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출자총액 규제 완화’ 발언… 재계 환심 얻으려 재벌개혁 포기한다는 목소리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재벌들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풀어지려는 모양이다. 기회만 있으면 무너뜨리려고 애썼던 벽이 이번 4·15 총선을 계기로 거의 허물어질 것 같다. 물론 이미 벽은 얇아질 대로 얇아져 살짝 힘만 가해도 넘어질 상황이다. 하지만 그나마 남은 벽마저 무너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매우 클 것이다. 그 벽의 이름은 ‘출자총액 제한제도’다.
재벌 규제의 마지막 장벽 사라지려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월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난 2월9일 경제5단체가 건의한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요청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를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으면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도 전향적으로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화법이 늘 그렇듯 정 의장의 발언도 중의적이다. 언뜻 들으면,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규제의 ‘폐지’를 언급한 것 같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도’와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달성하려는 목표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쪽에 훨씬 강한 무게가 실린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란 공정거래법 제10조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말한다. 이 제도는 1997년에 한때 폐지됐으나 이후 대기업들의 계열사 내부 지분율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1999년 다시 부활돼 200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물론 시행 직전 규제 내용이 크게 완화돼 제도의 취지는 퇴색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2001년 말 법 개정을 통해 각종 예외 조항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현재 19가지의 적용예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통해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출자액의 비중이 전체 출자총액의 절반에 이른다. 실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자, 적용예외 출자액의 규모는 2002년 이후 1년 사이에 9.4%나 늘어났다. 그런데도 재벌들은 어느 규제보다 출자총액 제한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왔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재계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이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재벌들이 출자총액제한 규제 때문에 투자를 하지 못한 사례는 한번도 제기되지 않았다. 재계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직접적인 행정규제란 점에서 썩 바람직한 제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거대재벌의 경영권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 아래서는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재계의 집요한 폐지 요구로 한때 정부 안에서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기운 적이 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1월, “증권 집단소송 제도를 조기 도입하면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정동영 의장은 지난 2월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류우종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월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난 2월9일 경제5단체가 건의한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요청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를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으면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도 전향적으로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화법이 늘 그렇듯 정 의장의 발언도 중의적이다. 언뜻 들으면,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규제의 ‘폐지’를 언급한 것 같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도’와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달성하려는 목표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쪽에 훨씬 강한 무게가 실린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란 공정거래법 제10조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말한다. 이 제도는 1997년에 한때 폐지됐으나 이후 대기업들의 계열사 내부 지분율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1999년 다시 부활돼 200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물론 시행 직전 규제 내용이 크게 완화돼 제도의 취지는 퇴색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2001년 말 법 개정을 통해 각종 예외 조항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현재 19가지의 적용예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통해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출자액의 비중이 전체 출자총액의 절반에 이른다. 실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자, 적용예외 출자액의 규모는 2002년 이후 1년 사이에 9.4%나 늘어났다. 그런데도 재벌들은 어느 규제보다 출자총액 제한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왔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재계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이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재벌들이 출자총액제한 규제 때문에 투자를 하지 못한 사례는 한번도 제기되지 않았다. 재계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직접적인 행정규제란 점에서 썩 바람직한 제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거대재벌의 경영권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 아래서는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재계의 집요한 폐지 요구로 한때 정부 안에서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기운 적이 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1월, “증권 집단소송 제도를 조기 도입하면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재벌 견제장치 될 수 없어
이 발언은 인수위 내부에서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아니다”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김 부총리는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인수위 총회에서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3대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런 논쟁사를 결코 모를 리 없는 정 의장의 과감한 발언은 총선을 앞둔 열린우리당이 마침내 “재벌을 향해서도 가슴을 활짝 열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