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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을 소금국으로 만드는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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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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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이 밝힌 ‘유시민 때리기’의 이유…“한홍구 교수의 글도 무지와 왜곡”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전당대회가 끝난 뒤 우리 내부에서 당원 및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정치활동이 부족했다는 자성이 터져나왔다. 일 잘하는 여당 의원이 되겠다며 원내 수석부대표, 대변인 등 중간 당직을 맡았지만 결국 일반 당원 및 네티즌들과의 대화에 너무 소홀했다. 반성하고 부족한 면을 채워가겠다.”(임종석 의원)

“나름대로 개혁입법을 얘기하고 노력했지만 우린 현장성이 부족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일반 당원과 단절되면서 당원들이 386에 대한 오해를 키우도록 한 것을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우상호 의원)


‘신중 행보’에서 ‘소통 강화’로

송영길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처럼 코카콜라 같은 튀는 발언과 인터넷에 매번 자신의 활동상을 커밍아웃하는 ‘알리바이용 개혁’으로 자신이 다 한 것처럼 말한다”

송영길·김영춘·임종석·우상호 의원. 4월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시민 저격수’를 자임했던 386 의원 4인방은 요즘 반성과 변화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송영길 의원을 대표선수로 내세워 유시민 의원을 ‘분열적 개혁주의자’로 몰아세웠지만, 오히려 네티즌과 일부 당원들이 “권력에 줄 선 386”이라고 반격하면서 생긴 정치적 상처를 치유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17대 총선 이후 책임 있는 여당 의원의 표상을 정립하겠다며 중간 당직을 도맡고, 신중한 정치 행보를 거듭해온 그동안의 행동 양식을 일부 변경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른바 ‘386 허리론’에 근거한 자신들의 신중한 처신이 정작 대중과의 의사소통, 네티즌들과의 연결 기회를 차단하고 386 의원들이 구당권파의 핵심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계에 ‘줄을 섰다’는 억측을 불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 4인방은 구체적으로 △당분간 당직 진출을 자제하고 △당 운영, 남북 관계, 개혁적 정책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당원 및 네티즌과 정기적인 접촉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 당 안팎에서 공세적으로 할 말은 하고, 주요 쟁점 현장을 누비며 대중과의 호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임종석 의원은 네티즌과의 의사소통 강화를 위해 최근 사이버 전문가를 비서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4인방의 반성과 변화 모색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자신들을 향해 쏟아진 ‘386 조기 권력화론’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한겨레21>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네티즌 논객들이 주도하는 ‘386 권력화론’이 왜곡된 사실관계에 바탕한 ‘감정적 386 때리기’라며 자신들의 진정성을 옳바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386 정치인들에게 치명적 부메랑이 된 ‘유시민 때리기’에 나섰던 것일까. ‘유시민 저격’에 나섰던 4인방은 경선 과정에서 차마 못다 말한 속내를 <한겨레21>을 통해 털어놨다.

이들 4인방은 ‘유시민을 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2007년 여당의 대선후보 선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의 새 지도부는 차기 대선을 여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 사이에 개혁 경쟁이라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역사적 임무가 주어졌는데, 유 의원은 이런 지도부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의 바닥에는 유 의원이 지금껏 여당 전체의 책임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지지자를 염두에 둔 편가르기식 선명성 경쟁을 부추기면서 열린우리당 내부에 심각한 상처를 냈다는 불신감이 깔려 있다.

그가 당의장 되면 정권 재창출 어렵다?

김영춘 “유 의원은 집권 여당이 썩지 않는 소금 역할이 아니라,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려대 아무도 먹을 수 없는 소금국을 만드는 우를 범했다”

“유 의원에 대한 비판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쭉 쌓인 감정이 터진 것이다.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또 개혁당이라는 현실정치 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실체를 갖췄다. 그는 누구보다 집권 여당의 성공을 위해 지도력과 포용력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개혁성이 좀 뒤떨어진다 싶은 동료 의원을 공격하고 적대적 비판을 쏟아내면서 내부를 편가르고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당은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분열상태로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춘 의원은 “유 의원은 집권 여당이 썩지 않는 소금 역할이 아니라,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려대 아무도 먹을 수 없는 소금국을 만드는 우를 범했다”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임종석 의원도 “우리는 집권 여당 의원이 된 뒤 ‘보수화됐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정부의 입장, 반대자와 현실 조건 등을 두루 따지며 일을 도모했는데, 유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편가르기식 정치를 거듭해왔다”면서 “그런 유 의원이 당 의장이 된다면 자신의 지지층만 보고 인기 영합적인 선택을 하면서 편을 가르고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고, 그것이 유시민 공격에 나선 밑바탕”이라고 설명했다. 임 의원은 특히 “올해와 내년은 국민들 사이에 개혁세력인 열린우리당이 보수세력인 한나라당보다 뛰어난 국정운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재집권의 틀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여기에 몰두하지 않고 ‘포퓰리즘적 자기 정치’를 하는 지도부가 출현한다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당 의장이 될 경우 자칫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까지 했다는 셈이다.

임종석 “연구실에 앉아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정치 영역을 들여다보는 학자들 가운데는 네티즌이 어느 한쪽으로 쏠렸을 때 왜곡된 편싸움에 굉장히 쉽게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은 유 의원이 당에 대한 희생정신 없이 자신과 개혁당 그룹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해 자극적인 논쟁을 일삼고 동료 의원들을 반개혁세력으로 폄하했다는 불신감도 그를 공격한 핵심 요인이다.

