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여론연구소-더 피플의 재선거 지역 여론조사 “박 대표가 영향 줘”
강정구 교수 둘러싼 국가 정체성 논란도 보수세력의 표 결집 이끌어내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 <조선일보>는 지난 ‘4·30 재보선’이 끝난 뒤 ‘박풍’(박근혜 바람)의 위력을 조금 과장해 이렇게 표현했다. ‘10·26 재보선’에서도 박풍의 위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이강철 후보의 44%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더피플(www.thepeople.co.kr)이 공동으로 10·26 재선거 이후 대구 동을·울산 북구·경기 광주·부천 원미갑 등 4곳의 유권자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여론조사를 벌였다. 두 여론조사 기관이 <한겨레21>에 단독으로 제공한 조사 결과를 살펴봤더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표의 방문이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나”라는 물음에 대구 동을 유권자의 57.6%, 울산 북구 54.8%, 경기 광주 45.6%, 부천 원미갑 42.1%가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이 없었다는 응답에 견줘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대구 동을을 놓고 지지 정당별로 봤더니 한나라당 지지자의 64.4%,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48.2%가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류재숙 더피플 이사는 “야당 지지 성향일수록 영향이 컸지만, 여당이나 진보적 민주노동당 지지층에겐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일수록, 투표를 한 유권자일수록 박 대표의 방문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에서 민박까지 해가며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 유세에 ‘올인’했다. 그 효과는 4월13일 28.7%(더피플 조사)에 불과하던 정 후보의 지지율이 불과 2주 만인 28일 39.4%로 치솟고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를 누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재보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 속에서 박 대표의 방문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박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며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대구 동을에서 열린우리당의 이강철 후보가 44%의 득표율을 얻고, 경기 광주에서는 정진섭 한나라당 후보가 홍사덕 전 의원을 2.4%포인트 차이로 겨우 따돌렸다”며 “이런 현상은 박풍의 위력을 뒤짚어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당의 대표주자가 나서 활동하지 않은 무풍지대에서 박 대표가 독주한 것을 놓고 박풍을 확대재생산해서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통일 내전’ 표현 등에서 촉발된 국가 정체성 논란도 지지 후보 결정에 꽤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정체성 논란이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나’라는 물음에 부천 원미갑 유권자의 49.7%, 경기 광주 48.9%, 대구 동을 48.5%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체로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에 비해 20%가량 높게 나왔다. 한나라당의 지지층에게서 이같은 응답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정체성 논란이 결과적으로 보수안정 세력의 표 결집을 이끌어냈다고 분석된다. 울산 북구에서는 민주노동당 일부의 패인 분석과 달리 유권자의 지지 후보 결정에 국가 정체성 논란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여당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
이번 조사에서는 ‘투표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유권자의 ‘이중성’도 드러났다. ‘어떤 기준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했나’라는 질문에 울산 북구 유권자의 56%, 경기 광주의 52.7%, 부천 원미갑의 48.2%가 정당을 보고 결정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울산 북구의 민주노동당 지지층(72.3%)과 경기 광주의 한나라당 지치층(62.4%)이 후보보다 정당이 투표 기준으로 작용했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선거 전 10월18일 울산 북구 거주 성인남녀 1007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한 후보자의 자격 요건으로 소속 정당을 꼽은 비율이 20.3%에 불과한 것에 비춰보면, 투표장 안에서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김형준 교수는 “실제로는 정당을 보고 찍으면서도 선거 전에 인물을 보고서 찍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바람직한 형태로 답변하려는 유권자의 이중성”이라고 분석했다. 특징적인 것은 대구 동을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 결정시 인물(56.5%)을 정당(36.9%)보다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10·26 재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정부와 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가장 큰 요인으로 광주·대구·부천의 유권자 69~72%가 “정부와 여당이 잘못해서”라고 응답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8.7~12.2%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재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개인적인 일이나 출근 때문’(33~45%)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30일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ARS 조사 방식으로 경기 광주·대구·울산·부천 거주 성인남녀 각각 600~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5~3.9%다.
강정구 교수 둘러싼 국가 정체성 논란도 보수세력의 표 결집 이끌어내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 <조선일보>는 지난 ‘4·30 재보선’이 끝난 뒤 ‘박풍’(박근혜 바람)의 위력을 조금 과장해 이렇게 표현했다. ‘10·26 재보선’에서도 박풍의 위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이강철 후보의 44%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더피플(www.thepeople.co.kr)이 공동으로 10·26 재선거 이후 대구 동을·울산 북구·경기 광주·부천 원미갑 등 4곳의 유권자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여론조사를 벌였다. 두 여론조사 기관이 <한겨레21>에 단독으로 제공한 조사 결과를 살펴봤더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표의 방문이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나”라는 물음에 대구 동을 유권자의 57.6%, 울산 북구 54.8%, 경기 광주 45.6%, 부천 원미갑 42.1%가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이 없었다는 응답에 견줘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대구 동을을 놓고 지지 정당별로 봤더니 한나라당 지지자의 64.4%,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48.2%가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류재숙 더피플 이사는 “야당 지지 성향일수록 영향이 컸지만, 여당이나 진보적 민주노동당 지지층에겐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일수록, 투표를 한 유권자일수록 박 대표의 방문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대표가 10월25일 대구 동을을 방문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이곳을 무려 5번이나 방문했다. (사진/ 연합)

(자료: KSOI, 더피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