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경제대안 연구모임 만든 열린우리당 13명… ‘따뜻한 성장’의 해법 찾는다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열린우리당 내부에는 경제정책 노선의 ‘독점’ 경향이 존재했다.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김진표·강봉균·안병엽 의원을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출신들, 그리고 이계안 의원 같은 대기업 경영자 출신이 주요 정책조정위원장 또는 경제 관련 태스크포스의 책임자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광재·서갑원·이화영 의원 같은 일부 386 의원들이 ‘경제정책 연구’를 표방하며 신의정연구센터를 꾸리고 있는데 이들도 노선은 경제장관 출신들과 비슷하다.
첫 모임 발제자로 정운찬 총장 초청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제한하고 자리와 기회를 독식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의원들이 “경제는 어려워서…”라고 손을 내젓는 가운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경제 전문가’로서의 당내 위치를 굳힌 것이다. 그 밖에 개혁 성향 의원들이 ‘새로운 모색’ ‘참여정치연구회’를 비롯한 연구모임을 많이 만들었지만 이들은 대체로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과거사기본법 같은 비경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 노선이 알게 모르게 관료적 스타일 또는 대기업 등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쪽으로 흐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9월 초 발표한 당 차원의 경제 종합대책에 빈부격차 심화를 빚을 수도 있는 감세정책이 포함된 것이나, 최근 기업도시법 제정 논의가 별 논쟁 없이 일방통행하는 양상을 그런 예로 꼽을 수 있다. 기업도시법은 피폐한 지방 경제에 활로가 되리라는 기대도 받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긴 제도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개혁 또는 진보 성향 의원들이 “진짜로 중요한 경제와 민생 문제에서 개혁적 대안을 찾아보자”며 경제를 공부하는 모임을 10월25일 발족했다. 이들은 첫 모임의 발제자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초청했다. 정 총장은 관료 위주 경제정책의 폐해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경제학자이다.
이 모임에는 이목희·임종인·이인영·김재윤·박영선·우원식·유승희·이광철·장경수·정청래·최재천·홍미영 의원 등 13명이 참여했다. 앞으로 두달간 한시적 성격으로 매주 한 차례씩 조찬 모임을 통해 우리 경제의 전반적 문제를 짚어본다는 계획이다. 모임의 지속·공식화 여부는 그 뒤에 의논하기로 했다.
이목희 의원은 “애초 이번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 당내 진보블록을 만들어 경제와 사회, 노동 정책에 관한 개혁적 정책 대안들을 생산해보자는 개인적 희망이 있었다”며 “마침 임종인 의원이 비슷한 취지로 함께 공부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 쾌히 응락했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 노선이 당의 본래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의원들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모임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따뜻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해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장관 출신 의원들과 정책경쟁?
이들의 움직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표방했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노선’으로 복귀하기 위한 여당 차원의 초보적 시도라는 의미도 담길 것 같다.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은 잘나가지만 중소기업은 어렵고, 소득분배는 악화하는 경제 양극화의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장관 출신 의원이나 신의정연구센터 소속 386 의원들과 정책대안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학계에서는 최근 ‘민주주의 세력이 집권해 국민의 삶을 끌어올려주지 못하면 민주주의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경제와 민생 문제를 정치의 최우선 의제로 끌어올릴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들의 공부 모임 발족은 이런 지적에 응답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제한하고 자리와 기회를 독식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의원들이 “경제는 어려워서…”라고 손을 내젓는 가운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경제 전문가’로서의 당내 위치를 굳힌 것이다. 그 밖에 개혁 성향 의원들이 ‘새로운 모색’ ‘참여정치연구회’를 비롯한 연구모임을 많이 만들었지만 이들은 대체로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과거사기본법 같은 비경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왔다.

경제 연구 모임을 만든 열리우리당의 개혁 성향 의원들. 왼쪽부터 이목희 · 임종인 · 이인영 · 유승희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