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 <오마이뉴스> 방송팀 기자
올 6월, 취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살짝 놀랐다. 당연히 의원들과 같은 자리에서 취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본회의장은 의원들과 기자들이 분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본회의장 출입 대신 한 층 위 양옆에 마련된 취재석과 뒤쪽 방청석에서 회의를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간극이 커서 의원들이 앞에 나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할 때나 목청을 높여 서로 싸울 때만 의원들의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뿐, 의원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본회의장 안에서는 ‘의원들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나’보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회의 시간에 딴 짓 안 하나’ 등 의원들의 행동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본회의장의 새 단장 이후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겼다. 바로 의원 책상마다 설치된 컴퓨터가 그것이다. 의원들은 이 컴퓨터로 각종 법안과 예산안 등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고 문서 작성과 인터넷도 즐길 수 있다. 회의 자료를 컴퓨터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으로 ‘종이 없는 국회’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설치는 ‘종이 없는 국회’뿐 아니라 ‘요금 없는 PC방’도 탄생시켰다. 회의보다 인터넷 서핑에 집중하는 의원들 때문이다. 사실 방청석에서는 의원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지만 사진기자의 망원렌즈와 영상 취재기자의 카메라 줌으로 의원들의 ‘딴짓거리’를 알아챌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강정구 교수 파문’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의원과 국무위원의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의 “정부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진지하게 답하라”는 요구에 이해찬 총리는 “진지하게 답하면 정체성 논란으로 국민 이간질 전술에 말려든다, 그렇게 경험 없는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는 등 대정부 질문 기간은 준전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미동도 없이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 의원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뉴스 검색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치 뉴스만 볼 줄 알았던 의원들이 의외로 연예 뉴스 같은 연성 뉴스도 즐겨 본다는 것이었다. 또 우리나라 홈페이지만 보는 것도 아니었다. 한 의원이 외화드라마의 영문 홈페이지를 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서 몇몇 의원들은 단순히 인터넷 검색을 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직접 글을 남기느라 열성이었다. 한 여당 의원은 인터넷 매체 기사에 댓글을 남기며 네티즌과 의견을 나눴고, 한 야당 의원은 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방명록에 글을 쓰는 자상함을 과시했다. 또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키워드로 검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국회’로 탈바꿈한 국회. 의원들의 분홍빛 두꺼운 서류 뭉치 보자기는 없어졌지만 회의 시간에 딴 짓 하는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첨단 회의장에 걸맞은 내실 있는 의정활동으로 의사당을 채워달라”는 김원기 국회 의장의 당부를 컴퓨터 바탕화면에 띄워놓으면 달라지려나….

디지털화된 국회 본회의장.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런 상황에 미동도 없이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 의원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뉴스 검색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치 뉴스만 볼 줄 알았던 의원들이 의외로 연예 뉴스 같은 연성 뉴스도 즐겨 본다는 것이었다. 또 우리나라 홈페이지만 보는 것도 아니었다. 한 의원이 외화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