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쌀 비준반대’ 외치며 단식농성하는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12월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쌀 특별품목’인정받는 노력부터 해야”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인터뷰하러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말하셨다. “해결책이 뭐 있어, 쌀값이 우리나라 경제 여건을 보면 한 20만원은 가야 하는데…. 타산이 안 맞으면 딴 것을 심으러 겨들 거야. 그러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지난해 16만원에 구입한 쌀 80kg 한 가마니를 올해는 12만원에 샀다고 하신다. 4만원이나 싸게 쌀을 구입하셨지만 방울토마토와 배추 등 원예농사를 짓는 농사꾼 아버지의 목소리는 편치 않게 들렸다.
“쌀 협상 무효화? 그건 오해” 지난 11월9일 강기갑 의원을 만났다. 그는 ‘대책 없는 쌀 비준을 반대’하며 국회의사당 2층 로비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4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앉은 자리 뒤편엔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는 세종대왕의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묘하게 농민들이 쌀값 폭락과 국회의 ‘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안의 비준에 항의하며 볏단 야적 시위를 벌이는 현실과 대비됐다. 강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도 국회의사당에서 10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였다. 쌀 전면 재협상과 여야 의원 76명이 공동 발의한 ‘쌀 전면 재협상 촉구결의안’의 국회 채택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그나마 지난 5~6월 국정조사가 실시됐다. 강기갑 의원은 왜 또다시 단식에 나섰을까. 그는 이 질문에 바깥의 ‘오해’를 의식해서인 듯 기왕에 한 쌀 협상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뒀다. 강 의원의 요구는 이랬다. “오는 12월18일 홍콩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세부원칙을 논의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쌀 협상에 대한 국회 비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DDA 협상에선 관세감축률, 감축 방식 등이 다뤄진다고 한다. 선진국의 경우 민감품목, 개발도상국엔 특별품목을 둬 다른 농산물과 달리 ‘특별 대우’를 해주는 방안도 논의된다. 그는 “불확실하지만 개도국의 지위를 얻어 쌀을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을 경우, 쌀의 관세화 유예보다 관세화로 가는 길이 우리 농업과 국익에 더 나은 선택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론 관세화 유예가 관세화보다 더 나은 방식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기다려보자는 것은 쌀 협상이 너무나 많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에서다. 정부는 캐나다엔 완두콩, 유채류 관세 인하, 아르헨티나엔 가금육에 대한 검역 완화 검토, 이집트와 인도엔 대북지원과 같은 식량 원조시 두 나라 쌀을 우선 구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협상국들과의 이면 합의 내용들이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다. 그런데도 여당과 한나라당이 정부의 뜻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11월16일 쌀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올 의무수입 물량(MMA·최소 시장접근 물량)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준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하고 있지만, 강 의원은 올해 안에 비준안을 통과시킨 뒤 해를 조금 넘겨 쌀을 수입하더라도 전례들에 비춰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쌀의 노예가 될 것인가
강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연기한 동안 정부와 농업계, 국회로 이뤄진 세 주체의 협상을 통한 쌀 비준안 문제 해결과 근본적인 농업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25%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에서 그나마 95%를 차지하는 쌀 시장의 개방은 우리의 식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1982년 정부가 ‘노풍’이라는 벼 품종을 장려했다가 병해로 쌀이 모자라게 됐다. 일본에 건너가 손을 뻗쳤지만, 작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다시 미국으로 갔다. 미국이 배짱을 튕기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3~4배의 비싼 가격에 무려 5년치 수입을 약속했다.” 그가 “쌀은 생명”이라고 늘 얘기하는 것도 이같은 교훈 때문이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단기간에 복구가 어렵다. 실제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의 메이저 곡물사로부터 쌀 한 가마니를 50만~100만원 주고 사와야 할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그의 우려는 무리한 가정처럼 들리진 않았다.
강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부터 늘 쌀 개방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90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반대투쟁과 91년 미국쌀 수입개방 저지투쟁, 2003년, 2004년 WTO 수입개방 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저지투쟁에 이르기까지 숱하다. 그 과정은 언제나 상경, 단식, 삭발, 농성의 연속된 몸부림이었다.
