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 의원이 내역을 공개한 사연과 정치자금법의 딜레마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신계륜 의원(열린우리당)은 최근 후원금 통장계좌 3개를 일방적으로 닫으면서 지지자들로부터 황당한 전화 몇통을 받았다. “정치자금과 관련해 재판을 받더니 의원직을 상실했느냐. 매달 1만원씩 자동이체를 해왔는데 이번 달부터는 안 된다더라. 어떻게 된 거냐”라는 내용이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엄격해진 정치자금법에 따라 한해 1억5천만원을 초과해 모금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후원금 계좌를 서둘러 막으면서 생긴 일이었다.
신 의원쪽은 계좌를 닫기 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한도액이 이미 찼다면 지출은 제한하더라도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까지 막는 것은 너무 심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 핵심 요지였다. 이런 혼선은 정치자금법 개정 전까지는 후원금 한도를 넘어서는 후원에 대해 선관위가 암묵적으로 허용하되, 후원회가 해당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기부만을 엄격히 제한했던 관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 유지 여부 달린 ‘핵심쟁점’ 2000년의 경우 모금한도가 6억원(선거가 있는 해는 보통 한도 3억원의 2배까지 허용)이었지만, 당시 모금 1위이던 박상천 의원의 후원회는 한도를 3억원가량 넘긴 9억여원을 모금했고, 정동영·한화갑·김원길 의원의 경우 적게는 5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까지 초과 모금했다. 2001년엔 모금 한도액 3억원을 넘긴 의원이 무려 38명이었고, 당시 모금 순위 1위이던 한화갑 의원의 후원회는 한도액의 2배 이상인 7억3천여만원을 모금했다. 하지만 후원회가 해당 정치인에게 기부한 금액은 모두 3억원 이하였다. 2002년에는 4명이, 2003년에는 40명가량이 ‘정지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모금 한도를 넘겼다는 이유로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이들 대부분은 초과 모금액을 다음해로 이월하는 편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신 의원 이외에도 여야 중진들이 한도가 차서 금고를 닫은 경우가 있지만 신 의원이 특별히 민감한 이유는, 이월 문제가 의원직 유지 여부가 달려 있는 재판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말 대부업체 굿머니로부터 3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500만원을 선고받았다. 3억원 중 법인 후원한도액인 5천만원의 영수증을 2002년에 한 차례, 해를 넘겨 2003년 1월 한 차례씩 처리하고 이를 넘긴 2억원은 돌려줬으나 이월 처리한 부분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린 것이다.
신 의원은 계좌를 닫기 전(9월3일)까지의 후원자 명단 전체와 수입·지출 내역을, 9월13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1억4972만원을 모아 1억3878만원을 썼고, 2003년 400명에 달했던 1만~10만원의 소액 후원자는 60명(42%)으로 줄어들었다. 신 의원은 “개정된 정치자금법의 취지는 법인 후원을 막는 대신 소액 다수의 후원을 활성화하자는 것인데, 후원 행사를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후원 회원이 아닌 비정기 후원자들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봉쇄해놓고 소액 다수의 후원자를 확보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돈이 많은 정치인들은 그냥 쓰거나 자신의 후원회에 한도 없이 기부해 쓸 수 있도록 돼 있어 정치자금법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의 정치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투명성, 모금방식 변경을”
현재 여야 지도부는 여론을 의식해 돈 문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의원들은 저마다 “문제는 투명성”이라며 후원금 한도와 모금 방식의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신 의원처럼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주는 의원들이 좀더 늘어나야 할 것 같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신계륜 의원은 "소액 다수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치자금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김진수 기자)
의원직 유지 여부 달린 ‘핵심쟁점’ 2000년의 경우 모금한도가 6억원(선거가 있는 해는 보통 한도 3억원의 2배까지 허용)이었지만, 당시 모금 1위이던 박상천 의원의 후원회는 한도를 3억원가량 넘긴 9억여원을 모금했고, 정동영·한화갑·김원길 의원의 경우 적게는 5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까지 초과 모금했다. 2001년엔 모금 한도액 3억원을 넘긴 의원이 무려 38명이었고, 당시 모금 순위 1위이던 한화갑 의원의 후원회는 한도액의 2배 이상인 7억3천여만원을 모금했다. 하지만 후원회가 해당 정치인에게 기부한 금액은 모두 3억원 이하였다. 2002년에는 4명이, 2003년에는 40명가량이 ‘정지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모금 한도를 넘겼다는 이유로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이들 대부분은 초과 모금액을 다음해로 이월하는 편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신 의원 이외에도 여야 중진들이 한도가 차서 금고를 닫은 경우가 있지만 신 의원이 특별히 민감한 이유는, 이월 문제가 의원직 유지 여부가 달려 있는 재판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말 대부업체 굿머니로부터 3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500만원을 선고받았다. 3억원 중 법인 후원한도액인 5천만원의 영수증을 2002년에 한 차례, 해를 넘겨 2003년 1월 한 차례씩 처리하고 이를 넘긴 2억원은 돌려줬으나 이월 처리한 부분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