혁입법을 추진키로 했지만 지금 같은 여야 대치국면에서는 여야 소장파들이 정국분위기에 휘말려 함께 정치개혁을 추진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또 민주당 소장파의 당직 진출이 오히려 이들의 ‘야성’을 억누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경우 당직에 임명되면서 더이상 개혁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기 시작했다. 김성호 의원은 “그런 우려를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당직에 욕심이 없다. 우리의 초심을 늘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여야 소장파 모임과는 별도로 지난해 13인의 반란을 주도했던 동료들끼리도 매주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활동과정에서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내분을 겪으면서 쌓인 감정적 앙금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일부 의원의 경우 이 총재의 거수기나 전위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속력이 떨어졌다. 한 초선의원은 “미래연대는 지난 한해 동안 해보니 비슷한 연배들끼리 모인 친목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미래연대 차원에서 일을 추진할 생각은 접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피맺힌 한!
패배 설욕 위해 올해 역량 총집결… 지방선거 땐 전략지역에만 당력 투입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4번지 두레빌딩 9층 민주노동당 사무실. 20여명의 상근자들은 요즘 그야말로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 올 한해 민주노동당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2월 말 당대회를 앞두고 전국 40개 지부에서 진행중인 대원원 선출 작업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1만명이었던 당원이 1만5천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올해 선출될 대의원 수도 지난해보다 100명이 늘어난 500명에 이른다.
이런 부산함의 이면에는 지난해 민주노동당이 겪었던 좌절과 분열을 반복하지 말자는 각오가 배어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내부 분열 때문에 실현 가능했던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정말 뼈아픈 경험이다. 올 한해는 2002년 4∼6월 사이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확실한 기반을 다져야한다.”(김종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경제정책 국민투표’ 실시 요구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한해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울산 북구에서 진보진영 최초로 국회진출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그러나 울산시지부 대의원들 사이의 분파적 이기심과 후보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 때문에 총선에서 끝내 원내진출에 실패했다. 그뒤 한동안 민주노동당은 패배주의와 분열 속에 허덕였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 두달이나 지난 6월에 당기위원회를 소집해 울산북구 사태에 책임이 있는 6명의 대의원에게 당권정지, 자격정지 등의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내분을 수습했다. 그러나 요즘도 민노당 당직자들은 “그때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한다. 너무나 애석한 실패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올해의 각오는 남다르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전에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도록 올 한해 당원들의 역량을 총결집하는 등 철저한 토대를 다져야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이를 위해 먼저 오는 2월24, 25일 이틀간 열리는 당대회에서 2002년 선거기획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대선의 전초전 성격인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 후보를 내기보다는 울산, 창원 등 몇개 전략지역에 집중적으로 당력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당 역량의 효율적 배치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4명의 구청장 가운데 2명이 민주노동당 당원인 울산시에서는 광역시장까지 민주노동당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목표 아래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의 희망사항이며 목표치일 뿐이다.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또 한번의 서러운 실패를 맛볼 수도 있고,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민노당은 올 한해 현재 진행중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으로 더 많은 공기업 노동자와 농민 등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김대중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구조조정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해 전국 30여 지역의 사업장을 돌며 노동자와 노조지도자들을 만난 결과 현재와 같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김대중식 구조조정’이 지속되면 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릴 것이므로 당장이라도 이를 막기 위한 시민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면서 “이들의 요구를 수렴해 현 정부를 상대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조직역량도 대폭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만5천명인 당원 수를 올 연말까지 3만명으로 배가시켜 조직역량 강화는 물론 재정난도 일부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지역별 연합형태인 지부체계를 분화시켜 올해 말까지 전국에 100개의 지구당을 건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진전에 발맞춰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고, 조세계혁과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등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 한해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정치판이 요동치면서 민주노동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민주노동당의 당원을 두배로 늘리는 문제도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조직 및 위상강화를 위한 방안을 놓고 민노당 내부의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것도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당직자는 “현재 당내에는 농민·시민단체 등으로 당의 외연을 넓혀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섣불리 외연을 넓히려다 핵심세력만 떨어져나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현재의 틀로 주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과연 올 한해를 꿋꿋이 버티며, 지지세력과 조직역량을 대폭 확대해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숙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누가 그들을 논다고 하는가
한때 화려했던 조순·이홍구·이수성·이기택·박찬종, 은근하게 재기를 준비한다
조순, 이수성, 이홍구, 박찬종, 이기택…. 한때 그들의 말 몇 마디가 그대로 기사였고, 발걸음 걸음이 정치판을 뒤흔드는 힘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요동치는 최근 정치판의 핵심에 끼어들지 못한 채 화려한 옛날을 추억처럼 되새김질하며 정치의 주변부를 맴도는 처량한 신세다.