강 의원은 관세 유예화든 관세화든 “우리 농업은 피해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눈감지 않는다. 그가 정부에 쌀 협상 결과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50만 농민의 75%가 쌀 농가다. 쌀은 농민의 농업 소득의 50%, 농가 소득의 30%를 차지한다. 그는 “정부가 당초 올 쌀값 하락률을 5%, 10년 뒤 20% 하락률을 예상했지만, 호남 곡창지역을 중심으로 올 한 해에만 20~25% 가까이 떨어졌다”며 “기본 생산비가 일정한 상황에서 쌀값 하락은 쌀농사 순소득의 80~90%가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쌀 80kg 한 가마니의 생산비를 18만원으로 잡으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든 쌀 의무수입 물량은 올해 22만5천t에서 2014년 40만8천t으로 늘어나고, 이 가운데 소비자 시판량도 2010년부터 30%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수입 쌀의 가격은 평균 4만원 안팎이다. 그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농민들은 쌀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쌀소득 보전계획, 제 구실 못할 것
정부는 ‘쌀소득보전기금법’을 통해 시장가격과 목표가격의 차액 85%를 보전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3년마다 정해질 목표가격도 시장가격의 하락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쌀 소득 보전 계획이 제 구실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정부와 별도로 민주노동당은 이날 강 의원 대표발의로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제출했다. 농민단체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들 법안은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농정대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다.
강 의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러 부산에 내려가는 기자에게 “내 단식과 상관있는 일”이라고 관심을 보인 뒤, “쌀 문제라는 게 다 그같은 구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2월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쌀 특별품목’인정받는 노력부터 해야”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인터뷰하러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말하셨다. “해결책이 뭐 있어, 쌀값이 우리나라 경제 여건을 보면 한 20만원은 가야 하는데…. 타산이 안 맞으면 딴 것을 심으러 겨들 거야. 그러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지난해 16만원에 구입한 쌀 80kg 한 가마니를 올해는 12만원에 샀다고 하신다. 4만원이나 싸게 쌀을 구입하셨지만 방울토마토와 배추 등 원예농사를 짓는 농사꾼 아버지의 목소리는 편치 않게 들렸다.

"쌀 협상에서 우린 너무 많은 걸 내줬다." 쌀 비준 강행 처리를 반대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강기갑 의원. 그는 비준 반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진/ 박승화 기자)
“쌀 협상 무효화? 그건 오해” 지난 11월9일 강기갑 의원을 만났다. 그는 ‘대책 없는 쌀 비준을 반대’하며 국회의사당 2층 로비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4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앉은 자리 뒤편엔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는 세종대왕의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묘하게 농민들이 쌀값 폭락과 국회의 ‘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안의 비준에 항의하며 볏단 야적 시위를 벌이는 현실과 대비됐다. 강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도 국회의사당에서 10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였다. 쌀 전면 재협상과 여야 의원 76명이 공동 발의한 ‘쌀 전면 재협상 촉구결의안’의 국회 채택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그나마 지난 5~6월 국정조사가 실시됐다. 강기갑 의원은 왜 또다시 단식에 나섰을까. 그는 이 질문에 바깥의 ‘오해’를 의식해서인 듯 기왕에 한 쌀 협상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뒀다. 강 의원의 요구는 이랬다. “오는 12월18일 홍콩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세부원칙을 논의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쌀 협상에 대한 국회 비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DDA 협상에선 관세감축률, 감축 방식 등이 다뤄진다고 한다. 선진국의 경우 민감품목, 개발도상국엔 특별품목을 둬 다른 농산물과 달리 ‘특별 대우’를 해주는 방안도 논의된다. 그는 “불확실하지만 개도국의 지위를 얻어 쌀을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을 경우, 쌀의 관세화 유예보다 관세화로 가는 길이 우리 농업과 국익에 더 나은 선택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누가 농민의 구호를 멈추게 할 수 있는가. 11월3일 충주 톨게이트에서 쌀가마와 농기계를 태우는 충북 음성, 충주 지역 농민들. (사진/ 이호성)

시위현장에서 시름에 잠긴 한 농민의 모습. (사진/ 이호성)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