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거절에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연정 구애’는 끊임 없어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 나오지만 대통령은 승부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듯 ▣ 신승근 기자skshint@hani.co.kr 언제까지 기약도 답변도 없는 연애편지를 계속 써내려갈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24일 당·정·청 실세 모임인 ‘11인회’에서 연정을 화두로 꺼낸 뒤 지난 6주 동안 여권 핵심 지도부는 야당을 향해 끊임없이 연정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8월1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되도 않을 연정’을 품지 말라고 싸늘하게 거절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별 감응이 없다.
‘1등 공신’ 신기남 의원도 반기 들어 이쯤 되면 지칠 만도 하건만,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구애는 끊임없다. 박근혜 대표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지난 8월2일 “연정 제안은 정당간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국민이라는 푸른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블루오션 정치”라는 내용의 편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던 문희상 의장은 8월4일 휴가지인 제주도에서 또 한장의 연서를 날렸다. 연정에 반신반의하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대통령의 제안은 연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충정 그 자체“라며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각오를 갖자”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듯 “어떤 형태의 선거구 제도든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설사 우리 당에 불리한 제도라 하더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과감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글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은 “한나라당과 대연정은 호남을 버리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호남 출신 의원들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나섰고, 유시민 상임중앙위원 중심의 참여정치실천연구회는 8월3일 국회도서관에서 연정토론회를 열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 민병두·김부겸 의원…. ‘대연정 전도사들’은 어떻게든 꺼져가는 연정의 불씨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당 지도부는 오는 8월10일 충남 아산을 시작으로 12일 서울, 17일 대구, 19일 광주 등 주요 도시를 돌며 연정 설득 당원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까지 확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이제 응답 없는 연애편지는 그만 쓰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터져나온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연정 대상인 한나라당이 우리당과 연애할 뜻이 없다고 거절했는데, 계속 연애하자고 편지만 쓸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이제는 그만하자는 뜻을 최근 당 핵심 지도부 회의에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우리 목적이 선거제도 개편이었던 만큼 이제 연정론으로 왈가왈부할 게 아니고 박근혜 대표에게 ‘아버지가 파놓은 지역감정을 해결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나서라’고 전면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당직을 맡은 수도권의 한 의원도 “지역주의가 극복돼야 제대로 된 개혁과 진보가 가능하고 이를 위해 한나라당에 대통령 권력을 상당 부분 내놓겠다는 노 대통령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지만, 연정 실현에는 간단찮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계속 연정을 주장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5년간 나라를 다스리라고 권력을 준 국민의 동의 없이 정치집단간 합의로 연정을 하는 게 정당한지 △당내 의원들간 정치문화적 차이에도 갈등하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군사독재와 광주학살의 원죄가 있는 한나라당과 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지 △선거제도 개혁이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모순이 응축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과연 관건적·결정적 요소인지에 대한 의문 등을 걸림돌로 제기했다.
실제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 뒤 지난 6주 동안 분출된 정치권의 논란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으로 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의원이 지난 8월1일 ‘한나라당과 대연정 추진’에 반기를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이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해결은 안 된다”면서 “지금처럼 정책과 노선의 경쟁이 없는 게 지역주의 극복을 막는 핵심적 문제인 만큼, 우리당의 이념과 노선을 확고히 갖춰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야만 지역주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 지도부의 주관적 열망과 관계없이 연정의 불씨가 언제 다시 살아나 열매까지 맺게 될지 확언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정치판 뒤집는 때를 겨냥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결코 연서 쓰기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노 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한 한 측근 인사는 “예부터 노 대통령이 무엇을 제안하든 첫 반응은 좋은 게 없었지만, 원칙으로 승부하는 동물적 감각에 충실한 노 대통령이 항상 승리해왔다”면서 “연정의 성공·실패보다 더 큰 소용돌이가 일어나 정치판을 한번에 뒤집는 일이 생겨날 것이고, 노 대통령은 그때를 겨냥해 수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도 “천하 없는 장사도 승자 독식의 현행 지역주의적 선거제도를 깨지 못했지만, 이 제도가 유지되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고 이를 깨기 위해 보통 이상의 작전을 쓰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연정의 불씨를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오히려 “연정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국민적 찬성률은 15%에 불과했지만 이제 긍정적 답변이 38%까지 올라갔고, 이 정도면 잘 이끌고 온 것”이라며 “애초부터 올가을에 당장 열매를 따려고 씨를 뿌린 게 아닌 만큼 좀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 국면까지 계산한 묘책을 던진 것인 만큼 승부는 한참 더 지켜보라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 나오지만 대통령은 승부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듯 ▣ 신승근 기자skshint@hani.co.kr 언제까지 기약도 답변도 없는 연애편지를 계속 써내려갈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24일 당·정·청 실세 모임인 ‘11인회’에서 연정을 화두로 꺼낸 뒤 지난 6주 동안 여권 핵심 지도부는 야당을 향해 끊임없이 연정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8월1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되도 않을 연정’을 품지 말라고 싸늘하게 거절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별 감응이 없다.
‘1등 공신’ 신기남 의원도 반기 들어 이쯤 되면 지칠 만도 하건만,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구애는 끊임없다. 박근혜 대표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지난 8월2일 “연정 제안은 정당간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국민이라는 푸른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블루오션 정치”라는 내용의 편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던 문희상 의장은 8월4일 휴가지인 제주도에서 또 한장의 연서를 날렸다. 연정에 반신반의하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대통령의 제안은 연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충정 그 자체“라며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각오를 갖자”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듯 “어떤 형태의 선거구 제도든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설사 우리 당에 불리한 제도라 하더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과감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글도 덧붙였다.

지칠 만도 하건만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구애는 끊임없다. 7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연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탁기형 기자)

여당 내부에서도 연정 논의를 그만둘 때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월3일 참여정치실 천연대가 주최한 정치토론회에서도 연정이 주요 의제가 됐다. (사진/ 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