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영식/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
‘아버지는 극장으로, 아들은 검찰로….’ 지난 9월15일, YS에게는 참으로 짓궂은 날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날에 하필 차남이 검찰에 불려 들어갔으니 말이다.
이날 오후 4시께 YS 부부는 강남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차남인 현철씨가 안기부 불법 도청의 배후로 지목돼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YS에게 극장 나들이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재임 시절 시내 영화관에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관람한 정도가 그가 가진 영화 편력의 전부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기자는 이날 전직 대통령 부부와 함께 영화를 보는 ‘영광’을 누렸다. YS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섰다는 점도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차남의 검찰 소환에 대한 그의 심경을 떠보기 위해 ‘호사스런 취재’에 나선 것이다.
YS 부부의 그장 나들이에는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김정남 전 교육문화수석 등 과거 민주계 인사들과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YS 부부가 관람한 영화는 <종려나무 숲>이었다. 특히 신 전 부의장의 장남이 <종려나무 숲>의 영화 제작자로 참여했다고 한다. 유상욱 감독의 이 영화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종려나무’를 모티브로 3대에 걸친 연인들의 슬픈 사랑을 다룬 일종의 멜로 영화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주무대가 YS의 고향인 거제도란 점이다. 이는 YS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서 멸치를 말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YS의 눈빛이 반짝거리곤 했다. 영화 상영 전에 관객들에게 인사하러 온 영화배우 조은숙(봉애 역)씨는 “(촬영을 하면서) 거제도에서 큰 인물이 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고, YS 앞에서 ‘아부 아닌 아부’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된 지 얼마 안 돼 YS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변이 마려웠던 모양이다. 갑자기 2000년 10월13일 ‘YS 고대 앞 시위사건’이 생각났다(그날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날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차 안에서 소변까지 해결하며 14시간 동안 고대생들과 대치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YS는 러닝타임 2시간여의 영화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 왔다”며 “사랑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영화의 배경이 거제도라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더라고. 내가 어렸을 때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영화에 그려진 가난의 풍경을 이렇게 ‘단순·무식·과격’하게 일축해버리다니. 아! 이것이 ‘멸치 재벌가’ 아들의 한계인가? 순간 우리는 과연 저런 대통령을 가졌다는 게 행복한지 묻고 싶어졌다. YS의 ‘단순·무식·과격’한 답변으로 애초 계획했던 차남의 소환 조사와 재임 시절 안기부의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선 입조차 떼지 못했다. 물론 경호원들이 기자를 막아서 더 이상 YS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긴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고대 앞에서 14시간을 버텼다.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사진/ 한겨레 이용호 기자)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주무대가 YS의 고향인 거제도란 점이다. 이는 YS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서 멸치를 말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YS의 눈빛이 반짝거리곤 했다. 영화 상영 전에 관객들에게 인사하러 온 영화배우 조은숙(봉애 역)씨는 “(촬영을 하면서) 거제도에서 큰 인물이 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고, YS 앞에서 ‘아부 아닌 아부’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된 지 얼마 안 돼 YS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변이 마려웠던 모양이다. 갑자기 2000년 10월13일 ‘YS 고대 앞 시위사건’이 생각났다(그날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날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차 안에서 소변까지 해결하며 14시간 동안 고대생들과 대치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YS는 러닝타임 2시간여의 영화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 왔다”며 “사랑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영화의 배경이 거제도라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더라고. 내가 어렸을 때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영화에 그려진 가난의 풍경을 이렇게 ‘단순·무식·과격’하게 일축해버리다니. 아! 이것이 ‘멸치 재벌가’ 아들의 한계인가? 순간 우리는 과연 저런 대통령을 가졌다는 게 행복한지 묻고 싶어졌다. YS의 ‘단순·무식·과격’한 답변으로 애초 계획했던 차남의 소환 조사와 재임 시절 안기부의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선 입조차 떼지 못했다. 물론 경호원들이 기자를 막아서 더 이상 YS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