송영길 의원은 “우리는 그가 노무현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03년) 같은 당도 아닌 개혁당 이름으로 나온 유시민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새천년민주당 안에서 당권파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면서 정식으로 뽑힌 당 후보까지 끌어내렸다. 나는 그 후보에게 제발 독자 출마를 하지 말고 유시민을 도와달라고 함께 술을 마시며 매일 아침 문안 전화를 했다. 결국 그가 선대위에 들어가 운동을 했고, 정동영 장관, 호남향우회도 다 나서 ‘이번에는 2번 민주당이 안 나온다. 3번 유시민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면서 “고도의 정치적 이익을 본 유 의원이 동료 의원에 대한 배려나 당의 앞날에 대한 진정한 고려 없이 당 의장이 되겠다는 집요한 욕망 속에서 자기 편이 아닌 나머지를 모두 반개혁 세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송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현재는 정치적 사망까지 각오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동료 의원들이 서로서로 조금씩 노력해 보탠 결과인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처럼 코카콜라 같은 튀는 발언과 인터넷에 매번 자신의 활동상을 커밍아웃하는 ‘알리바이용 개혁’으로 자신이 다 한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의장 간선제 주장한 사람은 바로 유 의원”

우상호 “유 의원 스스로 대권을 꿈꾸며 강력한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의도적으로 각을 세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물론 밑바닥에 흐르는 유 의원에 대한 이런 불신감도 그가 “정동영계가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기 위해 다수당이 된 뒤 4개월을 허송세월했다”면서 ‘정동영계와 적대’ 발언을 하지만 않았다면 그토록 날선 공방전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4인방의 대체적 진단이다. 386 4인방이 ‘유시민을 쏜’ 세 번째 이유이자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기간당원제 도입 과정에 쏟아부은 다른 당원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편을 갈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을 깨고 나온 핵심적 이유는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제 관철이었다. 이를 거부하는 동교동계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맞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과 386 의원들이 탈당계를 써놓고 투쟁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을 깬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이미경 의원처럼 머리끄덩이 잡혀가며 싸운 것도 기간당원제를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간당원제 도입 과정에서 일부 규정이 농촌 현실에 안 맞으니 개선해보자고 문제를 제기한 이강래 의원의 발언을 근거로 정동영계 전체가 기간당원제를 거부하며 허송세월한 반개혁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동지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었다.” 386 4인방은 이 대목에서 한결같이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오히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대다수 인사들이 47석의 중소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간당원에 의한 당 의장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 자신과 가까운 김원기 국회의장을 당 의장으로 옹립하려고 끝까지 의장 간선제를 주장한 사람은 바로 유시민 의원이었다”면서 “그런 그가 정당 개혁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유 의원이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동영 장관을 기간당원제를 가로막는 반개혁 세력의 대표자로 몰아간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의원은 “내가 김근태 장관과 가깝지만, 유 의원의 정동영계 비판이 김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박수칠 상황이 아니다”면서 “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를 반개혁주의자로 몰고 유 의원이 얻을 정치적 이익이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유 의원 스스로 대권을 꿈꾸며 강력한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의도적으로 각을 세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며 ‘유시민 야망론’까지 제기했다.

'유시민 때리기'는 옳았는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인 유시민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송영길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론 ‘유시민 저격’에 나섰던 이들 4인방은 자신들의 과오도 일부 인정했다. 특히 유 의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부 감정적 내용이 포함돼 유 의원과 그 지지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또 유 의원이 그동안 네티즌 및 일반 당원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구축한 대중성 때문에 유 의원의 한계를 정면으로 공박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실토하며, 유 의원의 그런 점은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임종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유시민 의원을 공격할 때 제일 부담스러웠던 것은 당원들이 ‘그동안 집안 살림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놈들이 뒤늦게 당 의장이라는 재산 욕심 때문에 가족을 잘 챙겨온 유 의원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고 말했다.

“연구실에 앉아 부화뇌동하는 학자 있다”

한편, 386 의원 4인방은 한홍구 교수가 <한겨레21>을 통해 “유시민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수구에게 날을 세워 싸워봤느냐”고 자신들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왜곡이며 일방적인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우상호 의원은 “386 정치인들이 패거리를 지어 권력적 이득을 추구한 바 없고, 80년대 학생운동은 군사 정권과 목숨을 건 고통스런 투쟁 과정이었는데 그 과정은 거세한 채 그저 그 시대 학생회 회장이었다는 경력, 그 시대 대중운동의 정치적 수혜자라는 이유만으로 수구와 싸우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공박했다. 송영길 의원은 “천·신·정과 젊은 386들이 민주당에서 동교동계와 당 민주화를 위해 더 처절히 싸웠고, 노무현 정권 창출의 기폭제인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지켜내는 싸움에서도 유시민 의원이나 김근태 장관 중심의 재야파보다 우리가 더 개혁적으로 버텼다”면서 “유시민 의원처럼 코카콜라식으로 떠들지 않았다고 수구세력에 저항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의원은 “정당 개혁에 대한 우리의 진지하고 책임있는 고민을 마치 ‘유시민은 그 나이가 돼서도 선명한 개혁을 외치면서 기득권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데, 너희 386은 권력에 줄서고 보수화됐다’는 식의 논쟁으로 이끌어가는 게 과연 정당하냐”면서 “연구실에 앉아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정치 영역을 들여다보는 학자들 가운데는 네티즌이 어느 한쪽으로 쏠렸을 때 왜곡된 편싸움에 굉장히 쉽게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 교수를 에둘러 공박했다. 임 의원은 “한 교수도 인터넷 공간이 때로는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한번 점검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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