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비리에 이례적 비판 성명 발표한 속사정…지지율 추락하자 노동계와 분리선 그어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썩은 사과 한개가 사과상자를 송두리째 썩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스스로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자정 노력을 기해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만으로도 노동계 전체가 반성하고 자정과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민주노동당이 당의 핵심 기반인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를 정면으로 겨눴다. 5월11일, 울산지검 특수부가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전·현직 대의원의 신입사원 채용비리를 수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기아차 때와 다른 단호한 태도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노동계 전반에 가차 없는 비판의 칼을 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월20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신입사원 취업비리가 발생했을 때 민주노동당은 “일부 노조 간부의 도덕적 타락은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이며, 노조 전체를 부도덕한 권력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 무게는 정부당국의 여론 호도 가능성을 질타하는 것이었다.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주일이 지난 1월27일 김혜경 당 대표가 “변화와 쇄신”을 약속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가 터졌을 때 민주노동당이 먼저 민주노총 사업장에 매를 드는 것은 좀 심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최고위원회의까지 거쳐 뒤늦게 반성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이번 태도는 180도 달랐다. 그야말로 신속·단호했다. 현대자동차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신입사원 모집 때 몇백만~몇천만원씩 받았다는 혐의 외에 구체적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11일 오전 당 핵심 간부들과 회의를 거쳐 홍승하 대변인 이름의 비판 논평을 냈다.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망각한 일부 노조관계자들에 의해 노동기본권과 민주화의 기치를 들고 출발한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불꽃으로 산화해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스며 있는 민주노조 운동에서 이런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 서민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태어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조 정신을 크게 훼손한 일련의 비리 사건에 대해 더욱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노조 스스로 썩은 사과를 골라내라”는 직격탄과 함께 노동운동의 맹성을 촉구하는 표현이 총동원됐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잇따라 대기업 노조 간부의 비리를 파헤치고, 비정규직 법안 관련 국회 노사정 협상에 한국노총 대표로 참여한 권오만 사무총장의 비리를 노사정 협상 무산 직후 조사하는 등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율 폭락은 노조의 ‘뻘짓’ 때문?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단호하게 노동계와 분리선을 그었다. 홍승하 대변인은 “기아차 노조 비리 때도 신중했고,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비리에는 논평조차 안 냈지만, 현대자동차 노조 비리까지 계속되자 더 침묵하면 노조운동 전체와 민주노동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민주노총 등 노조운동과 민주노동당을 동일시하는 상황에서 계속 입을 닫고 있으면 회복 불능의 상처가 남는다고 결론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원내 진출 1년 만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폭락한 것은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 거대 노조들의 ‘뻘짓’이 주요했다고 결론 낸 상황이다. 노회찬 의원, 최규엽·김종철 최고위원 등은 민주노총에 할 말은 하고, 당 차원에서 직접 비정규직 등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논평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비판적인 관계로 변하는 첫 신호탄인 셈이다.
기아차 때와 다른 단호한 태도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노동계 전반에 가차 없는 비판의 칼을 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월20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신입사원 취업비리가 발생했을 때 민주노동당은 “일부 노조 간부의 도덕적 타락은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이며, 노조 전체를 부도덕한 권력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 무게는 정부당국의 여론 호도 가능성을 질타하는 것이었다.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주일이 지난 1월27일 김혜경 당 대표가 “변화와 쇄신”을 약속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가 터졌을 때 민주노동당이 먼저 민주노총 사업장에 매를 드는 것은 좀 심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최고위원회의까지 거쳐 뒤늦게 반성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현대자동차 노조 채용비리 비판은 신속, 단호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맨 왼쪽)과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