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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산에 ‘낙하산’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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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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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아산 재보선에 자민련 출신 이명수씨 공천 논란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당의 정체성과 민주주의, 4·30 재보선 당선 가운데 무엇이 열린우리당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문제인가?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김태홍 의원)가 지난 3월28일 4·30 재보선 지역인 충남 아산에 자민련 출신 이명수 전 충청남도 부지사를 전략 공천하면서 여권 안팎에서 이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1곳이라도 건져야 한다”


논란에 휩싸인 이명수 전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사진/ 연합)

아산 전략공천설이 나돌던 지난 3월 초순부터 ‘밀실공천 반대’ ‘기간당원 경선에 의한 민주적인 후보 선정’을 외쳐온 아산시 당원협의회는 공천 취소를 요구하며 영등포 당사로 상경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옹호’ 발언을 한 전력이 있고 △중부권 신당을 추진 중인 심대평 지사의 정치적 복심으로 20일 전까지 자민련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핵심적인 반대 논거로 들고 있다. 아산시 당원협의회의 신동석씨는 “당선 가능성 때문에 수구 기득권 세력인 자민련에 기반한 이씨를 후보로 결정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먼저 무릎을 꿇는 비굴한 태도”라며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공천심사위원장인 김태홍 의원은 4·30 재보선 공천 기준에 대해 “첫 번째 당선 가능성, 두 번째가 지역 인지도, 세 번째가 도덕성·전문성·개혁성, 네 번째가 범죄 경력”이라고 밝혔다. 최규성 열린우리당 사무처장도 “충남 지역 당원협의회장 16명 가운데 15명이 이명수씨를 지지했고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많지만 원래 자민련에 뿌리를 둔 사람이 아니고 4·15 총선 2개월 전에 행정부지사를 하다가 온 인사”라고 말했다. 인지도와 당선 가능성이 훨씬 앞서는데다, 자민련 소속 심대평 지사 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민련 후보가 됐을 뿐 ‘골수 자민련’은 아니라는 논리다.

이런 선택에 대해 당 안팎의 비판은 예상 밖으로 거세다. 중앙당과 충남도당 인터넷 게시판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승리지상주의와 낙하산 공천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경기도 당원협회장단은 “시대적 흐름과 당의 개혁성을 훼손하는 낙하산 공천을 철회하고 책임자는 전 당원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공박했다. 당원에 의한 당 개혁을 주창해온 장외 친노 세력인 국민참여연대도 “떳떳이 이유를 밝혀 설명하고, 그래도 당원들이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쉽게 이기려고 무리수를 두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민심을 얻어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정지역 재·보궐 선거 공천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3월31일 당사 앞에서 공천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쉽게 방침을 바꿀 수 없다는 자세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은 영남권 2곳 등 적어도 3곳에서 당선 가능한 확실한 현찰을 쥐고 4·30 재보선에 임하는데, 우리는 6곳의 재보선 지역 가운데 최악의 경우 1곳을 겨우 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런 결과 이후 닥칠 파국은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당원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이명수씨 공천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 공천은 심대평 지사와 자민련 중심의 중부권 신당을 막는 포석이기도 하다”면서 “당의 미래를 생각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승리 지상주의’ 비판 거세

실제 열린우리당은 아산, 공주·연기, 경북 영천, 경남 김해갑, 경기 연천·포천, 성남 중원 등 6곳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어디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전 부지사 영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영남 2곳은 한나라당 강세고 성남·중원과 연천·포천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후폭풍이 거센 상황인데, 아산조차 열린우리당 공천을 신청한 임좌순 전 중앙선관위 사무처장이 이씨에게 10% 이상 뒤처지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승리지상주의’ 전략에 대한 비판론은 쉽게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 아산시 당원협의회는 공천 철회 때까지 맞서겠다고 한다. 당내 전략통인 이목희 의원도 “충청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 지망생들은 이런 공천을 바라겠지만, 정치적 역동성을 볼 줄 모르는 수세적인 판단”이라며 “판을 더 크게 보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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