초대 민선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대권주자의 물망에도 심심찮게 오르내렸던 산신령 조순. 그는 요즘 진짜 산신령이 됐다. 지난해 2월 더 큰 정치적 야심을 펼치기 위해 한나라당 명예총재직을 박차고 민국당을 창당했지만 4월 총선에서 무참히 패배한 뒤 별다른 일이 없어, 이틀에 한번꼴로 아침 6시면 관악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전히 몸값 치솟는 이홍구
그는 정치판에서 초월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국당 한승수 의원과 접촉하는 것말고 다른 정치권 인사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그동안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오래 버텼으니까, 이제 좀 휴식하고 있는 것일 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보지는 말라고 말했다. 속내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은 채 시류의 변화를 넘보는 그 특유의 정치생존법을 아직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민국당 창당에 동참해 부산연제구에서 출마했으나 시의원 출신인 권태망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이기택 전 의원은 최근 들어 정치재기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총선 패배 뒤 한동안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수도권 한 골프장에서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열패감에 시달리던 그는 최근 자신의 사조직인 민주동우회 재건 및 조직강화에 발벗고나섰다. 지난 1월6에는 동우회 간부 500여명과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아직 정치권에 틈새가 생기지 않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한때 2만명 회원을 거느렸던 동우회 조직을 재건함으로써 정계에 복귀하려는 것이다. 한 측근은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비판은 안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정치상황에 몹시 답답해 한다”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뒤 주미대사로 변신해 2년3개월 동안의 임기를 끝내고 지난해 8월 귀국한 이홍구 전 총리는 여전히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 모색을 위해 지난해 10월3일 이부영·박근혜(한나라당), 김근태·정대철(민주당), 조부영(자민련) 등 내로라 하는 여야의원 30여명이 공동 발족시킨 ‘평화포럼’ 이사로 참여하면서 정치권과 활발한 교류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30일에는 중앙일보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일주일에 사흘쯤은 중앙일보쪽에서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생활한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의 통일고문에 위촉됐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민화합 및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제시하는 등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9월 선출될 한국 최초의 유엔총회의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등 몸값이 치솟고 있다. 시간은 많은데 역할이 없어 고민하는 다른 정치거물들과는 처지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97년 대선 직전 마당발의 신화를 뿌리며 신한국당의 대권주자로 급속히 떠올랐으나 당내 후보경선에서 패배했던 이수성 전 총리도 최근 정치권 주변에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동안 백범기념관건립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8월 위원장직을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그러나 올 초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을 모두 찾아가 인사를 하고, 1월7일에는 김종필 전 총리의 생일잔치에까지 나타나는 등 다시 정치권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전 총리쪽은 “당분간 정치는 접었고, 그냥 신년인사였을 뿐”이라며 “공연히 오해할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에서 완전히 발을 뗀 것이냐는 물음에 측근들은 “관망이라고 봐야 한다. 정국이 요동치게 되면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지금은 역할이 없어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 건너가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박찬종 전 의원도 지난해 10월1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 재건식에 나타났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각하를 모시고 민산 정신이 국민 속에 뿌리박고, 민주·통일을 일구는 데 헌신하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차기 대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는 YS와 한배를 타면서 정치재개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지난해 4월 선거 직후 환하게 웃는 당선자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이용호 기자)
이후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9월15일 국회법 날치기 사건, 윤철상 의원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 한빛은행 대출의혹 사건이 잇따르자 재결집해 당정쇄신을 부르짖는 이른바 ‘13인의 반란’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김원웅, 안영근, 서상섭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비슷한 시기에 당론 결정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외치며 당지도부와 충돌했으나 성과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더욱이 일부 초·재선의원들은 당지도부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하며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일단 출발은 호기롭다. 여야 초·재선들은 이날 모임에서 반부패기본법과 인권법, 국가보안법 등 3대 개혁법안의 제·개정을 위해 공동노력하고 국회운영과정의 비민주적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매달 한 차례 정기모임을 열기로 하고, 이재정, 정범구, 김원웅, 김홍신 의원으로 4인 운영소위를 구성해 모임명칭과 운영방향 등을 결정하기로 하는 등 조직적 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김원웅 민주당 의원은 이날 모임에 대해 “지난해 소장파 의원들이 너무 말만 앞세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언론플레이하는 것 아니냐는 쓸데없는 눈총을 자초하기도 했다. 올해는 실천하기 어려운 거대담론은 자제하고 실천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 구체적 성과를 내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3대 개혁법안 추진 외에 노숙자시설이나 남대문시장 등 민생현장을 함께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재선들의 대화창구 정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지만 의미있는 구체적인 작업부터 실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초·재선의원들이 처해 있는 상황도 지난해보다는 좋은 편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개혁을 외쳤던 초선의원들이 지난해 12월 당직개편을 통해 김성호 의원이 대표비서실장에 임명되는 등 대거 당직에 중용됐다. 김성호 의원은 “당론 형성과정에 우리 목소리가 반영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개혁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당직에 들어온 소장파 의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걸림돌도 여전하다. 우선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예산의 선거자금 유용에 대한 검찰수사로 조성된 여야 대치국면이 쉽게 수그러들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 정국기상도는 내년 대선을 앞둔 기세싸움으로 인한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3대 개혁입법을 추진키로 했지만 지금 같은 여야 대치국면에서는 여야 소장파들이 정국분위기에 휘말려 함께 정치개혁을 추진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또 민주당 소장파의 당직 진출이 오히려 이들의 ‘야성’을 억누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경우 당직에 임명되면서 더이상 개혁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기 시작했다. 김성호 의원은 “그런 우려를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당직에 욕심이 없다. 우리의 초심을 늘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여야 소장파 모임과는 별도로 지난해 13인의 반란을 주도했던 동료들끼리도 매주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활동과정에서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내분을 겪으면서 쌓인 감정적 앙금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일부 의원의 경우 이 총재의 거수기나 전위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속력이 떨어졌다. 한 초선의원은 “미래연대는 지난 한해 동안 해보니 비슷한 연배들끼리 모인 친목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미래연대 차원에서 일을 추진할 생각은 접었다”라고 말했다.

사진/국회파탄을 규탄하는 민주노동당원들. 민주노동당은 올해 당원을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이용호 기자)

사진/“역할이 없어 쉬고 있을 뿐”. 이수성(왼쪽)씨는 최근 정치권 주변에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