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대변인의 독설 파문 계속돼도 ‘교체’는 절대 없다?
또다시 ‘대통령 학벌 발언’ 대신 수습해주며 그를 지킨 까닭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여옥 대변인을 다시 한번 감싸안았다.
전 대변인은 지난 6월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다음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전 대변인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과 함께 당 안팎에서 당직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자 지난 9일 박 대표가 “당 대표로서 대신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궁지에 몰린 전 대변인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전 대변인은 사과와 함께 “이런 일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대변인으로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표의 동의 아래 대변인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사심없는 ‘성실성’에 절대적 신뢰
박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전 대변인에 대한 두터운 신뢰을 보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신행정수도 건설 법안의 통과를 반대하면서 당론을 변경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반발했을 때다. 전 대변인은 “당연히 (의원직을) 사퇴해야 된다.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당내 계파를 떠나 많은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으나, 박 대표의 전 대변인에 대한 신임을 뒤엎지는 못했다. 전 대변인은 자연스럽게 유임됐다.
지난해 3월16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의해 대변인으로 내정된 전 대변인은 여야 통틀어 최장수 대변인이다. 역대 가장 공격적인 대변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그의 장수 비결은 대표의 절대적인 신뢰에 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전 대변인만큼 당에서 열심히 한 사람이 몇이나 되냐. 그만두게 할 만큼 이번(대졸 대통령) 발언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실성을 사람 쓰는 제1원칙으로 삼는 박 대표가 전 대변인의 열정을 갖춘 부지런함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사심’이 없다는 점을 대표가 높이 신뢰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한나라당 전 당직자는 “박 대표가 전 대변인에게 맘적으로 굉장히 많이 의존한다. 대표가 전 대변인을 둘러싼 말들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장점에 대한 그 이상의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로서는 계보정치가 사라진 마당에 전 대변인만큼 충성심을 보이는 의원을 곁에 두기도 어렵다.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박 대표에 대한 당내 공격이 거세지자, “박 대표에게 혼자서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심청이처럼 뛰어내려 달라는 것이냐”며 홀로 맞섰다. 또 같은 여성으로서 대표 옆에 밀착해서 대변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사실상 수행, 정무의 역할까지 맡아왔다. 당 대변인으로서 날카로운 대여 공격을 퍼붓고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점도 인정받는다. 전 대변인이 여러 차례 그만둘 뜻을 피력했음에도 박 대표가 붙잡고 있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전 대변인의 독설에 대한 당 안팎의 거부감은 적지 않다. 정병국 의원은 “(대졸 대통령 발언은) 당에 악 영향을 끼쳤다. 대표가 사과할 정도면 대변인은 책임감을 느끼고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청년연대에서도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전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다른 당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다.
대표에 대한 높은 충성도는 당내 다른 의원들의 눈에는 결격 사유로 비치기도 한다. 홍준표 의원은 여러 차례 전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당의 대변인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 개인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나라당 관계자는 “전 대변인이 사석에서 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이렇게밖에 못하냐며 채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의 중심이 당이 아닌 대표에 있다는 비판이다.
끝없는 교체요구, 대표 힘 빠진다?
박 대표는 대변인에 대한 당 안팎의 불만과 비판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한 당직자는 “고장난 차(여권)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고 있는데 걷어찰 필요가 있나. 지지도가 낮을 때 전 대변인이 당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앞으로는 부드러운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반박(반 박근혜)들에게 박 대표를 공격할 소재거리이기도 하다. 박 대표가 전 대변인을 지키려 할수록 박 대표의 힘도 그만큼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 대표가 쉽게 전 대변인을 교체할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당직 개편이 있지 않고서야 박 대표가 중간에 모양새가 좋지 않게 전 대변인을 경질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본인 또한 여전히 전 대변인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국회의원이 아닌 대변인을 하려고 한나라당에 들어왔다고 밝힐 만큼 대변인직에 애착이 많은 전 대변인이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도 사퇴 시기에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대통령 학벌 발언’ 대신 수습해주며 그를 지킨 까닭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여옥 대변인을 다시 한번 감싸안았다.
전 대변인은 지난 6월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다음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전 대변인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과 함께 당 안팎에서 당직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자 지난 9일 박 대표가 “당 대표로서 대신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궁지에 몰린 전 대변인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전 대변인은 사과와 함께 “이런 일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대변인으로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표의 동의 아래 대변인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사심없는 ‘성실성’에 절대적 신뢰
박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전 대변인에 대한 두터운 신뢰을 보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신행정수도 건설 법안의 통과를 반대하면서 당론을 변경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반발했을 때다. 전 대변인은 “당연히 (의원직을) 사퇴해야 된다.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당내 계파를 떠나 많은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으나, 박 대표의 전 대변인에 대한 신임을 뒤엎지는 못했다. 전 대변인은 자연스럽게 유임됐다.

전여옥 대변인이 지난 6월9일 자신의 '대졸 대통령' 발언을 사과한 뒤 즐거운 표정으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이종찬 기자)

전여옥 대변인(왼쪽)이 박근혜 대표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는 모습. 박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전 대변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