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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두명의 이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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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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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www.nice114.co.kr’에 ‘이원종’이란 이름을 넣어 전화번호를 찾으면 모두 234건이 나온다. ‘네이버’ 지식검색에 물어봤다. 드라마 <해신>에서 ‘최무창’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탤런트 이원종을 포함해 9명의 유명인이 뜬다. 이들 가운데 사진 이미지가 맞물린 이원종은 셋에 불과하다. 탤런트 이원종(39), 충북지사 이원종(63),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원종(66).

‘동명이인’은 종종 사고를 불러온다. 충북지사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거의 ‘지뢰밭’이다. 둘을 혼동하기 쉬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정치적 절정기를 보낸 유명 정치인인 탓이 크다. 이 지사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92년 대통령비서실 내무행정비서관을 지내고 92년 충북지사를 거쳐 93년 서울시장을 맡았다. 이 전 수석은 비슷한 시기인 91~93년 민자당 부대변인과 공보처 차관을 거쳐 93년 말부터 96년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두 사람은 YS정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일했다.

최근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정치 무대에서 거의 얼굴이 잊혀진 이 전 정무수석이 다시 ‘뜨면서’부터다. 지난 9월1일 한국방송은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도청 사건에 연루된 이 전 정무수석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이 지사의 사진을 내보냈다. ‘방송사고’였다. 곧바로 정정보도가 나갔다. 그리고 1주일 만에 이번엔 매일경제TV에서 같은 보도를 하면서 똑같은 실수를 했다. 이 전 정무수석은 YS정권 당시 안기부 ‘미림팀’의 도청 내용을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과 함께 YS 차남 현철씨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원종 충북지사(왼쪽)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10월5일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엔 언론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국회 행자위의 충북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의 비서관이 배포한 보도자료가 문제였다. “불법 도청 사건에 있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분이 다음 도지사 선거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겠느냐?” 비서관은 서둘러 “자료가 잘못됐다”며 질의서를 수거했다. 하지만 <연합뉴스>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의 가십난을 피해가진 못했다. 다행히 문제의 비서관은 무사하다고 한다. 홍미영 의원실은 “나름대로 열심히 해온 국감이었는데… 이번 국감에서 이것만큼 큰 해프닝은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해프닝은 사진 바꿔달기를 넘어 ‘미디어 아티스트 제니퍼’처럼 두 인물을 완전히 ‘짬뽕’했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현장에 있었지만 다음날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껄껄 웃고 말았다고 한다.

<한겨레21>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97년 12월11일치 ‘쑥덕공론’이란 코너에서 당시 서원대 총장인 이 지사가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는 기사에 이 전 정무수석의 사진을 걸었다. 곧바로 다음호에서 바로잡았다. 그때 그 실수를 지금의 <한겨레21> 편집장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의 얼굴이 자꾸 헷갈린다면 비법이 하나 있다. 한 사람(이 전 정무수석)만 안경을 쓴다는 점이다. 인물의 경력이 헷갈린다면? 비법은 따로 없다. 지뢰밭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저 꼼꼼히 확인하는 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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