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국어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공천’(公薦)이란 정당에서 공식적으로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우정이란 사전을 펼칠 것도 없이 친구 사이의 정을 가리킨다. ‘공식적’인 것과 ‘친구 사이’란 것이 내포하듯 공천이란 우정과 같이 가기 힘든 단어다.
김민석(41)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에 앞서 허인회(41)씨한테 멱살잡이를 당했다. 기자들이 있는 공개적인 자리였다. 두 사람은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나란히 구속된 ‘학생 동지’다. 그때 김 전 의원은 서울대, 허인회씨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다. 둘의 15년 우정은 공천 앞에서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김 전 의원이 당시 허씨가 동대문에 공천을 내자, “허인회로는 안 돼”라고 얘기한 게 화근이었다.
최근엔 홍사덕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덕룡(DR)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와의 40년 우정이 흔들리고 있다. ‘10·26 재보선’ 공천 때문이다. 홍 전 의원이 경기 광주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우정이 삐그덕댔다. 한나라당이 그곳에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김 의원의 ‘계보’인 정진섭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홍 전 의원은 ‘홍사덕 40년 친구의 칼끝에’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친구여 정치가 뭐길래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는가… 오는 10월26일 선거일은 ‘40년 친구’의 의도대로 나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날이 될까? 그때 내 묘비명은 ‘여기 40년 친구의 칼끝에 숨진 자 누워 있다’고 써야 될는지….” 두 사람은 서울대 문리대 61학번 동기로 ‘6·3운동’의 동지이기도 하다. 홍 전 의원이 정계에 발을 들이고, 16대 때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과정에서 DR의 역할은 자못 컸다. DR는 홍 의원의 편지에 “사덕이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안타깝게 반응했다.
금배지를 달기 위한 예비전 성격의 당내 공천은 항시 잡음이 많다. 여럿이 희망하는데 한 명만 뽑기 때문이다.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탈락하면 억울하기 마련이다. 친구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하기도 힘들지만, 원칙대로 한 친구를 곱게 보기도 쉽진 않다. 목포중학교 때부터 서울대 법대, 민변,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40년의 두터운 우정을 자랑해온 천정배 법무장관과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도 그렇다. 유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 앞서 애초 공천을 신청했던 경기 군포에 김부겸 의원이 공천을 받자, “밀실 공천”이라며 당을 홀연히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뒤 다시 복당하면서 후보 자격을 돌려받았지만, 원칙주의자인 천 의원은 “사리에 어긋난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공천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대신 내가 공천권을 내놓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유 의원은 쫓겨가듯 전남 광양·구례로 지역구를 옮겨야 했다. 유 의원은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제일 가슴 아픈 것은 좋은 친구와 사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 의원과 이해찬 의원(현 총리)이 경합을 벌이자, 천 의원의 편에 서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천과 우정을 같이 고민할 일이 보통의 ‘친구’들에겐 드물다는 것이다.

김덕룡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왼쪽)와 홍사덕 전 의원. (사진/ 연합)
금배지를 달기 위한 예비전 성격의 당내 공천은 항시 잡음이 많다. 여럿이 희망하는데 한 명만 뽑기 때문이다.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탈락하면 억울하기 마련이다. 친구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하기도 힘들지만, 원칙대로 한 친구를 곱게 보기도 쉽진 않다. 목포중학교 때부터 서울대 법대, 민변,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40년의 두터운 우정을 자랑해온 천정배 법무장관과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도 그렇다. 유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 앞서 애초 공천을 신청했던 경기 군포에 김부겸 의원이 공천을 받자, “밀실 공천”이라며 당을 홀연히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뒤 다시 복당하면서 후보 자격을 돌려받았지만, 원칙주의자인 천 의원은 “사리에 어긋난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공천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대신 내가 공천권을 내놓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유 의원은 쫓겨가듯 전남 광양·구례로 지역구를 옮겨야 했다. 유 의원은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제일 가슴 아픈 것은 좋은 친구와 사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 의원과 이해찬 의원(현 총리)이 경합을 벌이자, 천 의원의 편에 서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천과 우정을 같이 고민할 일이 보통의 ‘친구’들에겐 드물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